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LB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FGFR2 표적항암제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의 품목 허가를 확보하면서 미국 항암제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FDA가 공개한 승인 내용에 따르면 리라푸그라티닙은 이전에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수술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관암 성인 환자 가운데 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기타 재배열이 확인된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됐다.
이번 승인은 HLB에 단순한 신약 허가 이상의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 직접 항암제 상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데다 기존 치료제가 진입해 있는 FGFR 표적치료제 시장에서 실제 경쟁력을 검증받게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장의 관심은 FDA 승인 자체보다 실제 미국 출시와 의료진의 처방, 환자 접근성, 매출 발생 등 상업화 성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FGFR2 겨냥한 정밀항암제…ORR 46%
리픽투는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FGFR2를 표적으로 삼는 경구용 키나아제 억제제다. 담관암은 담즙이 이동하는 통로인 담관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일부 환자에게서는 FGFR2 융합 또는 재배열과 같은 유전자 이상이 확인된다.
이에 따라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검사한 뒤 치료 대상을 선별하는 정밀항암 치료 전략이 활용되고 있다. 리픽투 역시 이러한 특정 유전자 이상을 가진 환자를 치료 대상으로 삼는다.
FDA는 REFOCUS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리라푸그라티닙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FDA 공개자료에 따르면 해당 연구의 유효성 평가 대상에는 이전 화학요법 또는 화학면역요법을 받았으며 FGFR 억제제 치료 경험이 없는 수술 불가능 또는 전이성 담관암 환자 116명이 포함됐다.
독립평가위원회가 RECIST 1.1 기준으로 평가한 객관적반응률(ORR)은 46%로 나타났으며 95% 신뢰구간은 36~55%였다. 반응지속기간(DOR) 중앙값은 11.8개월이었다.
안전성 관리 역시 중요하다. FDA가 공개한 처방정보에는 안구 독성과 고인산혈증 및 연조직 석회화, 배아·태아 독성 등에 대한 경고와 주의사항이 포함돼 있다. 실제 처방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이상반응을 관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리픽투는 FGFR2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도록 개발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만 이러한 약리학적 특성이 다른 FGFR 억제제보다 임상적으로 우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치료 가치는 효과와 안전성, 환자 특성, 투약 지속성 및 향후 축적되는 실제 진료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가속승인 아닌 정식승인…미국 시장 경쟁 시작
이번 FDA 허가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리픽투가 가속승인이 아닌 정식승인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가속승인은 중증 질환이나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치료제를 환자에게 보다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활용되는 FDA 제도다. 승인 이후 추가적인 임상시험 등을 통해 임상적 유익성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리픽투가 해당 적응증에서 정식승인을 확보하면서 HLB와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본격적인 미국 상업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식승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뛰어나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임상시험에서 나온 객관적반응률이나 반응지속기간을 직접 비교하면 환자군과 시험 설계, 이전 치료 경험, 평가 시점 등의 차이가 반영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픽투가 진입하는 미국 FGFR 표적 담관암 치료제 시장에는 이미 기존 제품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후발주자인 리픽투는 허가 이후 의료진에게 임상적 특성을 알리는 동시에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전체 담관암 환자가 리픽투의 치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FGFR2 융합이나 재배열 여부를 검사해 치료에 적합한 환자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 접근성도 시장 확대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보험 적용과 환자 부담, 의약품 공급체계, 의료진의 치료 경험 등도 실제 처방을 결정하는 요소다. 결국 FDA 허가는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을 연 것이며 리픽투의 경쟁력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는 상업화 이후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출시 넘어 유럽·추가 적응증 확대 추진
HLB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리픽투의 미국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가 밝힌 계획대로 상업화가 진행되면 리픽투의 평가 기준도 ‘FDA 승인 여부’에서 ‘실제 처방 성과’로 이동하게 된다.
출시 초기에는 의료진의 채택 속도와 환자 접근성, 처방 증가 추이 등이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희귀암 시장은 환자군이 제한적인 만큼 치료 대상 환자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견하고 전문 의료기관과 연결하느냐도 중요하다.
HLB의 전략은 미국 담관암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회사 측 발표에 따르면 엘레바는 유럽에서도 담관암 치료제로 리픽투의 허가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 허가가 이뤄질 경우 미국에 이어 상업화 지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다만 유럽의약품청(EMA)의 심사는 FDA 승인과 별개의 절차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추가 적응증 확보도 추진되고 있다. FGFR2 융합 또는 재배열이 확인되는 다른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는 암이 발생한 장기만을 기준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종양의 유전적 특징에 따라 치료 대상을 확대하는 정밀항암 전략과 맞닿아 있다.
향후 추가 임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되고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을 경우 리픽투의 치료 대상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추가 적응증은 별도의 임상시험과 허가 심사를 거쳐야 하므로 현재 단계에서는 개발 가능성과 상업적 성과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픽투 다음은 간암 신약…HLB 미국 직판 전략 시험대
HLB가 리픽투 승인 이후 기대하는 또 하나의 효과는 미국 항암제 직접판매 경험의 축적이다. 신약 사업은 FDA 허가를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품 생산과 공급부터 의료진 대상 정보 제공, 보험 및 환자 접근성 확보, 유통망 운영 등 실제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복합적인 상업화 역량이 필요하다.
HLB는 리픽투 판매 과정에서 구축하는 미국 영업 조직과 네트워크를 향후 다른 항암제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항서제약과 함께 개발한 간암 1차 치료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FDA 재신청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회사 측 구상대로 해당 병용요법이 향후 FDA 허가를 받는다면 리픽투를 판매하면서 확보한 미국 항암제 영업 인프라를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 담관암과 간암 모두 항암치료 전문 의료진과 주요 암센터를 중심으로 치료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영업망의 효율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리픽투의 FDA 승인과 간암 치료제의 향후 심사 결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FDA는 각각의 의약품에 대해 임상자료와 안전성, 제조 및 품질관리 자료 등을 개별적으로 검토한다. 리픽투 승인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이 규제 대응과 조직 운영에 활용될 수는 있지만 이를 간암 치료제의 허가 가능성과 직접 연결해서는 안 된다. 결국 리픽투의 FDA 승인은 HLB 글로벌 항암제 사업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에 가깝다.
FGFR2 이상이 확인된 진행성 담관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추가된 가운데 HLB에는 FDA 허가라는 규제 성과를 실제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지속 가능한 사업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향후에는 미국 출시 이후 처방 추이와 시장 침투 속도, 유럽 허가 진행 상황, 추가 적응증 임상 결과 등이 리픽투의 가치를 판단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진행되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FDA 재신청 과정도 HLB의 미국 항암제 사업에서 중요한 변수다.
FDA 승인이라는 첫 관문을 넘어선 HLB가 리픽투를 미국 의료 현장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고, 여기서 확보한 규제·상업화 경험을 후속 항암제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