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은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가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는 대표적인 명절이다. 송편과 각종 전, 갈비찜, 잡채, 한과, 식혜 등 풍성한 음식이 상을 가득 채운다. 그러나 평소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명절 음식 앞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추석 음식이 곧바로 당뇨병과 같은 질환을 ‘유발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문제는 명절 음식 상당수가 탄수화물과 당류, 지방, 나트륨 함량이 높고 한 끼에 여러 종류를 동시에 섭취하기 쉽다는 데 있다. 이러한 식습관이 반복되면 체중 증가와 혈당·혈압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추석 음식인 송편은 크기가 작아 부담 없이 먹기 쉽지만 주재료가 쌀이다. 여기에 깨나 설탕, 콩 등으로 만든 소가 들어간다. 식사 후 후식처럼 여러 개를 추가로 먹으면 밥을 먹고 다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식혜와 수정과, 한과, 약과 같은 달콤한 후식까지 더해지면 당류 섭취량은 더욱 늘어난다.
각종 전도 주의가 필요하다. 동태전, 동그랑땡, 육전, 꼬치전 등은 명절을 대표하는 음식이지만 밀가루와 달걀옷을 입히고 기름에 조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명절에는 한 종류만 먹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전을 조금씩 맛보다 보니 실제 섭취량을 인식하기 어렵다.
갈비찜과 잡채 역시 마찬가지다. 갈비찜은 지방 함량이 높은 고기 부위에 간장과 설탕 등을 이용해 조리하는 경우가 많고, 잡채는 당면에 고기와 채소, 양념과 기름이 더해진다. 여기에 밥과 국, 전까지 함께 먹으면 한 끼 식사의 열량과 탄수화물, 나트륨 섭취가 평소보다 크게 증가할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명절 동안 평소의 식사 시간과 섭취량이 달라지기 쉽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친척집을 방문할 때마다 음식을 권하거나 식사 사이에 과일과 떡, 과자 등을 계속 먹으면 혈당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명절이니까 며칠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으로 평소의 식사 원칙을 완전히 내려놓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도 국과 찌개, 갈비찜, 나물 등 양념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한꺼번에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음식의 간이 강할수록 밥을 더 많이 먹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추석 음식을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명절 식사의 핵심은 ‘금지’가 아니라 ‘양과 조합’이다. 송편은 먹을 개수를 미리 정하고, 전은 여러 종류를 조금씩 맛보는 정도로 섭취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갈비찜은 눈에 보이는 지방을 덜어내고 채소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식혜나 탄산음료 대신 물이나 무가당 차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식사 순서를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물과 채소류를 먼저 먹고 단백질 식품과 탄수화물을 적절히 배분하면 과식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큰 접시에 음식을 계속 가져다 먹기보다 개인 접시에 먹을 만큼만 덜어 놓으면 자신이 얼마나 먹었는지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식사 후에는 가족과 함께 가볍게 걷는 것도 좋다. 명절이라고 하루 종일 앉아서 이야기하거나 TV를 시청하기보다 산책이나 가벼운 신체활동을 하면 과식 후의 부담을 줄이고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추석 음식의 진짜 위험은 특정 음식 하나에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보다 많이 먹고, 자주 먹고, 움직임은 줄어드는 명절의 생활패턴이 더 큰 문제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명절에도 자신의 평소 식사량과 복약·운동 습관을 가능한 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풍성한 음식은 추석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많이 차린 상’이 반드시 ‘많이 먹어야 하는 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올해 추석에는 음식의 종류보다 먹는 양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명절의 풍요로움은 과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나누는 시간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