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경력 채용 도배된 고용시장…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요"
20대 청년 고용시장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과거 정기 공채를 통해 대규모 신입 사원을 뽑아 자체 육성하던 기업 문화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직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 수시 채용'이다. 기업들이 신입 채용 과정에서 조차 '관련 직무 경험'이나 '인턴 이력'을 필수 조건처럼 요구하면서,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려딛으려는 20대 구직자들은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하는 역설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기업들의 채용 방식은 빠르게 변화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주요 경제단체 조사에 따르면, 100인 이상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신규 채용 시 '수시 채용'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로 '직무 관련 일경험(인턴십 등)'을 꼽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인력 교육 비용과 채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지만,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없는 20대 청년들에게는 넘기 힘든 '통곡의 벽'이 된 셈이다.
이러한 고용 환경은 청년들의 구직 기한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1~2년 이상 취업 준비생(취준생) 신분에 머무는 것은 일상이 됐다. 서류 통과를 위한 '스펙'의 기준마저 상향 평준화되어, 어학 성적과 자격증은 기본이고 2~3번의 금턴(금처럼 얻기 힘든 인턴) 경험이 없으면 서류조차 내밀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취업 준비생 한모(25) 씨는 "요즘은 인턴십 경쟁률이 웬만한 공채 경쟁률보다 높아 '인턴을 하기 위한 인턴'을 알아봐야 할 지경"이라며 "신입을 뽑는 자리에조차 경력자나 타사 인턴 출신들이 몰리다 보니, 아무런 경험이 없는 순수 졸업생은 서류 전형에서 계속 탈락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발생하는 '비용과 심리적 위축'이다. 자격증 취득 비용, 학원 수강료, 면접 준비 비용 등 매달 수십만 원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은 청년 개인과 부모 세대의 짐으로 귀결된다. 탈락이 반복되면서 느끼는 좌절감과 고립감은 청년들을 사회적 영토 밖으로 내몰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청년층 전체의 역량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