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연금·생계급여·근로소득 따로 움직여…제도 간 연계 보완 과제
- 고령·빈곤·1인가구·불안정 노동 겹쳐…후기고령층 맞춤 대책 필요
75세가 넘어서도 임시·일용직으로 일하는 빈곤층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일을 계속하는 고령자가 늘었다는 사실만 보면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은 근로소득과 연금·복지급여를 합하고도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에 머문 집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가계금융복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75세 이상 빈곤층 가운데 임시·일용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4.7%에서 2024년 15.6%로 높아졌다.
전체 빈곤층에서 7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9.7%에서 29.0%로 상승했다.
이 결과는 모든 75세 이상 고령자가 가난하거나 생계 때문에 일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위소득 50% 이하인 빈곤층 안에서 후기고령층과 불안정 노동의 비중이 함께 커졌다는 의미다.
고령자의 취업자 수와 일자리 공급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일을 마친 뒤 실제 생활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빈곤층 10명 중 3명이 75세 이상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9월 21일 발간한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제474호 「빈곤 구조의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빈곤층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5.4%에서 2024년 47.6%로 높아졌다.
빈곤층의 절반 가까이가 고령층인 셈이다.
특히 75세 이상 후기고령층 비중은 19.7%에서 29.0%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에서 7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6.1%에서 8.5%로 늘었다.
전체 인구의 고령화보다 빈곤층 내부에서 후기고령층 비중이 더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연구에서 빈곤층은 가구원 수를 고려해 조정한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으로 정했다. 가처분소득에는 근로·사업소득과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 지원이 포함되며 세금과 사회보험료는 제외된다.
다만 해당 수치는 국가가 공식 발표한 연령별 빈곤율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다.
연구자가 가계금융복지조사 원자료를 분석해 빈곤층 내부의 연령과 고용 형태를 산출한 결과다. 연구 내용 역시 필자의 견해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75세 이상 빈곤층, 임시·일용근로 비중 세 배로
빈곤층 전체에서 임시·일용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1.6%에서 2024년 15.5%로 높아졌다.
변화는 75세 이상 빈곤층에서 더욱 뚜렷했다. 이들의 임시·일용근로 비중은 같은 기간 4.7%에서 15.6%로 세 배 이상 상승했다.
여기서 15.6%는 75세 이상 인구 전체의 비율이 아니다.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75세 이상 빈곤층 안에서 임시·일용근로자로 분류된 비중이다.
이번 분석만으로 고령자 개개인의 취업 이유를 알 수는 없다.
생계비 마련뿐 아니라 사회참여와 건강 유지, 개인적 선택으로 일을 계속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근로시간과 임금, 취업 동기가 포함된 조사도 아니다.
그럼에도 해당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도 빈곤층에 머물렀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고령층에게 노동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통로가 아니라 부족한 생활비를 채우는 수단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후기고령층의 취약한 소득 기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5』에서도 우리나라 후기고령층의 소득 취약성이 확인된다.
OECD가 국가별 최신 가용 자료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9.7%였다. 66∼75세는 29.8%, 76세 이상은 54.0%로 나이가 많은 집단에서 빈곤율이 더 높았다.
76세 이상 고령자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전체 인구 평균의 약 57% 수준이었다.
OECD는 현재 후기고령층이 상대적으로 공적연금 가입기간이 짧았다는 점을 연령대별 소득 격차의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다.
OECD 자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은 조사 연도와 연령 구분, 자료 작성 방식이 다르다.
두 수치를 직접 연결해 증감률을 계산할 수는 없다. 다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연금과 근로소득 기반이 약해지고 빈곤 위험이 커지는 흐름은 두 자료에서 모두 확인된다.
노인일자리 115만 개…공급량만으로 효과 판단 어려워
정부는 2026년 노인일자리를 역대 최대인 115만2000개 제공할 계획이다. 2025년보다 5만4000개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공익활동형은 70만9000개로, 평균 활동비는 월 29만원이며 사업 기간은 11개월이다.
경력과 역량을 활용하는 역량활용형은 19만7000개로, 평균 급여는 월 76만1000원이고 사업 기간은 10개월이다.
노인일자리는 고령자에게 소득과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자리 수가 늘어난다고 노인빈곤이 같은 폭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월 29만원의 공익활동비는 생활비를 보충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생계소득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업이 끝난 뒤에는 소득 공백도 생길 수 있다.
수요도 공급보다 많았다. 정부가 공익활동형·역량활용형·공동체사업단 97만 개의 참여자를 집중 모집한 결과 122만 명이 신청했다. 정부가 산출한 경쟁률은 1.24대 1이었다.
따라서 정책 효과는 공급한 일자리 개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참여자가 받은 연간 총소득과 사업 종료 후 소득 공백, 기존 복지급여의 변화, 건강 상태에 맞는 업무였는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첫 번째 과제는 후기고령층 소득보장 강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빈곤한 노인과 후기고령층을 우선 고려해 기초연금 급여 수준을 높이고, 수급 대상과 급여체계를 함께 재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26년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월 247만원, 부부가구 월 395만2000원이다.
선정기준액은 실제 지급되는 연금액이 아니다. 근로·연금소득과 재산, 부채 등을 소득으로 환산한 ‘소득인정액’이 기초연금 수급 기준을 충족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선이다.
보건복지부는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기초연금 수급자가 약 70%가 되도록 선정기준액을 정한다.
실제 수급자의 약 86%는 소득인정액이 월 150만원 미만인 중·저소득자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노후소득 보장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기초연금 제도 개선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개편안과 시행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향후 논의에서는 기초연금의 전체 수급 범위뿐 아니라 빈곤 위험이 높은 후기고령층에 어느 정도의 소득을 보장할 것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모든 고령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급여를 늘릴지, 소득이 낮은 집단을 더 두텁게 지원할지를 포함하는 문제다.
두 번째 과제는 ‘일하면 급여가 줄어드는 구조’ 조정
기초생활보장제도는 65세 이상 수급자의 근로·사업소득을 산정할 때 월 20만원을 먼저 빼고, 남은 금액의 30%를 추가로 공제한다. 고령자가 일을 해 소득을 얻더라도 그 금액 전부를 소득으로 계산하지 않도록 한 장치다.
그러나 근로소득이 늘어난 만큼 생계급여나 다른 지원이 줄어들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의 증가 폭은 근로소득보다 작을 수 있다.
임시·일용근로자는 월별 소득 변동이 크기 때문에 일감이 있을 때와 끊겼을 때 급여 산정이 달라지는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연구진은 일을 원하는 고령자에게 근로소득이 생기더라도 생계급여 등 기존 수급액이 크게 줄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적 지원과 근로소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하기보다 두 소득이 서로 보완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근로소득을 무조건 소득 산정에서 제외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공제 범위를 조정할 때는 근로 유인과 다른 수급자와의 형평성, 추가 재정 부담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실제 가처분소득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기준으로 제도를 점검하는 일이다.
세 번째 과제는 노인일자리 급여와 지속성 개선
노인일자리 정책도 공급 규모와 함께 급여 수준과 사업의 지속성을 살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노인일자리 급여를 현실화해 근로소득의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공익활동형처럼 활동비가 월 29만원인 사업은 사회참여 지원이라는 목적과 빈곤 완화라는 목적을 구분해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모든 노인일자리를 일반적인 상용직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참여자의 건강과 근로 능력, 사업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생활비 마련이 절실한 고령자에게는 근무시간과 책임에 맞는 보수를 지급하고, 사업이 끝난 뒤 다른 일자리나 소득지원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75세 이상에게는 안전도 중요한 기준이다.
장시간 서 있거나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일보다 경력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고 사고 위험이 낮은 업무를 확대해야 한다.
건강이 악화되면 일자리에서 소득지원이나 돌봄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 연결 체계도 필요하다.
네 번째 과제는 제도 사이에 놓인 근로빈곤층 지원
빈곤 대책은 생계급여 수급자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부족할 수 있다.
소득이 생계급여 기준을 조금 넘지만 주거비와 의료비를 부담하고 나면 생활이 어려운 근로빈곤층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긴급복지지원과 근로장려세제,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적용 범위와 급여 수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존 제도의 지원 기준에서 벗어나 있지만 빈곤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는 고용서비스와 소득보장을 함께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다만 이 제안은 75세 이상에게 세 제도를 일괄 적용하자는 내용은 아니다. 연령과 취업 상태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핵심은 소득 기준을 조금 넘었다는 이유로 모든 지원이 한꺼번에 끊기는 구간이 있는지 확인하고, 제도 사이의 공백을 줄이는 데 있다.
다섯 번째 과제는 1인가구에 소득·주거·돌봄 함께 지원
빈곤의 고령화는 1인가구 증가와 맞물려 있다.
빈곤층 내 1인가구 비중은 2016년 20.5%에서 2024년 36.9%로 상승했다. 65세 이상 빈곤층에서는 1인 또는 2인 가구가 90% 이상을 차지했고, 1인가구 비중만 40%를 넘었다.
연구진은 가족과 생활비를 나누기 어려운 1인가구가 주거비와 생활비를 혼자 부담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임시·일용근로가 겹치면 일감 감소나 건강 악화가 곧바로 소득과 돌봄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75세 이상 근로빈곤층 대책은 연금이나 일자리 가운데 하나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득지원과 주거비, 의료·돌봄, 식사, 이동 지원을 한 사람의 생활 단위에서 함께 살펴야 한다.
행정복지센터와 노인일자리 수행기관, 돌봄기관이 협력해 불안정 노동을 병행하는 독거 고령자를 찾아내고, 이용할 수 있는 급여와 서비스를 안내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일을 쉬게 됐을 때는 긴급복지지원이나 기초생활보장 등으로 신속하게 연결해 소득 공백이 주거 불안과 건강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정책 평가 기준도 바뀌어야
앞으로는 노인일자리 공급량과 기초연금 수급자 수만으로 정책 성과를 판단하기보다 고령자의 실제 생활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일자리 참여 전후의 근로소득과 연금, 생계급여, 주거·의료비를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일해서 번 금액만큼 다른 지원이 줄지는 않았는지, 사업이 끝난 뒤 다시 빈곤이 깊어지지는 않았는지도 살펴야 한다.
통계 보완도 필요하다. 이번 분석만으로는 75세 이상 빈곤층의 취업 동기와 근로시간, 임금, 연금 가입기간, 복지급여 수급 여부를 알기 어렵다.
이런 정보를 함께 분석해야 불안정 노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과 생계를 위해 일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연구진도 최근 빈곤층의 구성 변화가 전체 상대빈곤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자료가 더 축적된 뒤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자료에서 확인되는 것은 빈곤층 안에서 후기고령층과 1인가구, 불안정 노동의 비중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자가 원해서 일을 이어가는 것은 활기찬 노후의 한 모습일 수 있다.
문제는 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생활을 유지하려고 불안정한 노동을 멈추기 어려운 경우다.
‘빈곤의 고령화’에 대응하려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는지를 넘어, 일을 마친 뒤 실제 소득이 늘고 생활이 안정됐는지를 정책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