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강의 중심에 자리한 노들섬이 오는 10월 거대한 빛의 예술공간으로 변신한다. 서울시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간 노들섬 일대에서 ‘2026 서울라이트 한강 빛섬축제’를 개최한다. 올해 행사는 ‘빛의 서사시(Rhapsody of Light)’를 주제로 한강의 자연환경과 미디어아트, 음악, 첨단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작품과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서울시가 공개한 행사 정보에 따르면 축제 주요 프로그램은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운영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와 노들스퀘어, 노들갤러리 등 섬 곳곳이 전시와 공연 공간으로 활용된다.
2023년 서래섬에서 시작한 빛섬축제는 2024년 여의도, 2025년 뚝섬한강공원을 거쳐 올해 노들섬으로 무대를 옮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으면서 단순한 야간 조명 행사를 넘어 한강의 장소성과 미디어아트를 연결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야간 문화행사 가운데 하나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강 수면까지 작품이 된다…자연과 만난 레이저아트
이번 축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노들섬이라는 공간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서울시 행사 안내에 따르면 노들섬에는 메인 레이저아트 3점과 라이브하우스 멀티미디어 공연 3편을 포함해 총 14점의 레이저·미디어아트 작품이 마련된다. 대학과 협업한 빛 조형 작품 3점도 별도로 선보인다.
해외 미디어아티스트의 참여도 관심을 끈다. 대만의 아카 창(Aka Chang)은 한강의 물과 레이저를 결합한 오디오·비주얼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고정된 스크린에 영상을 투사하는 일반적인 미디어아트와 달리 실제 한강 수면이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물결과 바람에 따라 빛의 반사와 형태가 달라지는 만큼 관람 시점과 주변 자연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장면을 경험할 수 있다.
이탈리아 아티스트 듀오 콰이어트 앙상블(Quiet Ensemble)의 작품에서는 천문 데이터와 빛이 만난다. 레이저와 공간 구조, 데이터를 활용해 우주와 별을 연상시키는 환경을 구성하면서 관람객이 작품 외부에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빛이 만들어낸 공간 안으로 들어가도록 설계했다.
노들섬으로 향하는 한강대교 약 300m 구간에는 LED와 사운드를 활용한 ‘빛섬 산책로’가 조성되고, 노들스퀘어에는 레이저와 LED, 사운드를 결합한 ‘빛의 파빌리온’이 설치된다. 축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빛 경험으로 확장하려는 구성이다.
거문고부터 AI까지…노들섬에서 만나는 새로운 공연
빛섬축제의 또 다른 축은 음악과 미디어아트가 결합한 공연이다.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는 무토(MUTO), 씨피카(CIFIKA), 빠키(VAKKI) 등 국내 창작자들이 참여하는 멀티미디어 공연이 마련된다. 전통음악부터 일렉트로닉 음악과 디지털 기술까지 서로 다른 장르를 빛과 영상으로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토는 거문고를 비롯한 전통음악의 요소에 전자음악과 민요, 무용을 결합하고 LED 영상과 레이저를 활용한 오디오비주얼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씨피카는 일렉트로닉 팝을 중심으로 음악과 시각적 연출을 결합하며, 빠키는 AI와 디지털 기술을 창작 과정에 활용해 도시의 이미지와 기억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공연을 준비한다.
대학생들의 참여도 확대된다. 건국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작가들과 협업한 빛 조형 작품을 노들섬 곳곳에서 선보인다. 일부 작품은 관람객의 목소리나 움직임에 따라 빛과 소리가 변화하는 방식으로 제작돼 시민이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을 넘어 작품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참여자가 되도록 구성됐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미술 전시와 공연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한강이라는 자연환경 위에 음악과 레이저, 데이터, AI, 설치미술을 겹쳐 놓으면서 도시의 야간 공간을 하나의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보는 축제’에서 ‘참여하는 축제’로
올해 빛섬축제는 예술작품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 참여와 사회공헌을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는 ‘동행라이트’는 공연과 기부를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초록우산, 기아대책, 한국컴패션, 희망브리지 등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공연과 함께 현장 및 디지털 모금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정원, 박성희, 범키, 안세권, 션, 쿠기 등이 참여할 예정이며, 10월 9일에는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라이팅 패션쇼’도 열린다. 문화행사를 사회적 나눔과 연결함으로써 축제 참여의 의미를 확장하려는 시도다. 과학과 예술을 연결하는 야외 강연 프로그램 ‘빛섬렉처’도 진행된다. 10월 9~10일 과학 커뮤니케이터와 전문가들이 우주와 빛, 과학, 브랜드 등을 주제로 시민들과 만난다.
본격적인 야간 프로그램에 앞선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에는 러닝과 요가, 야외독서, 전통문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야간 미디어아트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시민들이 오후부터 노들섬에 머물며 문화와 휴식을 함께 경험하도록 축제의 시간대를 확장한 셈이다.
빛으로 연결되는 한강…서울 야간관광 콘텐츠로 확장
대규모 방문객이 예상되는 만큼 교통 편의 대책도 마련됐다. 축제 기간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신용산역 4번 출구에서 노들섬, 노들역 2번 출구, 노량진역 3번 출구를 연결하는 약 7㎞ 구간에 셔틀버스 4대가 투입된다. 운행 간격은 약 15분이다.
한강을 이용해 축제장을 찾는 방법도 마련된다. 여의도 이크루즈 선착장과 노들섬 사이에는 특별유람선이 운항한다. 서울시가 공개한 계획에 따르면 오후 3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평일 4회, 주말 8회 운항할 예정이다. 주변 상권과의 연계도 추진한다. 노량진 일대 등 지역 상권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해 축제 방문객의 움직임을 노들섬 내부에 한정하지 않고 주변 지역까지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근 도시축제가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야간관광과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콘텐츠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노들섬은 한강대교를 통해 용산과 동작을 연결하고 있어 축제 방문객의 이동이 주변 상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리적 특징을 갖고 있다.
‘2026 서울라이트 한강 빛섬축제’가 보여주려는 것은 단순히 어두운 밤을 밝히는 조명이 아니다. 한강의 물과 바람, 노들섬의 자연환경에 예술과 음악,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더해 익숙한 도시 풍경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낮에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었던 노들섬이 해가 진 뒤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바뀌는 셈이다.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던 장소에서 직접 빛과 예술 속을 걷는 장소로의 변화다. 올가을 노들섬에서 펼쳐질 ‘빛의 서사시’가 한강의 밤에 어떤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