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하나 없이 나무를 단단하게 연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쇠뿔은 어떻게 빛과 색을 품은 공예품이 되고, 현악기의 깊은 울림은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교과서에서 보던 전통기술을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와 전승자가 직접 보여주고 학생들은 그 안에 담긴 원리와 생각을 찾아간다.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정근식)은 국가무형유산을 학교예술교육과 연계해 전승자가 직접 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수업하는 ‘이음:다음 전통예술교육’을 도입한다.
‘이음:다음’은 우리 전통예술을 오늘의 학교교육과 연결하고 그 가치를 미래세대가 자신의 방식으로 새롭게 이어가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전통예술을 단순히 감상하거나 정해진 작품을 따라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승자의 시연과 이야기를 직접 보고 듣는다. 재료를 관찰하고 소리와 몸짓을 경험하면서 전통 속에 숨어 있는 원리와 의미를 스스로 발견한다.
수업에서는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왜 이런 소리와 몸짓이 만들어졌을까?’와 같은 질문이 출발점이 된다. 국가무형유산 전승자와 교원이 함께 수업을 구성해 장인의 기술뿐 아니라 그 기술이 탄생하기까지의 생각과 문제해결 과정까지 학생들이 경험하도록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참여 희망 학교의 신청을 받아 10월부터 12월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교급과 교육과정 특성을 고려해 중학교 전환기 학생을 위한 ‘기능분야 전통예술교육’과 초등학교·특수학교 학생을 위한 ‘예능분야 전통예술교육’으로 나눠 진행한다.
중학교에서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가 직접 학교를 찾아 전통기술에 담긴 재료와 구조, 원리를 학생들과 탐구한다.
소목장 보유자 소병진의 ‘못 없이 버텨라!’ 수업에서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연결하는 짜맞춤의 구조와 나무의 성질을 탐구한다. 학생들은 완성된 전통가구를 바라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어떤 구조가 힘을 견디게 하는지 살펴보며 장인의 지혜를 발견한다.
화각장 보유자 이재만의 ‘쇠뿔에 혼을 그려넣다’에서는 쇠뿔이라는 독특한 재료의 성질을 살펴보고 빛과 색, 문양이 어떻게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지를 탐색한다.
악기장 보유자 조준석의 ‘좋은 소리의 비밀’에서는 전통 현악기의 재료와 구조를 직접 관찰하고 소리를 실험한다. 같은 악기에서도 재료와 구조에 따라 울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며 좋은 소리를 만드는 원리를 찾아간다.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완성된 기술만이 아니다. ‘장인의 눈–장인의 생각–장인의 손’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며 재료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전통기술의 창의성을 경험한다.
초등학교와 특수학교에서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와 전승자,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이 직접 학교를 찾는다. 학생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전통음악과 춤을 감상하고 소리와 장단, 몸짓을 직접 경험한다.
전승자와 함께 움직이고 소리를 내보는 과정에서 전통예술에 담긴 원리를 발견하고 자신이 느낀 것을 새로운 몸짓과 표현으로 발전시키며 전통예술을 자신의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프로그램 운영 결과와 학교 현장의 의견을 분석해 국가무형유산과 학교 교육과정을 연계한 서울형 학교예술교육의 지속적인 운영과 확산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오랜 시간 장인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온 전통을 학교에서 직접 만나고, 그 속에 담긴 생각과 원리를 오늘의 학생들이 새롭게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이음:다음 전통예술교육’의 방향이다. 전통을 배우는 경험이 다음 세대의 새로운 표현과 창작으로 이어지는 학교예술교육을 만들어간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