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단체채팅방이나 SNS에 올리는 일은 이제 특별한 행동이 아니다. 학교 행사, 직장 회식, 교육 현장, 동호회 모임에서도 사진을 찍은 뒤 참석자들과 공유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을 찍을 때 동의했다는 사실이 그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거나 SNS에 공개하는 것까지 모두 동의했다는 의미일까. 디지털 공간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촬영 동의’와 ‘공유 동의’의 차이다.
“사진 찍을게요”와 “단톡방에 올릴게요”는 다른 질문
여럿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사진 한 장 찍겠습니다”라는 말에 사람들이 카메라를 바라봤다고 해보자. 이는 우선 사진 촬영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진을 수십 명이 참여하는 단체채팅방에 올리거나 개인 SNS에 게시하는 것은 촬영과 다른 행동이다. 특히 SNS 게시물은 처음 사진을 찍을 당시 예상했던 범위를 넘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고, 저장이나 재전송도 가능하다.
따라서 폭력예방과 인권의 관점에서 중요한 질문은 간단하다. “찍어도 될까요?”라고 물었다면, 공유할 때는 “올려도 될까요?”라고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에게만 필요한 교육도 아니다. 직장 회식 사진을 사내 게시판에 올리거나 교육 참석자의 모습을 기관 SNS에 게시하고, 모임에서 찍은 사진을 개인 계정에 올리는 등 성인들의 일상에서도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모든 사진 공유가 ‘디지털 성범죄’인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법적 경계를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단체사진이나 일상사진을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단체채팅방이나 SNS에 올렸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디지털 성범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촬영 당시에는 당사자가 동의했더라도 이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법은 촬영 당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던 촬영물이라도 사후에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반포·판매·임대·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즉 성적 촬영물의 경우 “찍을 때 허락했으니 다른 사람에게 보내도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촬영 당시의 동의와 이후 유포·제공에 대한 의사는 별개의 문제로 다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성폭력 예방, 범죄 유형을 외우는 것보다 ‘동의’를 배우는 것부터
교육부도 학교 현장의 디지털 성폭력 예방과 초기 대응을 위해 초등학생·중고등학생·교사·학부모용 ‘디지털 성폭력 SOS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이 자료에는 디지털 성폭력 유형뿐 아니라 상황별 대응 방법과 피해 발생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예방수칙 등이 담겨 있다. 대학생용 가이드도 별도로 제공한다.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이 불법촬영이나 딥페이크 같은 범죄의 이름을 알려주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방이 사진 촬영에 동의했는지,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도 되는지, SNS에 공개해도 되는지 묻는 습관은 결국 상대방이 자신의 모습과 정보가 어떻게 사용될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와 연결된다.
학교에서는 친구 사진을 재미로 단체채팅방에 올리는 행동에서, 직장에서는 회식이나 워크숍 사진을 사내 게시판과 SNS에 게시하는 행동에서 이런 감수성을 점검할 수 있다.
“이 정도 사진은 괜찮겠지”라고 내가 대신 판단하기보다 당사자에게 먼저 묻는 것이 가장 간단한 예방이다.
이미 사진·영상이 퍼졌다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불법촬영이나 비동의 유포, 유포 협박,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발생했다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피해 상담과 삭제지원, 유포 모니터링, 수사·법률·의료기관 연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 상담도 가능하며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한 상담은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사진 한 장이 촬영자의 휴대전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 번 공유되면 저장되고 다시 전달될 수 있다.
그래서 예방의 출발점은 복잡하지 않다. 사진을 찍기 전에 한 번 묻고, 다른 사람에게 보내거나 온라인에 올리기 전에 다시 한 번 묻는 것.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이 작은 확인이 상대방의 경계를 존중하는 디지털 인권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