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감천/ 이은택 時論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유혹적인 긍정의 메시지가 현대인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철학자 한병철이 진단했듯, 현대사회는 타인의 강요에 의해 억압받는 규율사회를 지나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성과사회'로 진화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과잉은 역설적으로 자기착취를 낳았고, 그 결말은 만성적인 번아웃과 깊은 영혼의 피로다.
그러나 이 비극적인 진단 속에도 희망의 씨앗은 존재한다. 역설적이게도 피로사회가 던지는 희망은 더 강력한 에너지를 내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바로 ‘잘 멈추는 법’을 다시 배우는 데서 출발한다.
첫째, 무용한 시간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 멀티태스킹과 끊임없는 정보의 소비는 우리에게서 사색의 시간을 앗아갔다. 깊은 심심함과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시간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낼 때, 비로소 인간다운 창조성과 삶의 주도권이 회복된다. 멈춤은 게으름이 아니라 성과주의의 폭주에 저항하는 가장 적극적인 행위다.
둘째, 타인을 향한 시선의 회복이다. 성과주의가 만든 피로는 나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지독한 나 홀로의 피로’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의 약함과 지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피로는 나를 벼랑 끝으로 미는 독이 아니라 서로를 보듬는 계기가 된다. 한병철이 말한 ‘함께하는 피로(Wir-Müdigkeit)’는 바로 공동체성의 회복을 의미한다.
피로사회 속 진짜 희망은 더 높은 성취를 향해 달리는 레이스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트랙 위를 벗어나 지친 서로의 손을 잡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용기, 그 멈춤의 순간에 우리가 꿈꿔야 할 희망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