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 들어간 AI

중국 ‘산업 에이전트 1,000개’와 한국 제조 AI의 승부

[이미지=시노인사이트]

 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의 무대가 대화형 서비스에서 제조 현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6년부터 제조업에 특화된 AI 모델과 산업용 에이전트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질문에 답하는 AI를 넘어 생산설비를 감시하고 공정 조건을 조절하며 주문·재고·품질검사까지 연계하는 ‘행동형 AI’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한 8개 부처는 ‘인공지능+제조 특별행동 실시의견’을 통해 2027년까지 제조업에 3∼5개의 범용 거대모델을 심층 적용하고, 업종별 특화모델과 고수준 산업 에이전트 1,000개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제조업용 고품질 데이터세트 100개, 대표 응용사례 500개, 선도기업 1,000곳도 육성한다.

 산업 에이전트는 기존 공장자동화 프로그램과 성격이 다르다. 자동화 설비는 미리 입력한 규칙에 따라 반복 작업을 수행하지만 산업 에이전트는 센서와 생산 데이터를 분석하고, 작업 결과에 따라 다음 행동을 선택한다. 제품 불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설비 온도와 진동, 원재료 상태와 작업 이력을 동시에 확인해 원인을 추정하고 생산조건 변경을 제안할 수 있다.

 중국의 강점은 거대한 제조기반과 다양한 현장 데이터다. 전자제품·자동차·배터리·철강·화학·섬유 등 거의 모든 제조업종이 존재하며 대기업부터 중소 협력업체까지 공급망이 길게 연결돼 있다. AI를 시험하고 반복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공장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정책은 연구·설계, 시제품 검증, 생산, 판매, 경영관리 등 제조 전 과정을 AI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설계 단계에서는 부품 구조와 재료를 추천하고, 시제품 단계에서는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시행착오를 줄인다. 생산 단계에서는 머신비전 검사와 예지정비, 운영 단계에서는 주문량 예측과 공급망 조정을 담당한다.

 다만 공장에 AI를 설치한다고 곧바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제조데이터는 기업마다 형식이 다르고 결측치가 많다. 장비의 통신규격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AI가 잘못된 공정조건을 지시하면 단순한 정보 오류를 넘어 설비 파손이나 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 에이전트에는 일반 챗봇보다 훨씬 높은 신뢰성과 실시간성이 요구된다.

 중국 정부가 ‘모수공진(模数共振)’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모델과 데이터를 함께 발전시킨다는 의미다. 기업이 보유한 생산기록을 무작정 모델에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목록을 정비하고 품질을 검증한 뒤, 실제 공정에 필요한 형태로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최고데이터책임자 제도를 확대하려는 정책도 포함됐다.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정밀기계와 같은 고난도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중국보다 공장 수는 적지만 공정의 복잡성과 품질관리 수준이 높아 제조 AI를 시험하기에 유리하다. 특히 반도체 수율 예측, 조선소 작업계획, 배터리 이상 탐지와 같은 분야에서는 축적된 산업지식 자체가 중요한 경쟁자산이다.

 그러나 한국 제조업의 AI 전환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가 크다. 대기업은 데이터 플랫폼과 디지털트윈을 구축할 수 있지만 중소 제조업체는 노후 장비, 전문인력 부족과 비용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국이 중국의 규모 전략에 대응하려면 모든 업종에 같은 AI를 보급하기보다 경쟁력이 높은 공정에 특화된 ‘작지만 정확한 산업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산업 에이전트의 경쟁력은 모델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생산설비와 안전하게 연결되는지, 작업자가 판단 근거를 이해할 수 있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간이 즉시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제조 AI의 최종 목적은 사람 없는 공장이 아니라 사람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공장을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중국은 1,000개의 산업 에이전트라는 양적 목표를 내세웠다. 한국은 반도체·조선·자동차·배터리 등 주력산업에서 세계시장이 인정할 수 있는 고신뢰 제조 에이전트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의 AI 경쟁은 누가 더 말을 잘하는 모델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실제 공장에서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행동하는 AI를 구축했는지에 따라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시노인사이트 편집부 기자 bats21@naver.com
작성 2026.08.18 11:20 수정 2026.08.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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