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상차림의 오랜 불문율처럼 굳건하게 여겨지던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와 '조율이시(대추, 밤, 배, 감의 진설 순서)' 등의 배치 방식이 실제 정통 유교 문헌에는 존재하지 않는 임의의 관습인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그동안 후손들에게 엄격한 규칙으로 강요받던 제사상 법식이 유교 경전이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예서에 어떠한 명확한 근거도 두고 있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실제로 과거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문헌을 면밀히 살펴보면, 제단에 올리는 과일의 종류나 구체적인 배치 위치를 획일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그 시기에 가장 구하기 쉽고 맛있는 제철 과일을 정성껏 올린다는 근본적인 취지만이 담겨 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형식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얽매이거나 금전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으며, 각 가정의 경제적 형편과 상황에 맞게 편안한 마음으로 상을 준비해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매년 명절마다 가사 노동의 가장 큰 부담이자 세대 간 갈등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전 부치기 등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 역시 차례상에 필수적으로 올려야 하는 제물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시대 전통 예학 연구 자료와 당시 학자들의 문헌에 따르면, 오히려 기름진 음식을 제물로 화려하게 장만하여 사용하는 것은 조상을 맑은 마음으로 공경하지 않는 불경한 태도로 여겨져 지양해야 할 덕목으로 꼽히기도 했다.
즉, 온 가족이 모여 많은 시간과 체력을 심하게 소모하며 산더미처럼 전을 부치는 작금의 명절 풍경은 본래의 전통 예법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성균관 측은 명절마다 대량의 튀김 조리를 가족들에게 강요하는 낡고 왜곡된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 조상을 기리는 순수한 마음을 담은 간소한 일상 음식만으로도 충분히 예의를 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과도한 제물 준비로 인해 파생되는 가족 간의 불필요한 감정싸움과 육체적 피로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근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 등 사회적 인구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속에서, 선조를 기리는 추모 의례를 유지하는 방식 또한 형식보다 실용성과 진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작성하기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 지방을 고집하는 대신 고인의 생전 밝은 모습이 담긴 사진을 단정하게 올리거나,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시판용 밀키트 및 질 좋은 완제품을 활용하여 정갈하게 상을 차리는 가정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가 이를 방증한다.
제례 문화 전문가들은 제사의 진정한 본질이 상에 오르는 음식의 화려한 가짓수나 엄격한 진설법을 기계적으로 따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신 이를 진심으로 그리워하며 살아있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따뜻한 정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성균관의 발표는 '전통 수호'라는 명목 아래 현대의 가족 구성원들에게 일방적이고 무거운 희생을 지웠던 과거의 허례허식을 타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각 가정의 처지에 맞춘 유연하고 합리적인 의례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단단히 뿌리내리며, 명절이 본연의 화합과 휴식의 장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산업신문, 조진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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