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의 세월을 품은 하회탈과 세계 각국의 가면이 경북 안동에서 만났다. 한국 전통 탈춤의 흥과 세계의 다양한 가면문화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2026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9월 24일 막을 올리면서 안동 도심 곳곳이 거대한 축제 무대로 변하고 있다.
올해 축제는 ‘가면의 기억, 모두의 춤’을 주제로 10월 4일까지 11일간 이어진다. 중앙선1942안동역과 탈춤공원, 안동 원도심, 하회마을을 중심으로 국내외 탈춤 공연부터 거리 퍼레이드, 전시, 체험, 전통문화 프로그램까지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특히 23개국에서 온 27개 해외 공연단과 국내 전통 탈춤 단체들이 안동에 모이면서 세계 각 지역의 가면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국제적인 문화교류의 장이 마련됐다.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비롯한 한국 탈춤과 해외 전통 공연이 한 무대에서 만나고, 관람객 역시 가면을 쓰고 거리로 나서 축제의 주인공이 된다.
올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주목할 부분은 규모만이 아니다. 오랜 세월 지역 공동체와 함께해 온 탈춤을 현대적인 공연과 관광 콘텐츠로 연결하고, 안동의 전통문화가 세계인과 소통하는 문화자원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6∼2028 글로벌 축제’에 선정된 이후 처음 열리는 올해 행사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국내 대표 지역축제를 넘어 국제적인 문화관광축제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전통 탈춤부터 세계의 가면춤,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퍼레이드, 하회마을의 선유줄불놀이까지. 안동에서 펼쳐지는 11일의 축제를 따라가 본다.
세계의 가면, 안동에서 춤추다
한국 탈춤의 본고장 안동이 세계 가면문화가 만나는 거대한 무대로 변신했다. 올해 축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제적인 규모다. 23개국에서 온 27개 해외 공연단이 안동을 찾았으며 국내에서도 전통 탈춤 17개 단체와 마당극·창작극 10개 팀 등이 참여한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공연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안동은 축제 기간 세계 각국의 가면과 춤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국제문화 교류의 장이 된다.
한국 탈춤의 존재감도 뚜렷하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 탈춤 가운데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비롯해 봉산탈춤과 강령탈춤, 동래야류 등이 관람객을 만난다.
한국 사회의 역사와 공동체 문화를 품어온 탈춤이 세계 각지의 가면문화와 한 공간에서 호흡한다는 점에서 이번 축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전통문화를 단순히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세대를 이어온 문화유산을 오늘의 관객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회탈과 23개국 가면춤, 국경 넘어 한 무대에
축제의 공식 개막식은 25일 오후 7시 중앙선1942안동역 메인무대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오후 6시부터 국내외 공연단과 시민이 함께하는 개막 퍼레이드가 원도심에서 축제장으로 이어진다. 개막 무대에서는 해외 공연단의 입장 공연과 축제의 주제를 표현한 공연 등이 마련된다. 이어 공연자와 관람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난장이 펼쳐지면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다.
세계 공연단의 면면도 다양하다. 올해 주빈국은 말레이시아다. 26일에는 ‘말레이시아 주빈국의 날’이 마련돼 말레이시아 사바주 대표단과 공연단이 참여한다. 축제장에서는 사바주의 전통문화와 관광 콘텐츠 등을 소개하는 문화관도 운영된다.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뉴질랜드 마오리 문화와 중국 공연예술, 태국의 전통 가면무용극 등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공연을 한 축제에서 만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안동의 하회탈과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자리한다. 지역 공동체의 역사와 삶이 녹아 있는 전통문화가 세계 각국의 공연과 한 무대에서 만나는 장면은 지역문화가 국제적인 문화교류의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앙선1942안동역부터 하회마을까지…도시 전체가 축제장
올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축제 공간을 특정 공연장에 한정하지 않는다. 중앙선1942안동역과 탈춤공원에서 시작된 축제의 열기는 원도심과 하회마을까지 이어진다. 방문객이 도시를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연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도록 축제 공간을 확장했다.
공연장이 도시 곳곳으로 넓어지면서 관광객은 축제를 관람하는 동시에 안동이라는 도시 자체를 경험하게 된다. 원도심과 주요 관광지를 축제 동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방문객의 이동 범위를 넓히고 지역 관광과 상권에도 활력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스크 쓰고 거리로…관람객이 축제의 주인공
올해 축제에서는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도 비중 있게 마련됐다. 대표 프로그램인 글로벌 마스크 퍼레이드는 9월 26일과 27일, 30일, 10월 3일 등 네 차례 진행된다. 국내외 공연단과 시민, 관광객이 함께 거리로 나서면서 도심 자체가 하나의 공연장으로 변한다.
직접 탈춤을 경험할 기회도 마련된다. 탈춤공원에서는 관람객이 탈춤과 축제 댄스를 배울 수 있으며 축제장 곳곳에서는 탈놀이단의 게릴라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세계탈놀이 경연대회와 세계창작 탈 공모전, 탈춤 그리기 대회 등 참여형 행사도 이어진다. 직접 가면을 제작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마련돼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광객도 축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전통 탈춤뿐 아니라 대학생 공연과 어린이 인형극, 마당극 등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도 마련된다. 전통문화를 오늘의 관객에게 보다 친숙한 방식으로 전달하려는 시도다.
하회마을의 가을밤 밝히는 선유줄불놀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또 다른 무대는 하회마을이다. 하회마을에서는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비롯한 전통문화 공연이 펼쳐지며 안동이 오랜 시간 이어온 문화적 뿌리를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가을밤을 장식할 선유줄불놀이가 관심을 모은다. 올해 선유줄불놀이는 9월 26일과 10월 3일 오후 7시, 축제 마지막 날인 10월 4일에는 오후 6시 30분부터 만송정과 부용대 일원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선유줄불놀이는 강을 사이에 둔 부용대와 만송정을 연결한 줄에 불을 밝히는 줄불을 중심으로 낙화와 뱃놀이 등이 어우러지는 안동의 전통 불놀이다. 하회마을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불빛은 대형 공연장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안동만의 가을 풍경을 만들어낸다.
400여 점 창작 탈부터 마스크 만들기까지
공연만큼 다양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도 축제를 채운다. 세계창작 탈 공모전 수상작 400여 점을 비롯해 세계의 다양한 탈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와 동아시아 문화도시 관련 전시 등이 운영된다. 공연장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탈뿐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 가면까지 만날 수 있어 탈이 가진 예술적 다양성을 살펴볼 수 있다.
직접 가면을 만들어 보는 체험과 안동의 전통주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 등도 마련된다. 공연과 전시, 체험, 지역 먹거리를 연결해 방문객이 안동의 문화를 여러 방식으로 경험하도록 한 구성이다.
‘글로벌 축제’ 선정…세계로 향하는 안동
2026년 축제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변화는 국제화를 향한 움직임이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26∼2028 글로벌 축제’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계기로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프로그램과 야간 콘텐츠, 지역 체류를 유도하는 관광 프로그램 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축제의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축제장을 찾는 방문객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관광객이 지역에 머물면서 숙박과 음식, 전통시장, 문화유산 등 다른 관광자원까지 경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안동은 하회마을과 하회탈을 비롯해 전통 유교문화와 지역 음식, 전통주 등 서로 연결할 수 있는 문화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이러한 자원을 이어주는 플랫폼으로 발전한다면 축제의 경제·문화적 효과를 지역 곳곳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탈 하나로 세계와 소통하다…11일간 이어지는 문화의 향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정체성은 결국 ‘탈’에서 출발한다. 탈은 얼굴을 가리는 도구인 동시에 인간의 감정과 사회의 모습을 표현해 온 문화적 장치다. 한국의 하회탈부터 세계 각국의 가면까지 형태와 의미는 다르지만 춤과 놀이를 통해 사람들이 함께 어울린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2026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이러한 문화적 공통점을 안동이라는 공간에 모은다. 23개국의 공연자와 안동 시민, 국내외 관광객이 같은 거리에서 걷고 춤추는 11일 동안 오래된 하회탈의 이야기는 세계의 가면문화와 만나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로 확장된다.
축제는 10월 4일까지 이어진다. 전통을 보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의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고 세계인과 함께 나누는 살아 있는 문화로 이어가는 것. 2026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펼쳐 보이는 11일의 무대가 주목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