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의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이 6년 만에 완전변경을 거쳐 5세대로 돌아왔다. 이번 신형은 단순한 디자인 변화보다 차체와 실내 공간을 대폭 키우고 하이브리드 성능, 안전·편의 장비, 디지털 기능을 동시에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준중형 SUV’라는 기존의 차급 구분이 무색할 만큼 커진 차체다. 신형 투싼은 넓어진 실내와 적재공간을 앞세워 일상적인 출퇴근은 물론 자녀와 함께하는 이동, 여행과 레저까지 고려하는 패밀리 SUV 시장을 적극 겨냥했다.
현대차는 2026년 9월 18일 경기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서 5세대 ‘디 올 뉴 투싼’을 공개했다. 2020년 4세대 출시 이후 6년 만의 완전변경이다. 현대차는 10월 국내 판매 가격을 공개한 뒤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준중형의 한계를 넓혔다…패밀리 SUV로 진화한 투싼
신형 투싼의 변화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차체 크기다. 전장은 기존 모델보다 60㎜ 늘어난 4700㎜, 전폭은 40㎜ 확대된 1905㎜다. 앞뒤 바퀴 축 사이 거리인 휠베이스도 30㎜ 증가한 2785㎜로 길어졌다.
눈길을 끄는 수치는 1905㎜에 이르는 전폭이다. 제공된 자료를 기준으로 현대차의 상위 SUV인 싼타페보다도 5㎜ 넓다. 차급만 보면 준중형 SUV지만 실제 크기에서는 과거 준중형 모델에서 기대했던 범위를 상당 부분 넘어선 셈이다.
커진 차체는 실내 공간 확대로 이어졌다. 뒷좌석 무릎 공간은 14㎜, 머리 위 공간은 29㎜ 늘어났다. 트렁크 공간도 기존보다 22L 확대됐다. 가족 단위 소비자가 SUV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살펴보는 2열 거주성과 적재 능력을 동시에 강화한 것이다.
뒷문이 열리는 각도도 기존 73도에서 83도로 확대됐다. 수치만 보면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린 자녀를 카시트에 앉히거나 유모차와 여행용 가방 등 부피가 큰 물건을 싣고 내릴 때는 활용성이 달라질 수 있다.
신형 투싼의 공간 확대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SUV는 단순히 차체가 높은 승용차가 아니라 가족의 일상과 여행, 캠핑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생활공간의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 현대차가 신형 투싼의 차체와 실내를 함께 키운 것도 이 같은 소비 패턴을 반영한 변화로 볼 수 있다.
디자인은 현대차의 ‘아트 오브 스틸’ 철학을 토대로 강인한 SUV 이미지를 강조했다. 복잡한 선을 늘어놓기보다 차체의 면과 볼륨감을 살리고, 바퀴를 감싸는 펜더와 하단부를 두껍게 표현했다. 전면부의 세로형 주간주행등은 넓어진 차폭을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다만 커진 차체에는 양면성이 있다. 가족용 차량으로는 넓은 공간이 장점이지만 도심의 좁은 골목과 주차공간에서는 넓어진 전폭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 준중형 SUV의 상대적으로 다루기 편한 크기를 선호했던 소비자라면 실제 운전 환경에서 체감되는 차체 크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족 태우는 SUV, 사고 이후까지 고려한 안전기술
패밀리 SUV 경쟁력을 판단하는 또 하나의 기준은 안전성이다. 신형 투싼에는 충돌을 예방하는 기능뿐 아니라 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상황까지 고려한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차 최초로 적용한 ‘도어 언락 전원 이중화’다. 사고로 차량의 메인 전원 공급이 차단되더라도 별도의 백업 전원을 활용해 문 잠금 해제 기능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충돌 직후 전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탑승자의 탈출과 외부 구조가 지연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도 적용됐다. 갑작스러운 페달 오조작이 감지될 경우 차량이 가속을 제한하고 제동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2도 기본 적용됐다.
주차와 좁은 도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능도 강화했다. ‘기억 후진 보조’는 차량이 앞으로 이동했던 경로를 기억하고 후진할 때 스티어링 휠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기능이다. 좁은 골목이나 막다른 공간처럼 차를 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운전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륜구동 모델에는 차량 앞부분 아래쪽 노면을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라운드 뷰’도 적용됐다. 운전석에서 직접 보기 어려운 턱이나 돌 등 장애물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능이다.
이전 세대에서 지적됐던 후방 방향지시등의 위치도 변경했다. 신형에서는 방향지시등을 기존보다 약 262㎜ 높은 곳에 배치했다. 위치 변경이 실제 주행 환경에서 후방 차량의 시인성을 어느 정도 높이는지는 출시 이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245마력 하이브리드…공간뿐 아니라 성능·효율도 강화
신형 투싼은 몸집만 키운 것이 아니다. 파워트레인은 1.6 터보 가솔린과 1.6 터보 하이브리드 두 가지로 구성하면서 성능을 함께 끌어올렸다. 1.6 터보 가솔린 모델의 최고출력은 193마력으로 기존보다 13마력 높아졌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복합연비는 12.2㎞/L로 제시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기존보다 10마력 높아진 245마력이며 복합연비는 17.4㎞/L다. 차체가 커졌음에도 성능과 연료 효율을 함께 확보하려는 방향이 두드러진다.
차량의 기본적인 주행감각을 개선하기 위한 변화도 병행했다. 전륜 서스펜션과 차체 연결부의 강성을 높이고 후륜 서스펜션 지지구조를 보강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구동모터를 활용해 차량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E-트랙션’도 적용했다.
감속이 예상되는 구간을 판단해 운전자에게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시점을 안내하는 관성 주행 안내 기능도 들어갔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강점인 에너지 효율을 실제 운전 과정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기능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신형 투싼이 단순히 공간을 넓힌 가족용 차량에 머물지 않고 장거리 이동과 일상 주행에서 필요한 효율성과 승차감까지 함께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까지 품었다…결국 패밀리 SUV 경쟁의 변수는 가격
차량 내부에서는 디지털 경험을 강화했다. 신형 투싼에는 현대차 SUV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가 적용됐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의 기능을 활용해 운전자의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차량 기능을 제어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반복적인 이동 패턴이나 조건에 따라 목적지를 설정하고 차량 기능을 작동시키는 등 자동차를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형 중앙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서도 자주 사용하는 일부 기능에는 물리 버튼을 유지했다. 디지털 기능을 확대하되 운전 중 직관적으로 조작해야 하는 기능까지 모두 터치스크린에 넣지는 않은 것이다.
신형 투싼의 변화는 국내 SUV 시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차체 크기만 놓고 보면 전통적인 준중형 SUV와 중형 SUV 사이의 경계가 더욱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선택할 때 단순히 ‘준중형’이나 ‘중형’이라는 분류보다 실제 실내 공간과 연비, 편의장비, 가격을 종합적으로 비교할 가능성도 커졌다.
결국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가격이다. 넓어진 차체와 강화된 하이브리드 시스템, 새로운 안전기술, 인포테인먼트 기능에는 그만큼의 비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상품성이 높아졌더라도 가격 상승 폭이 커지면 소비자의 비교 대상은 같은 준중형 SUV를 넘어 상위 차급으로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합리적인 가격대를 확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존 준중형 SUV 구매층뿐 아니라 넉넉한 실내 공간과 연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 단위 소비자까지 선택지에 투싼을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다.
2004년 등장한 투싼은 이미 글로벌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넘어선 현대차의 대표 SUV다. 5세대가 선택한 방향은 비교적 명확하다. ‘준중형 SUV’라는 전통적인 틀에 머무르기보다 차체와 공간을 확대하고 하이브리드·안전·AI 기술을 더해 패밀리 SUV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다.
6년 만의 세대교체를 마친 투싼이 국내 패밀리 SUV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존재감을 확보할지는 10월 공개될 가격과 실제 소비자의 선택에서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