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드래곤까지 합류한 아시아 캠페인…K푸드와 K컬처 결합 시도
고추장의 매콤한 맛과 버터의 부드러운 풍미가 만났다. 한식당의 퓨전 메뉴가 아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브랜드 맥도날드가 한국에서 개발한 이 조합을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맛으로 꺼내 들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17일 ‘맥크리스피 고추장 버터’와 ‘맥스파이시 고추장 버터’를 국내에 출시했다. 두 제품의 중심에는 한국맥도날드가 개발한 ‘고추장 버터 소스’가 있다. 고추장이 가진 매콤한 특성을 살리면서 버터의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맥도날드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두 제품을 각각 통닭다리살 케이준 치킨 패티와 닭가슴살 패티에 고추장 버터 소스를 조합한 메뉴로 소개하고 있다.
이번 신제품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고추장 버거’가 등장했다는 데 있지 않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맛의 콘셉트가 한국 시장에 머물지 않고 아시아 공동 캠페인의 중심으로 확장됐다는 점에 있다.
고추장과 버터, 강한 맛을 ‘부드러운 매운맛’으로 바꾸다
고추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발효 조미료 가운데 하나지만 햄버거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존재감이 강하다. 맵고 짠맛뿐 아니라 발효에서 오는 고유한 풍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맥도날드가 선택한 방법은 고추장의 특징을 없애는 대신 버터와 결합해 맛의 균형을 조정하는 것이었다.
제품 개발 과정도 단순하지 않았다. 한국맥도날드는 김과 닭갈비 소스 등 여러 한국적 소재를 검토한 뒤 고추장을 선택했고, 약 10개 버전의 소스를 테스트해 최종적인 고추장 버터 소스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뉴팀 평가와 소비자 평가 등을 포함한 여러 단계의 검증도 거쳤다.
국내에서는 이 소스를 두 종류의 치킨 버거에 적용했다. 맥크리스피 고추장 버터에는 통닭다리살을 사용한 케이준 치킨 패티가 들어가고, 맥스파이시 고추장 버터에는 닭가슴살 패티가 사용된다. 여기에 콜비잭 치즈와 고추장 버터 소스를 조합했다. 소스는 별도로도 판매해 맥너겟이나 감자튀김 등에 곁들일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이번 제품에서 고추장은 한식 자체를 재현하는 재료라기보다 기존 패스트푸드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맛의 언어’에 가깝다.

한국에서 시작한 맛, 아시아 13개 시장으로 간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더욱 주목할 부분은 규모와 방식이다.한국맥도날드가 주도한 캠페인은 한국을 비롯해 필리핀, 홍콩, 인도 일부 지역, 태국,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중국,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3개 시장에서 전개된다. 한국에서 개발한 고추장 버터라는 기본 콘셉트를 공유하면서 각 시장의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한국에서 성공한 버거를 다른 국가에 그대로 가져다 판매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공통분모는 ‘고추장 버터’지만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만나는 맛과 제품은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실제 한국·홍콩·중국 등에 적용되는 소스 역시 시장별 소비자 취향에 맞춰 차이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K푸드의 새로운 해외 확장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과거 해외에서 한국 음식을 알리는 대표적인 방법이 김치·불고기·비빔밥 등 완성된 음식 자체를 소개하는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고추장이나 들기름 같은 한국 식재료를 현지 소비자가 익숙하게 먹는 음식에 결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외식·식품업계에서도 고추장, 흑임자, 들기름 등 전통적인 식재료를 버거·도넛 등 현대적인 메뉴에 접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 음식을 먹어라’에서 ‘한국의 맛을 경험하라’로
이 같은 접근은 K푸드의 세계화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를 보여준다. 외국 소비자가 한식의 조리법과 식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익숙한 음식 안에서 한국적인 맛을 경험하도록 접점을 만드는 전략이다. 햄버거나 치킨은 세계 소비자에게 설명이 거의 필요 없는 음식이다. 여기에 고추장을 결합하면 소비자는 익숙한 음식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고추장 버터라는 조합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고추장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버터와 치즈, 치킨 같은 친숙한 재료를 함께 사용한다. 한국적인 매운맛을 강조하되 글로벌 소비자가 접근하기 쉬운 형태로 다시 설계한 셈이다.
한국맥도날드가 해외 시장을 겨냥한 메뉴를 개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내에서 선보였던 불고기버거와 ‘한국의 맛’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창녕갈릭버거 등이 대만에 진출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특정 완성 메뉴를 해외에 소개하는 것을 넘어 한국에서 개발한 맛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여러 아시아 시장이 각각 메뉴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례의 핵심은 ‘버거 수출’보다 ‘맛의 콘셉트 확장’에 있다.
고추장에 지드래곤까지…K푸드와 K컬처의 결합
맥도날드는 음식에만 한국적인 요소를 넣은 것이 아니다. 이번 아시아 캠페인의 모델로 가수 지드래곤을 발탁했다. 한국에서 개발한 고추장 버터와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K팝 아티스트를 하나의 캠페인 안에 배치한 것이다. 관련 프로모션에는 지드래곤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연계한 요소도 포함됐다. 한국맥도날드는 9월 말 협업 한정판 굿즈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음식과 음악, 패션을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묶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푸드의 경쟁력을 음식 자체에만 한정하지 않고 이미 아시아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K컬처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다만 한 번의 캠페인이 K푸드의 장기적인 해외 성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신제품에 대한 실제 소비자 반응과 재구매, 국가별 현지화 성과 등은 향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고추장’이라는 한국적 정체성이 현지 소비자에게 얼마나 지속적으로 받아들여질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번 프로젝트는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메뉴가 해외로 나가는 것을 넘어 한국에서 개발한 ‘맛의 아이디어’가 여러 국가의 메뉴 개발 출발점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김치와 불고기에서 시작된 K푸드의 해외 인지도가 이제 고추장과 소스, 양념 등 보다 세분화된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유통망과 K팝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가 결합하면서 해외 소비자가 한국의 맛을 접하는 방식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버터에 고추장을 넣은 작은 변화가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번 맥도날드 캠페인이 ‘한국 음식을 해외에 판매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음식이 아니라 ‘한국의 맛’을 세계인이 이미 즐겨 먹는 음식 속에 넣는다면 어떨까. ‘K-스파이시’가 시험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가능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