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발생 전 AI가 먼저 대응”…정부, ‘재난안전 AX’에 2030년까지 9,400억 원 투입

2030년까지 50개 사업 추진…‘대응 중심’ 재난관리에서 ‘AI 활용 사전 대비’ 체계로 전환

기상·하천 수위·119 신고·침수 피해 데이터 융합…AI가 위험 상황 종합 분석해 현장 의사결정 지원

부산·영천·인제서 ‘AI 기반 집중호우·태풍 대응 서비스’ 시범 구축…대피·차단 방안 제시

사진=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 상봉파출소를 방문해 추석 명절 특별 치안 대책 등을 보고 받고 근무 경찰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정부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재난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현장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재난안전 AX’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기후위기로 집중호우와 태풍 등 자연재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재난 관련 데이터를 AI가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재난관리 체계를 한 단계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범정부 재난안전 AX(인공지능 전환)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50개 사업에 약 9,4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핵심은 재난이 발생한 뒤 피해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요인을 조기에 포착하고 사전 대비를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데 있다.

 

 

특히 이번 계획은 단순히 재난관리 업무에 생성형 AI 서비스를 도입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그동안 축적된 재난 데이터를 AI가 읽고 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부처와 기관별로 분산된 정보를 사건 단위로 연결하며, 실제 재난 현장에서 공무원의 판단을 지원하는 서비스까지 구축하는 것이 주요 방향이다.

 

 

결국 재난안전 AX의 성패는 AI라는 기술 자체보다 얼마나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실제 재난 현장의 의사결정과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계획이 재난관리의 디지털화를 넘어 ‘예측과 사전 대비 중심의 재난관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AI가 읽을 수 있는 ‘재난안전 데이터’부터 만든다

 

 

AI 기반 재난관리 체계의 출발점은 데이터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AI라도 입력되는 데이터가 불완전하거나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정확한 상황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축적된 재난안전 정보를 생성형 AI 등이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재난안전 AI 데이터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2026년 4월 공개한 조달입찰공고에서도 ‘재난안전 AI 데이터 구축’ 사업이 확인된다. 해당 공고의 사업금액은 약 43억1,900만 원이며 데이터 제공 서비스 형태로 추진됐다. 정부 계획에서는 매일 생산되는 ‘안전관리 일일상황보고서’와 ‘상황전파 메시지’처럼 문서 중심으로 축적돼 온 방대한 비정형 정보를 AI가 분석하기 용이한 데이터로 전환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여기에 위성 데이터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산사태취약지역 등 공간·위험정보까지 연계해 AI가 특정 지역에서 어떤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도 현재 공공지능데이터기획팀의 주요 업무로 ‘재난안전 AI 데이터 구축 및 제공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데이터 기반이 구축되면 향후에는 재난 유형과 지역, 기상조건, 과거 피해 사례 등 여러 변수를 함께 분석하는 AI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도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재난안전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데이터 수요 조사와 제공 절차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기상·하천 수위·119 신고를 하나로…AI가 위험 상황 종합 분석

 

 

현재 재난 관련 정보는 여러 기관에서 각각 생산·관리되고 있다. 집중호우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강수량과 기상 전망, 하천 수위, 침수 상황, 119 신고, 도로 통제 등 필요한 정보의 종류와 관리 기관이 다양하다. 정부가 구상하는 재난안전 AX의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이렇게 흩어진 정보를 ‘사건’을 중심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집중호우가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행정안전 분야에서 파악한 침수 범위와 피해 정보, 기상 당국의 기상 상황, 하천 수위 정보, 소방당국에 접수되는 119 신고 등을 AI가 함께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AI는 단순히 특정 지역의 강수량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여러 위험신호를 동시에 분석하고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판단정보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예컨대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특정 하천의 수위가 빠르게 상승하고 저지대와 지하공간 주변에서 신고가 잇따른다면 각각의 정보를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통합 분석을 통해 위험도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AI가 제시한 분석 결과가 곧바로 최종 재난 대응 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주민 대피나 도로·시설 통제 등은 현장의 상황과 관련 기관의 판단을 종합해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AI는 재난관리 담당자의 의사결정을 빠르고 정밀하게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의 정확성과 최신성, 기관 간 정보연계 체계 역시 함께 확보돼야 한다. 재난 상황에서는 잘못된 정보나 시간차가 큰 데이터가 오히려 판단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영천·인제에서 먼저 실증…AI가 대피·차단 방안 제시

 

 

정부는 재난안전 AX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실증에도 나선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부산광역시, 경북 영천시, 강원 인제군 등 3개 지방정부에서 ‘AI 기반 집중호우·태풍 대응 서비스’를 시범 구축한다.

 

 

서비스의 핵심은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AI가 실시간 기상정보와 지역별 위험요소, 과거 피해 사례 등을 종합 분석해 재난관리 담당자의 대응을 지원하는 데 있다. 지하공간과 저지대 등 침수 위험이 높은 지역정보와 과거 재난 피해 이력을 함께 분석하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대피 또는 차단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지역마다 재난 위험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에서도 이번 시범사업은 의미가 있다. 대도시에서는 지하공간과 도로 침수, 인구밀집지역의 신속한 대피 등이 중요할 수 있고, 산지나 하천 주변 지역에서는 산사태와 급류, 도로 고립 등 서로 다른 위험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시범사업에서 AI가 지역별 특성과 실시간 상황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반영하고, 실제 담당자의 의사결정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주요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정부와 협력해 내년 초까지 AI 의사결정 지원 서비스의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에서 확보한 결과는 향후 다른 지역이나 다른 재난 유형으로 AI 서비스를 확대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공공 누리집도 ‘AI 친화적’으로…재난정보 접근 방식 변화

 

 

정부의 재난안전 AX는 내부 행정 데이터뿐 아니라 국민이 접하는 공공정보 환경의 변화도 포함한다. 최근 생성형 AI를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공공 누리집에 게시된 정보를 AI가 얼마나 정확하게 찾고 이해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공공 누리집 가운데는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단계의 메뉴를 거쳐야 하거나 복잡한 방식으로 정보가 표시돼 있어 AI가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앞으로 공공 누리집을 신규 구축하거나 개편할 때 AI가 공공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식별하고 활용할 수 있는 ‘AI 친화적 웹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향후 재난안전 정보 제공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이 특정 재난정보를 직접 여러 사이트에서 찾아야 하는 방식에서 생성형 AI나 지능형 서비스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확인하는 방향으로 정보 접근 방식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난정보는 일반적인 생활정보보다 정확성과 시의성이 특히 중요하다. AI가 오래된 정보를 최신 정보로 오인하거나 출처가 다른 정보를 혼합할 경우 실제 안전과 직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AI 친화적인 정보구조를 만드는 것과 함께 정보의 갱신 시점, 출처, 공식성 등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AI가 재난을 ‘예측하는 기술’ 넘어 현장의 판단을 돕는 기반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재난안전 AX의 핵심은 AI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에 있지 않다. 재난이 발생한 뒤 정보를 모으고 대응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사전에 연결하고 분석해 위험을 더 빠르게 포착하는 체계로 변화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계획대로 2030년까지 50개 사업에 약 9,4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다면 재난안전 분야에서도 데이터 구축과 정보시스템 개선, AI 의사결정 지원 서비스가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영천·인제에서 시작되는 집중호우·태풍 대응 시범사업은 정책의 실효성을 확인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실제 재난 현장에서 AI가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지, 현장 공무원의 판단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기존 재난관리 시스템과 원활하게 연결되는지 등을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 발표에서 그동안 축적된 재난관리 데이터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신속하게 변환하고 융합해 현장 공무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재난안전 AX를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로 관계 기관의 협력을 당부했다.

 

 

앞으로의 과제도 분명하다. AI 분석의 출발점인 데이터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기관별로 서로 다른 데이터 체계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제시하는 결과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검증하고 최종 판단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도 필요하다.

 

 

결국 재난안전 AX가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지는지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AI를 이용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데이터와 AI, 현장 경험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위험을 한발 앞서 발견하고 대응하는 체계가 정착할 수 있을지가 향후 재난안전 정책의 중요한 관전 지점이다.

 

 

작성 2026.09.27 18:48 수정 2026.09.2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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