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인천의 진산 계양산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신화는 시간에 새긴 신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간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시간이 낡아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숨처럼 되살아나 이야기가 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이제, 이야기의 문을 열어볼까요. Let’s go.
오늘은 인천의 한가운데 우뚝 솟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산, 계양산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아주 오래전, 계양산에는 산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한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날마다 산에 올라 나무와 바람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느 날 소년이 산에게 물었습니다.
“산님,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나요?”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란다.”
“그럼 산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나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단다.”
그때였습니다. 멀리서 전쟁의 북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람들은 산으로 올라왔고, 돌을 하나씩 옮겨 성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밤낮없이 돌을 나르던 사람들은 산의 능선을 따라 단단한 성벽을 만들었습니다. 한 노인이 마지막 돌 하나를 올려놓으며 말했습니다.
“이 성이 우리를 지켜주겠지요?”
“아니다.”
“무엇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말씀입니까?”
“돌이 너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키려는 너희의 마음이 너희를 지키는 것이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전쟁도 지나갔고, 왕조도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이 떠나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동안 성벽의 돌은 조금씩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러나 산은 그 모든 것을 기억했습니다. 누가 이 산을 올랐는지, 누가 이곳에서 사랑을 나누었는지, 누가 가족을 잃고 눈물을 흘렸는지, 누가 정상에 올라 먼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산은 단 한 사람의 이름도 잊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아주 어린 아이가 산 정상에 올라 넓게 펼쳐진 세상을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산님,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는데 왜 당신은 여기에 계속 계세요?”
“사람은 사라져도 사람이 남긴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란다. 그러니 너도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의 마음에 좋은 기억 하나를 남겨두거라. 그것이 사람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유산이란다.”
오늘도 계양산에는 사람들이 오릅니다.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걷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걷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혼자 걷습니다. 그리고 산은 여전히 말없이 그들을 품습니다. 어쩌면 산이란 사람보다 오래 사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온 시간을 끝까지 기억해 주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