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CEF "올해 아동 50만 명, 생명 위협하는 심각한 소모증 위기"

예멘, 총성보다 먼저 무너지는 것은 아이들의 몸이다

50만 명의 위기 — UNICEF가 예멘에서 본 것

12년 내전이 다시 불러온 것은 아이들의 굶주림이었다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예멘에서 12년 전 시작된 내전이 최근 다시 불붙었다. 총성이 잦아들 날이 없던 땅에서, 이번에도 가장 먼저 쓰러지는 것은 아이들의 몸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27일 예멘 아동 영양실조 실태에 대해 긴급 경고를 내놓았다. 올 한 해에만 약 50만 명의 아동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소모증에 노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쟁의 청구서는 또다시 가장 약한 존재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예멘 내전은 2014년 후티 반군의 수도 사나 장악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2022년 잠정 휴전 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던 전선이 최근 몇 주 사이 다시 격렬해지면서, 이미 취약했던 보건·영양 체계가 재차 무너지고 있다. 전투 재개로 병원과 치료센터로 향하는 길 자체가 끊기면서, 응급 치료가 필요한 중증 아동들이 제때 손쓸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UNICEF 집계에 따르면 예멘 전역에서 약 220만 명의 아동이 급성 영양실조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 가운데 약 50만 명은 2026년 한 해 동안 가장 위중한 단계인 심각한 소모증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최소 영양 기준을 충족하는 아동은 전체의 15%에 그친다. 최근 2주 사이에만 10만 4천여 명이 삶의 터전을 떠났고, 이 중 5만 7천여 명이 아동이었다. UNICEF가 지원해 온 26곳의 보건시설도 이번 충돌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현지 의료진은 "영양 부족으로 아이들이 아픈데, 병원까지 어떻게 데려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곳까지 갈 수 있는 차량조차 없다"고 전했다.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특별한 기적이 아니라, 그저 병원까지 닿을 수 있는 길 하나였다. 예멘 보건시설의 약 40%는 인력과 의약품, 전력, 장비, 재정 문제로 부분적으로만 운영되거나 아예 문을 닫은 상태다.

 

12년째 이어지는 전쟁 속에서, 예멘의 아이들은 총성보다 먼저 배고픔과 싸우고 있다. UNICEF의 경고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병원에 닿지 못한 채 몸이 말라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다.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늦어질수록, 그 청구서는 고스란히 가장 어린 생명들에게 넘어간다.

작성 2026.09.28 00:24 수정 2026.09.2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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