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점·병원·카페까지 늘어나는 무인기기…디지털 취약계층에는 또 하나의 장벽
“뒤에 사람 기다리면 마음 급해져”…주문 포기하는 경우도
디지털 교육과 함께 쉬운 화면·직원 안내 등 현장 배려 필요
음식점과 카페, 병원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를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화면 몇 번만 누르면 주문부터 결제까지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고령층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불편이 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메뉴를 고르고 결제수단을 선택하는 과정이 어렵지 않지만 키오스크를 처음 접하거나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상황이 다르다.
화면을 어디서부터 눌러야 하는지, 선택한 메뉴를 어떻게 취소하는지, 카드 결제는 어디에서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가 낯설 수 있기 때문이다.
“뒤에 사람이 기다리면 더 급해져요”
키오스크 사용의 어려움은 단순히 기계를 다루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뒤에서 다른 이용자가 기다리는 상황에서는 어르신들이 심리적인 부담까지 느낄 수 있다.
한 주민은 “천천히 보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뒤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마음이 급해진다”며 “잘못 누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주문을 포기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작은 글씨와 복잡한 메뉴 구성, 여러 단계의 선택 과정도 불편을 키울 수 있다.
메뉴 선택 이후에도 옵션 선택, 추가 메뉴 안내, 포인트 적립, 결제수단 선택 등 여러 화면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있어 처음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주문 한 번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령층의 모습을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누구나 충분한 안내와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병원·식당·카페…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온 무인기기
키오스크는 이제 특정 업종에만 설치된 기기가 아니다.
음식점과 패스트푸드점, 카페뿐 아니라 병원 접수와 수납, 각종 시설의 이용 안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무인·디지털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편리함’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원의 도움 없이 키오스크만으로 주문이나 접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용자의 불편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무인화와 효율성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과 이용자의 접근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교육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작은 배려도 필요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주는 디지털 교육은 고령층의 디지털 적응을 돕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실제 키오스크와 비슷한 환경에서 메뉴 선택부터 주문 취소, 카드 결제까지 반복적으로 연습한다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이용자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글씨를 보다 크게 표시하거나 주문 단계를 단순하게 구성하고, 첫 화면에서 ‘쉬운 주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용자 중심의 화면 구성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를 발견했을 때 직원이 자연스럽게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제가 도와드릴까요?”라는 짧은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키오스크 앞에서 느끼는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편리함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기술은 우리의 일상을 빠르고 편리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수록 고령층을 비롯해 장애인, 디지털 기기 사용 경험이 적은 주민 등 다양한 이용자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에서도 주민센터, 복지관, 평생교육기관 등에서 운영되는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험형 교육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 기능을 설명하는 교육에서 한 단계 나아가 키오스크 주문, 병원 접수, 교통 이용, 모바일 결제 등 일상생활과 연결된 교육이 중요하다.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는 어르신의 모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보여준다.
기술이 사람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그 편리함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