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중국' 쏠림의 경고… 통상 폭풍 속 흔들리는 '수출 한국'
[리드] "반도체가 살아나면 수출 지표는 웃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서늘합니다. 일부 첨단 품목을 제외하면 중소·중견 제조업체들의 수출 문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수도권의 한 수출 중소기업 대표 이모 씨의 한숨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미·중 갈등 지속으로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표 뒤에 숨은 '착시'… 반도체 착시와 품목 편중의 그늘
국내 수출 실적이 표면적으로는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특정 품목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 반도체나 자동차 등 일부 효자 품목의 수출실적이 전체 지표를 견인하고 있을 뿐, 석유화학, 철강, Display, 기계 등 기존 주력 제조업 분야의 수출 기여도는 대외 환경 변화에 크게 휘청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착시 효과는 착시 현상을 가리는 주원인이다. 글로벌 IT 경기나 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단가 상승기에는 전체 수출 지표가 급등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하향 국면에 접어들면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이는 '천당과 지옥'의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다. 주력 수출 품목의 다양성 부족과 신성장동력 품목 발굴 지연이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목된다.
'중국 리스크'와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파고
과거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던 대(對)중국 수출 구조의 변화도 거센 도전 과제다. 중국의 기술 자립도가 올라가면서 '한국산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던' 기존의 공생 공식이 깨졌다. 중국은 이제 중간재 시장에서도 한국의 강력한 추격자이자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에 더해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IRA, 반도체법 등)과 미·중 간 통상 갈등 고조는 한국 기업들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고율 관세 부과 위험과 규제 리스크를 안고 싸워야 하는 수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고환율·고유가·물류비 3중고… 중소 수출기업의 한계 상황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성 확대, 글로벌 물류비 상승 등 외생 변수는 중소·중견 수출기업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압박한다.
대기업의 경우 유연한 글로벌 생산 거점 활용과 위험 관리가 가능하지만, 국내 생산 기반 위주의 중소기업은 원자재 수입가 상승에 따른 마진 악화를 온전히 뒤집어쓰고 있다. '환율이 올라도 원자재비와 물류비 상승 탓에 남는 게 없다'는 비명이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품목·시장의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전환이 유일한 생존법
한국 수출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조적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우선 반도체와 자동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바이오, K-푸드, 방산, 친환경 에너지, 서비스 산업 등 수출 품목의 포트폴리오를 대폭 다변화해야 한다. 또한 중국과 미국에 편중된 수출 시장을 동남아(ASEAN), 중동, 남미, 인도 등 신흥 시장으로 빠르게 넓혀나가는 '시장 다변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단순히 중간재를 수출하는 구조를 넘어 고부가가치 기술과 기술 서비스, 브랜드 가치를 파는 구조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정부는 통상 외교를 강화해 자국 우선주의 장벽을 낮추고, 중소기업의 무역 금융과 물류 인프라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