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비아파트 경매 3000건 육박 ‘연중 최대’ 빌라 오피스텔 낙찰가 ‘뚝’
전세사기 역전세 낮은 환금성 겹쳐 경매 물건 쌓이고 응찰 경쟁도 약화
서울 비아파트 경매시장에 물건이 쌓이고 있다. 빌라와 오피스텔 경매 진행 건수가 한 달 새 3000건에 육박하며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물건만 늘어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빌라 낙찰가율은 70%대로 내려앉았고 오피스텔은 60%대까지 떨어졌다. 낙찰가율이 100%에 육박하는 아파트와 대조적인 흐름이다.
2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비아파트인 빌라와 오피스텔 경매 진행 건수는 총 2931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월별 기준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93건과 비교하면 63.5% 증가했다.
비아파트 경매 물건이 가파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전세사기와 역전세에 따른 보증 사고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환금성이 낮다. 시장이 침체해 매매가격까지 하락하면 임대인이 주택을 처분해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경매 물건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집주인이 빌라나 오피스텔을 매각해 보증금 또는 대출금을 갚으려 해도 제때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결국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
여기에 고금리 시기에 불어난 이자 부담과 대출 만기 연장의 어려움까지 겹쳤다. 임대인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비아파트가 경매시장으로 밀려나는 사례가 늘어나는 구조다.
빌라 경매 2000건 돌파 1년 새 61.8% 급증
빌라 시장의 변화는 숫자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달 서울 빌라 경매 진행 건수는 2048건으로 전월 1948건보다 5.1%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66건과 비교하면 61.8% 급증했다.
경매 물건은 늘었지만 가격 지표는 반대로 움직였다.
지난달 서울 빌라 낙찰가율은 74.4%로 전월 79.5%보다 5.1%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5.1%와 비교하면 10.7%p 낮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가격의 비율이다. 경매시장 참여자들이 해당 부동산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응찰 경쟁도 약해지고 있다.
서울 빌라의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 7월 2.6명에서 8월 2.35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8월 2.66명과 비교해도 약 0.3명 줄었다. 경매 물건은 늘어나는 반면 응찰자는 감소하면서 물건을 둘러싼 경쟁 강도도 낮아지는 모습이다.
오피스텔도 경매 급증 낙찰가율 1년 만에 18%p 하락
오피스텔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경매 진행 건수는 883건으로 전월 829건보다 6.5%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27건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67.6%에 달한다.
낙찰가격 수준은 오히려 큰 폭으로 낮아졌다.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68.1%를 기록했다. 전월 73.7%보다 5.6%p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6.1%와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18.0%p 떨어졌다.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낙찰가격과 응찰 경쟁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파트는 낙찰가율 96.7% 비아파트와 ‘극명한 온도 차’
서울 비아파트 경매시장의 약세는 아파트와 비교할수록 선명해진다.
8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6.7%를 기록했다. 빌라 낙찰가율 74.4%보다 22.3%p 높다. 오피스텔 68.1%와 비교하면 격차는 28.6%p까지 벌어진다.
응찰 경쟁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 수는 4.77명으로 빌라와 오피스텔의 두 배 수준이다.
같은 서울 부동산 경매시장에서도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아파트 선호 현상이 경매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재개발 등 뚜렷한 개발 호재가 없는 빌라와 오피스텔은 매수자의 관심을 끌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와 환금성에서 아파트보다 불리하다는 인식이 투자 심리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빌라는 재개발 구역 내 물건을 제외하면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 상승이 낙찰가율을 덩달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경매시장의 양극화는 수치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아파트에는 응찰자가 몰리고 낙찰가격도 감정가에 근접하고 있지만 빌라와 오피스텔은 경매 물건 증가와 낙찰가율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결국 향후 비아파트 경매시장의 흐름은 쌓이는 물건을 실제 수요가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전세시장 안정 여부와 비아파트 매매시장 회복, 금리와 대출 여건 변화 역시 시장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문의 : 031-563-2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