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기 힘들어 밥 못 먹겠어”…부모님 식사량 줄었다면 살펴볼 것

초고령사회 진입한 한국…씹고 삼키는 기능 고려한 식품 선택 중요

고령친화우수식품 2026년 201개…치아·잇몸·혀로 먹는 수준 따라 구분

삼키기 어려움, 영양 부족과 연관…단순한 입맛 문제로만 봐선 안 돼

  • 죽부터 밥·면·빵·육류까지…고령자 위한 ‘먹기 편한 식품’ 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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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혀로 먹는 3단계’도 삼킴 장애 안전등급 아냐…개인 상태 확인해야

 

 

부모님이 예전보다 식사를 오래 하거나 단단한 음식을 피하고 식사량까지 줄었다면 단순히 입맛의 문제로만 볼 일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치아와 구강 상태가 달라지고 음식을 씹거나 삼키는 기능에 어려움이 생기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되고 영양 섭취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이 65세 이상 인구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면서, 고령자의 신체 특성에 맞춰 음식의 단단함과 영양성분 등을 조절한 ‘고령친화식품’도 노년기 식생활의 한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씹기와 삼키기 기능, 영양 섭취를 고려한 노년기 식생활과 고령친화식품을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나이 들수록 ‘무엇을 먹느냐’만큼 ‘먹을 수 있느냐’ 중요

고령자의 식사 문제는 단순히 입맛이 떨어지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치아나 잇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단단한 음식을 씹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음식을 입에서 목을 거쳐 식도로 보내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음식이나 물을 삼키기 어려운 증상을 ‘연하곤란’이라고 한다.

삼키기 어려움은 고령층에서 적지 않게 보고된다.

 

2022년 기존 연구를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을 보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고령자의 삼키기 어려움은 검사 방법에 따라 약 12~31%로 나타났다. 

 

요양시설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일부 표준화 검사에서는 50%가 넘는 비율도 보고됐다. 

다만 연구 대상과 검사 방법에 따른 차이가 커 특정 수치를 모든 고령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삼키기 어려움이 단순한 불편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60세 이상 성인 3만1,488명이 포함된 39개 연구를 종합한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삼키기 어려움이 있는 집단에서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영양 부족과 폐렴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삼키기 어려움과 사망 위험 사이의 연관성도 보고했다. 

다만 이는 여러 연구에서 나타난 연관성을 종합한 결과로, 삼킴 문제가 각각의 결과를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하는 근거는 아니다.

 

부드럽게 만든 음식과 ‘고령친화우수식품’은 다르다

이런 고령자의 신체 변화를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 고령친화식품이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는 고령친화식품을 고령자가 음식을 먹고 소화·흡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음식의 단단함과 영양성분 등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도록 제조·가공한 식품으로 설명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부터 기준을 충족한 제품을 ‘고령친화우수식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2025년부터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늘편푸드’라는 명칭도 사용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현재 지정된 제품은 201개다.

 

단순히 죽처럼 부드러운 음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령친화우수식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고령자가 먹기 편하도록 식품의 특성을 조절하고 영양 등 관련 요건을 충족한 제품 가운데 심사를 거쳐 지정한다.

 

‘치아→잇몸→혀’…1·2·3단계 이렇게 보면 쉽다

고령친화식품을 이해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이 섭취 단계다.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는 고령친화식품을 먹을 때 필요한 힘에 따라 세 단계로 설명한다.

 

1단계는 치아로 씹어 먹을 수 있는 식품, 2단계는 잇몸으로 으깨 먹을 수 있는 식품, 3단계는 혀로 으깨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전문적인 시험 수치를 외우기보다는 치아, 잇몸, 혀 순으로 이해하면 쉽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씹는 데 필요한 힘을 줄이도록 음식의 단단한 정도를 조절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농식품부 자료에 포함된 16개 제품도 1단계와 3단계로 구분돼 있다. 

종류는 죽에 국한되지 않는다. 콩국물과 추어탕, 면, 빵, 편육, 영양밥 등 여러 형태의 식품이 포함됐다.

 

고령자의 식사를 무조건 죽이나 미음으로 바꾸는 대신 평소 먹던 음식과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먹기 편하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제품군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드럽기만 하면 충분할까…영양도 살펴야

먹기 편하다는 것과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한다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2년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의 별도 기준과 규격을 신설하면서 기존 고령친화식품 기준은 음식의 단단함 등 물성을 조절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 고령자의 영양 섭취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소비자가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고령친화우수식품’과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은 같은 제도가 아니다. 

고령친화우수식품은 고령자의 섭취 편의 등을 고려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지정하는 제도다.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은 고령자의 균형 있는 영양 섭취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별도로 기준과 규격을 정한 식품 유형이다.

 

따라서 제품을 고를 때는 ‘고령자용’이라는 문구만 보기보다 무엇을 목적으로 먹는지 살펴야 한다. 

 

씹기 편한 음식이 필요한지, 식사량 감소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려는지에 따라 선택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질환 때문에 특정 영양소를 제한하고 있다면 제품의 영양성분표도 확인해야 한다.

 

‘혀로 먹는 3단계’면 삼키기도 안전하다?…같은 뜻 아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씹기 어려움과 삼키기 어려움을 같은 문제로 보는 것이다.

 

3단계 제품은 혀로 으깨 먹을 수 있도록 물성을 조절한 고령친화식품이다. 

하지만 이 표시만으로 삼킴 장애가 있는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삼키는 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음식의 단단함뿐 아니라 음식이 입안에서 어떻게 뭉치는지, 액체가 얼마나 빠르게 흐르는지 등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개인마다 삼키는 기능과 원인도 다르다.

 

따라서 3단계라는 표시를 삼킴 장애 환자를 위한 일률적인 ‘안전 등급’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고령친화우수식품 지정은 개별 환자의 삼키는 능력을 진단하거나 특정 제품의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다.

 

식사할 때 반복해서 사레가 들거나 기침을 하고, 음식이나 물을 넘기기 어렵거나 식사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지는 등의 변화가 있다면 단순히 더 부드러운 음식으로 바꾸는 데 그치지 말고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1개 제품으로 늘어난 고령친화식품…유통망도 확대

정부도 고령친화식품을 요양시설이나 병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접할 수 있도록 유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15일 서울 마포구 SVC SEOUL에서 ‘2026년 늘편푸드 품평회’를 개최한다. 

고령친화우수식품을 생산하는 10개 업체가 16개 제품을 선보이고, 병원·요양시설과 급식업체,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홈쇼핑, 실버타운 등 유통·구매 관계자 17명이 참여한다.

 

행사에서는 제품을 시식하고 식감과 섭취 편의성 등을 평가한 뒤 기업과 유통 관계자 간 상담을 진행한다.

 

농식품부는 올해 도시지역 복지관과 농촌지역 경로당에 고령친화식품을 제공하고 개선점을 찾는 실증사업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정제품이 201개로 늘었다는 사실을 곧바로 시장 수요나 소비 증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실제 시장 성장 여부를 판단하려면 판매량과 매출, 구매자 수 등 별도의 자료가 필요하다.

 

초고령사회 식탁의 과제는 ‘먹을 수 있는 선택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2024년 12월 23일 1,024만4,550명으로 전체의 20%를 넘어섰다.

 

고령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식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맛이나 가격, 영양성분뿐 아니라 씹을 수 있는지, 삼키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지까지 고려해야 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친화식품은 이런 상황에서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한 방법이다. 

그러나 ‘고령자용’이라는 이름 자체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부모가 단단한 반찬을 남기기 시작하거나 식사량이 줄었다면 무조건 죽부터 준비하기보다 왜 먹기 어려워졌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씹는 것이 어려운지, 삼키는 것이 어려운지, 영양 섭취 자체가 부족한지에 따라 필요한 식품과 대응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부드러운 식품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 먹는 기능이 달라져도 자신의 상태에 맞는 음식을 선택하고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식품의 선택 폭과 정보를 함께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작성 2026.09.15 13:28 수정 2026.09.15 13:28

RSS피드 기사제공처 : 웰라이프타임즈 / 등록기자: 윤미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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