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걸어서 지나갈 때는 쉽게 발견하지 못했던 낮은 턱 하나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주민에게는 이동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광주 남구 봉선동의 인도와 상가 주변을 휠체어 이용자의 시선에서 살펴보면 경사로가 설치돼 이동하기 편리한 곳이 있는 반면, 출입구에 턱이 있거나 통행 공간이 좁아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도 찾아볼 수 있다.
누구에게는 몇 초면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돌아가야 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권 내 보행환경을 다양한 이용자의 입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몇 센티미터의 턱, 휠체어에는 전혀 다른 길
보행자에게 낮은 턱은 크게 의식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시설물이다.
하지만 휠체어나 보행보조기 이용자에게는 상황이 다르다. 작은 높이 차이도 이동을 어렵게 할 수 있으며, 경사로가 없거나 경사가 지나치게 가파르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등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상가의 출입구에 턱이 있는 경우 매장 바로 앞까지 도착하고도 혼자 들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인도의 폭 역시 중요하다.
통행 공간이 충분하더라도 입간판이나 적치물, 주·정차 차량 등으로 실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진다면 휠체어 이용자는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경사로가 있다고 모두 편리한 것은 아니다
경사로 설치 여부뿐 아니라 실제 이용 가능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사가 지나치게 급하지 않은지, 진입하는 공간이 충분한지, 경사로 앞에 물건이나 차량 등이 통행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발견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
횡단보도와 인도가 만나는 지점도 중요한 취재 대상이다.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가는 부분의 높이 차이나 파손된 보도블록, 좁은 통행로 등은 휠체어 이용자뿐 아니라 보행이 불편한 고령자에게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이동 경로를 따라 직접 살펴보면서 어느 지점에서 이동이 어려워지는지 기록하는 현장 중심의 점검이 필요하다.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유모차·어르신도 이용하는 길
무장애 보행환경은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유모차를 밀고 이동하는 부모, 보행보조기나 지팡이를 사용하는 고령자, 일시적으로 다리를 다친 주민 등도 계단이나 높은 턱, 좁은 통행로에서 비슷한 불편을 경험할 수 있다.
반대로 휠체어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한 주민에게도 편리한 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턱을 낮추고 통행로를 충분히 확보하며 안전한 경사로를 마련하는 것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누구나 이용하기 편리한 생활환경을 만드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평소 지나쳤던 불편’을 발견하는 것부터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것만큼 기존 생활환경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과정도 중요하다.
주민들이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턱이나 좁은 보행로, 파손된 보도블록, 이동을 가로막는 적치물 등을 발견하고 개선 필요성을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히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과정이 중요하다.
휠체어 이용자와 보행이 불편한 고령자가 실제로 어떤 장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떤 시설이 개선되면 혼자서 이동할 수 있는지를 들어보면 보행자 중심의 시선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작은 턱 하나를 없애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혼자 외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변화가 될 수도 있다.
봉선동을 비롯한 우리 동네의 길을 ‘얼마나 빨리 걸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누구나 이동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동네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길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