"이해의 시차가 틀림은 아니다"… 김보미 박사가 전한 느린학습자와 병원 동행의 온기

속도의 다름을 인정하는 교실 안팎의 배움부터 의료 문턱 넘는 인격적 동행까지 현장 대안 제시

성인기 맞춤형 정보 시스템 확충과 환자 자기결정권 보장하는 전문 케어 윤리 확립 필요성 강조

한국열린사이버대 학술 강당서 복지 사각지대 밝히는 2대 핵심 의제 발표

[KCS NEWS 주민정 편집국장] 세상은 저마다 다른 보폭으로 살아간다. 누군가에게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넘기 버거운 장벽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찾는 과정, 혹은 질병의 두려움을 안고 낯선 병원 문을 열 때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곁에서 보폭을 맞춰주는 따뜻한 조력이다.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보미 박사는 지난 9월 29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학술 특강을 통해 사회적 배려의 본질을 짚었다. 이날 강연은 최근 교육과 복지 영역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경계선지능(느린학습자) 지원 문제와 고령화 사회의 필수 안전망으로 자리 잡은 병원 동행 서비스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 지난 9월 29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대강당에서 김보미 박사가 느린학습자 지원 및 병원 동행사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ALAPE제공]

김 박사는 첫 번째 순서로 느린학습자를 바라보는 공동체의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경계선지능을 지닌 이들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거나 얽혀 있는 맥락을 이해할 때 조금 더 긴 호흡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잠재력이 부족하다거나 배움의 역량이 결여된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요구되는 소통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한 번에 쏟아내기보다 짧고 간결하게 분절하여 전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궁금한 점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건네야 한다. 빠른 속도를 미덕으로 삼는 주입식 교육의 틀을 벗어나, 학습자의 호흡에 맞춰 기다려주는 태도가 성장의 물꼬를 트는 열쇠다.

 

이러한 지지는 학령기 울타리를 벗어난 이후에도 변함없이 이어져야 한다. 성인이 되어 마주하는 일터에서의 업무 처리, 동료와의 원만한 관계 맺기, 관공서의 행정 민원 신청 등은 느린학습자에게 결코 녹록지 않은 영역이다. 그렇기에 사회에 첫발을 디딘 성인기에도 알기 쉬운 안내 문서를 제공하고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촘촘한 배려망이 요구된다.

▲ 지난 9월 29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대강당에서 김보미 박사가 느린학습자 지원 및 병원 동행사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ALAPE제공]

이어지는 발표에서는 질환과 거동 불편으로 일상에 제약을 겪는 이들을 돕는 병원 동행사의 역할과 직업윤리를 살폈다. 오늘날 대형 병원은 진료 예약부터 현장 접수, 복잡한 검사실 이동, 원무 수납, 약국 방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나 홀로 거주하는 환자들에게 이러한 병원 방문길은 그 자체로 커다란 신체적 고통이자 심리적 장벽이다.

 

김 박사는 병원 동행의 핵심 가치로 환자의 주체성과 자기결정권 존중을 제시했다. 동행인은 이동을 보조하고 절차를 차근차근 짚어주는 든든한 길잡이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환자가 직접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치료 방침을 선택하는 고유한 권리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대리인이 모든 결정을 떠안는 방식은 돌봄의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

 

동행의 진정한 마무리는 진료실 밖에서 완성된다. 전문적인 의료진의 소견과 처방 내용을 환자가 명확하게 이해했는지 다시금 확인하고, 복약 시간표나 다음 검진 일정을 알기 쉽게 정리해 건네는 섬세한 배려가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돕는다.

느린학습자 지원과 병원 동행은 외견상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로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일상 속에서 타인이 겪는 어려움을 얼마나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보폭을 맞출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 걸음 늦춰 기다려주는 인내, 쉬운 언어로 한 번 더 설명하는 배려, 낯선 길에 온전히 함께 서 주는 연대가 바로 건강한 공동체를 세우는 기틀이다.

▲ 지난 9월 29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대강당에서 린학습자 지원 및 병원 동행사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열렸다.
[사진=KALAPE제공]

사람마다 마주하는 결핍과 필요한 손길의 형태는 모두 다르다. 그 차이를 차분히 인정하고 각자의 선택을 존중할 때, 비로소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불안을 내려놓고 편안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 이번 특강은 현란한 구호 대신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작고 단단한 온기의 힘을 일깨웠다.

 

배움의 속도가 다르고 신체적 여건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구도 일상의 문턱 앞에서 멈춰 서서는 안 된다. 서로의 차이를 편안하게 인정하고 곁을 내어주는 공동체의 노력이 모일 때 진정한 의미의 포용 사회가 완성된다.

 

작성 2026.09.30 09:06 수정 2026.09.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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