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서쪽 끝, 대서양을 마주한 Senegal에는 커다란 접시 하나를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특별한 음식이 있다.
바로 티에부디엔(Thiéboudienne·Ceebu Jën)이다.
생선을 토마토와 채소로 조리하고 그 진한 국물에 쌀을 익혀 만드는 음식으로, 오늘날 세네갈을 대표하는 국민음식으로 꼽힌다.
이름부터 음식의 정체를 그대로 보여준다. 세네갈에서 널리 사용되는 월로프어에서 'Ceeb'은 쌀, 'Jën'은 생선을 뜻한다. 말 그대로 '생선과 쌀'이다.
그런데 이 평범해 보이는 조합 뒤에는 세네갈의 역사와 여성 요리사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티에부디엔의 탄생지로 널리 알려진 곳은 세네갈 북서부의 옛 도시 Saint-Louis다.
세네갈강 하구에 자리한 생루이는 오랫동안 어업과 교역이 활발했던 곳이다. 대서양에서 잡은 신선한 생선은 풍부했지만 오늘날처럼 쌀이 일상적인 주식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긴 변화의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19세기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아시아산 쌀의 유입이 증가했고, 세네갈 사람들의 식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바로 이 과정에서 현지의 생선 조리법과 쌀이 만나기 시작했다.
티에부디엔의 탄생 이야기에는 펜다 음바예(Penda Mbaye)라는 여성도 등장한다.
전승에 따르면 19세기 생루이에서 활동했던 펜다 음바예가 생선과 채소를 조리한 국물에 쌀을 넣어 익히는 방식의 티에부디엔을 발전시켰다고 한다.
다만 그녀 한 사람이 어느 날 이 요리를 완전히 새롭게 발명했다고 확인할 만한 기록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펜다 음바예의 이야기는 티에부디엔의 역사와 함께 전해지는 중요한 지역 전승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조리 과정을 살펴보면 이 음식의 매력이 더욱 분명해진다.

먼저 생선 살에 작은 칼집을 낸다. 그 안에 파슬리와 마늘, 고추 등을 찧어 만든 향긋한 양념 로프(Rof)를 채워 넣는다.
이 생선을 토마토와 양파 등을 넣은 소스에서 익힌다.
여기에 당근과 양배추, 카사바, 가지 같은 큼직한 채소가 들어간다. 생선과 채소를 익혀낸 뒤에는 그 국물을 버리지 않는다.
바로 그 국물에 쌀을 넣는다.
생선과 채소, 토마토의 감칠맛이 녹아든 육수를 쌀이 천천히 흡수한다. 그래서 완성된 밥 자체가 하나의 요리가 된다.
바닥에 살짝 눌어붙은 쌀도 별미다. 진한 소스가 배어 고소하게 눌은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완성된 티에부디엔은 큰 접시에 쌀을 넓게 담고 가운데 생선과 여러 채소를 풍성하게 올려낸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이 접시 주위에 둘러앉는다.
전통적인 식사에서는 각자 앞쪽의 음식을 먹으면서 가운데 놓인 생선과 채소를 함께 나눈다. 그래서 티에부디엔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사람을 하나의 식탁으로 모으는 음식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티에부디엔이 세네갈 국경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슷한 쌀 요리가 서아프리카 여러 지역으로 퍼지면서 각 지역의 재료와 입맛에 맞게 변화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알려진 졸로프 라이스(Jollof Rice)와도 역사적·문화적으로 연결해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2021년에는 세네갈의 Ceebu Jën 조리와 관련된 문화적 전통이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한때 어촌과 가정에서 만들어 먹던 한 끼가 세계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음식문화로 인정받은 것이다.
티에부디엔의 역사가 특별한 이유는 값비싼 재료 때문이 아니다.
바다에서 얻은 생선, 시장의 채소 그리고 쌀이라는 평범한 재료를 한 냄비에서 가장 맛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사람들이 오랜 시간 찾아냈기 때문이다.
또 그 음식은 가족과 이웃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문화와 결합하면서 세네갈 사람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성장했다.
생선 한 마리와 쌀 한 줌에서 시작된 음식이 한 나라의 국민음식이 되고, 마침내 세계문화유산의 한 부분이 됐다.
티에부디엔은 위대한 음식이 반드시 화려한 재료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과 지혜, 그리고 함께 먹는 시간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 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