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정부가 2027년도 국방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중국군의 대만 주변 군사 활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방비를 처음으로 1조 대만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무인기와 미사일, 군사 투자 분야에 대한 재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다.
대만 행정원은 8월 20일 중앙정부의 2027년도 예산안을 승인하면서 국방 관련 지출을 총 1조1,225억 대만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1,730억 대만달러, 약 18.2% 증가한 규모로 대만의 국방비가 1조 대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달러 기준으로는 약 350억달러 규모다.
이번 결정은 행정원이 확정한 정부 예산안이라는 점에서 최종 확정까지는 절차가 남아 있다. 예산안은 8월 말 입법원에 제출돼 심사를 받아야 하며, 야당이 다수인 입법원의 심의 결과에 따라 세부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국방비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주요 관심사다. 대만 정부가 2027년 명목 GDP를 37조3,000억 대만달러로 전망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국방비는 GDP의 3.01%에 해당한다. 올해 국방비의 GDP 대비 비중은 3.32%로, 절대 금액은 크게 늘어나지만 경제 규모 대비 비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구조다.
라이칭더 총통은 국방비를 GDP의 3%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2030년에는 5%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예산안은 대만 정부가 향후 방위 역량 확대를 위해 어느 정도의 재정을 지속적으로 투입할지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로 평가된다.
예산의 구성을 보면 무기와 장비 확보를 위한 군사 투자 확대가 두드러진다. 대만 국방부에 배정된 예산은 6,919억 대만달러이며, 별도 특별예산과 특별기금 등을 합산해 전체 국방 관련 지출을 1조1,225억 대만달러로 산정했다. 군사 투자비는 2,591억 대만달러로 올해보다 975억 대만달러 증가한다.
군사 투자뿐 아니라 실제 전력 운용에 필요한 분야에도 재원이 투입된다. 탄약과 장비 부품 등을 포함한 운영 유지 분야와 병력 유지에 필요한 예산도 증액될 예정이다. 전체 국방비에는 군인 퇴직 관련 지급액과 해안경비 관련 지출 등도 포함돼 있으며, 대만 정부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방비 산정 기준을 참고해 전체 규모를 계산하고 있다.
전력 증강의 방향은 비대칭 전력과 방공·해상 방어 능력 강화에 맞춰져 있다. 대만 정부는 무인기와 미사일 전력 확대를 비롯해 군사적 충격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는 데 예산을 활용할 계획이다. 자국에서 함정을 건조하는 국조 사업 역시 대만의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특히 대만이 추진하는 다층 방공체계 T-DOME 구축도 주요 국방 현대화 사업으로 주목된다. 대만은 미사일과 드론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공격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방공체계를 비롯한 비대칭 전력을 확대하는 한편 해상 방어 역량도 함께 강화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예산 확대의 배경에는 대만해협을 둘러싼 지속적인 군사적 긴장이 자리하고 있다. 대만 정부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군은 대만 인근에서 항공기와 함정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2022년 이후 대규모 군사훈련도 반복해 왔다. 대만 정부는 이러한 안보 환경을 고려해 자국 방위 역량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대만의 국방비 증액은 단순히 한 해 예산의 증가에 그치지 않고 군사력 운용 방식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대규모 플랫폼 중심의 전력뿐 아니라 무인체계, 미사일, 탄약 비축, 지휘통제 및 방어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재원을 배분하면서 유사시 지속적인 방어 능력을 확보하려는 방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대만이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방위 역량을 보강하려는 정책적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1조1,225억 대만달러라는 규모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행정원의 정부안은 입법원 심의를 거쳐야 하며, 대만 정부가 제시한 국방비 확대 목표가 실제 예산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확정 예산이라기보다 2027년 대만 정부가 제시한 국방정책과 재정 투입 방향을 보여주는 정부안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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