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인터넷산업의 중심이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플랫폼에서 인공지능과 데이터, 차세대 네트워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검색과 콘텐츠 제작을 넘어 업무 수행과 소비자 상담, 교육, 건강관리 등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IPv6 기반의 지능형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AI 서비스에 대한 안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정보전송·소프트웨어·정보기술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는 전년 동기보다 1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 증가율 4.7%를 크게 웃돈다. 정보서비스 분야 투자도 15.5% 늘어 부동산과 전통 인프라 투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디지털산업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온라인 경제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온라인 상품·서비스 소매액은 10조715억 위안으로 5.2% 증가했다. 온라인 상품 판매는 4.8%, 온라인 서비스 판매는 6.0% 늘었다. 단순한 상품 구매보다 여행 예약, 콘텐츠, 통신정보, 생활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 서비스 소비가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중국 인터넷망, IPv6 중심으로 전환
최근 중국 인터넷정책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의 전면 확대다. 중국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위원회는 7월 21일 ‘IPv6 기술혁신 및 융합응용 실시방안’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IPv6가 주도하는 인터넷 서비스와 응용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건설되는 네트워크에는 IPv6 주소를 우선 제공하고,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생성형 AI,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산업인터넷, 위성인터넷 등에 IPv6를 기본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새로 출시되는 생성형 AI 개인용 서비스에도 IPv6 접속을 지원하도록 유도하고, 향후 생성형 AI 서비스 등록·관리 과정에 IPv6 지원 여부를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중국의 IPv6 이용 기반은 이미 상당한 규모에 도달했다. 2025년 말 기준 IPv6 활성 이용자는 8억6천900만 명으로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77.38%를 차지했다. IPv6 기반 사물인터넷 연결은 16억5천800만 건에 달했고, 이동통신망에서 발생하는 IPv6 트래픽 비중은 70.85%를 기록했다. 주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상업용 웹사이트의 IPv6 지원율도 95%를 넘어섰다.
이는 중국이 단순히 인터넷 주소 부족을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AI와 사물인터넷 기기가 대규모로 직접 연결되는 ‘지능형 인터넷’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AI 에이전트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작업을 나눠 수행하려면 기기와 서비스별로 안정적인 식별체계와 네트워크 연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IPv6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검색형 AI에서 ‘행동하는 AI’로
중국 AI산업의 관심도 대규모 언어모델 자체에서 ‘지능체’ 또는 ‘스마트 에이전트’를 뜻하는 智能体로 이동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보를 검색하고 일정이나 주문을 처리하며, 여러 프로그램과 연동해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7월 17일 세계인공지능대회에서 ‘AI 에이전트 상호신뢰·상호연결·상호운용 글로벌 협력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서로 다른 기업과 국가가 개발한 AI 에이전트가 공통 인터페이스와 통신 규칙을 통해 협업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과 개방형 인프라를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과학연구와 산업, 소비, 교육, 공공보건 등에 다중 에이전트 협력기술을 적용한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향후 중국 인터넷기업의 경쟁은 누가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는지를 넘어, 어떤 AI 에이전트가 결제·전자상거래·지도·배달·콘텐츠·클라우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더 원활하게 연결하느냐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업별 폐쇄적인 생태계가 고착되면 서비스 간 호환이 어려워질 수 있어 공통표준과 데이터 이동 규칙 마련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최근 정책 방향을 토대로 한 전망이다.
AI 친구·가상 연인 서비스도 규제
AI가 인간과 유사한 말투와 감정을 표현하는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규제도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은 7월 15일부터 ‘인공지능 의인화 상호작용 서비스 관리 잠정방법’을 시행했다. 적용 대상은 AI 친구, 가상 연인, 가상 아이돌처럼 사람의 성격과 감정, 대화 방식을 모방해 지속적으로 정서적 교류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일반적인 검색이나 업무보조, 지식문답형 AI는 원칙적으로 대상에서 제외된다.
새 규정은 AI가 이용자의 감정적 의존이나 과도한 몰입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용자가 두 시간을 초과해 연속 이용하면 사용시간을 알려야 하며, 지나친 의존이나 극단적인 감정 상태가 감지되면 현실 환기와 도움 요청을 안내하도록 했다. 미성년자에게 가상 연인이나 가상 가족과 같은 친밀관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금지됐다.
AI 서비스 기업은 대화자료와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이용자가 자신의 상호작용 기록을 복사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등록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거나 월간 활성 이용자가 10만 명을 넘는 경우에는 별도의 안전평가도 받아야 한다. 중국의 AI 규제가 콘텐츠 검열을 넘어 이용자의 정서적 의존과 개인정보, 서비스 운영 전 과정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AI 서비스 1만4천여 개 처분
규정 강화는 실제 단속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 4월부터 ‘AI 응용 혼란 정비’ 특별행동을 실시해 1단계 기간 동안 규정을 위반한 웹사이트와 앱, AI 에이전트 등 1만4천여 개 서비스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불법·유해정보 600만여 건이 삭제됐고 관련 계정 2만6천여 개와 AI 상품 1천300여 개가 처리됐다. 주요 단속 대상은 대형 모델 등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서비스, AI 생성물 표시가 없는 콘텐츠, 데이터 오염, 허위정보와 저속한 콘텐츠, 악성코드 제작을 지원하는 AI 등이었다.
중국 당국은 앞으로 AI로 만든 허위정보와 타인 사칭, 미성년자 권익 침해, 댓글 조작과 온라인 여론조작 행위를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AI 서비스를 운영하려는 국내외 기업에는 모델 성능뿐 아니라 등록 절차와 생성물 표시, 학습자료 관리, 개인정보 보호 능력이 시장 진입의 핵심 조건이 될 전망이다.
성장과 통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중국식 디지털 전략
최근 중국 인터넷산업의 방향은 ‘빠른 기술 개발’과 ‘강한 규제’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정부는 AI 에이전트와 차세대 인터넷, 데이터산업을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면서도 허위정보와 개인정보 침해, 미성년자 보호, AI 중독 문제에는 보다 세밀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 인터넷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단순한 이용자 수나 플랫폼 거래액이 아니라 AI 모델과 에이전트, 데이터, 클라우드, IPv6 네트워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강화되는 보안과 알고리즘 등록, 생성물 표시 의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인터넷산업은 이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모바일 인터넷’에서 AI가 사람과 기기, 서비스를 연결하고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지능형 인터넷’으로 넘어가고 있다. 2026년은 중국의 AI 기술이 실험단계를 넘어 일상과 산업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동시에, 그 위험을 관리하는 제도적 틀이 구체화되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