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포구 서교동 ‘네일바’ 김수주 원장 |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네일바’는 단순히 손톱을 아름답게 꾸미는 공간을 넘어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을 지향한다. 1인 숍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네일 시술을 받는 1시간에서 1시간 반가량의 시간이 고객에게 작은 휴식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소통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단골 고객들이 이사와 결혼, 출산 이후에도 다시 찾아오는 이유 역시 이 같은 공간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네일바를 운영하는 김수주 원장이 네일아트를 처음 접한 것은 전문가의 길을 생각하기 훨씬 전이었다. 어린 시절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었던 그는 어느 날 어머니가 사다 준 투명 손톱 영양제를 바르면서 반짝이는 손톱의 모습에 처음 매력을 느꼈고, 이를 계기로 손톱을 길러보기로 결심했다. 중학생이 된 이후에는 네일아트가 본격적인 취미가 됐다.
![]() ▲ 사진 = 김수주 원장 시술 모습 |
당시에는 지금처럼 젤네일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만큼 일반 폴리시를 사용해 매일 밤 다음 날 입을 옷에 어울리는 색상과 디자인을 직접 골라 손톱을 꾸몄다. 그렇게 쌓인 관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전문 분야로 발전했다. 당초 전공은 달랐으나, 어느 순간 취미로 네일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신의 손기술을 살려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 결국 자신의 숍을 운영하는 현재로 이어졌다.
현재 김 원장은 합정역 인근에서 약 9년차 네일숍을 운영하며 고객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는 직원을 두고 운영하기 위해 지금보다 약 2.5배가량 큰 공간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고객들은 김 원장에게 시술받기 위해 직원을 두고도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네일 기술뿐만 아니라 김 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 ▲ 사진 = 네일바 |
결국 넓은 공간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 아래 다시 1인 운영에 적합한 규모로 이전했다. 현재의 공간으로 옮긴 지는 약 한 달 정도 됐다. 김 원장은 공간이 작아진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과의 관계를 오래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 실제로 먼 거리에서도 꾸준히 찾아오는 고객들이 있다. 대학생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한 고객은 취업 후거주지를 옮긴 뒤에도 계속 네일바를 찾고 있다.
▲ 사진 = 네일바 |
김 원장이 생각하는 네일아트의 의미는 단순한 미용을 넘어선다. 그는 네일아트를 ‘한 달 동안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자 보상’이라고 표현한다. 아름다운 디자인을 통해 기분을 전환하는 것은 물론 손톱을 보호하는 기능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어린 시절 손톱을 물어뜯었던 경험 때문에 손톱이 약했던 김 원장 역시 젤네일을 통해 손톱이 찢어지는 불편함이 줄어든 경험이 있다. 얇고 약한 손톱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미적인 부분과 함께 실질적인 보호 기능도 네일 관리의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네일바가 차별화되는 부분은 고객의 상황과 개성을 고려한 맞춤형 디자인이다. 김 원장은 유행을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현재 트렌드에 고객의 직업과 성격, 일정, 취향 등을 함께 반영한다. 다음 주 상견례를 앞둔 고객에게는 지나치게 강한 색상보다 은은하고 단정한 디자인을 권하고, 결혼식이나 여행을 앞둔 고객에게는 행사나 여행지의 분위기에 맞는 컬러와 디자인을 제안한다. 고객이 처음 선택한 디자인이라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더 적합한 선택지를 설명해주며 함께 조율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객과의 대화가 중요해진다. 김 원장은 고객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며, 그 안에서 디자인에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오랜 기간 찾아오는 고객들의 직업과 성향, 생활환경 등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어떤 색을 할 것인가’를 넘어 ‘이번에는 어떤 디자인이 그 사람에게 필요한가’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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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과의 일화를 묻자 그는 최근에 방문한 오랜 단골 고객의 건강 문제를 떠올렸다. 최근 대학생 때부터 찾아오던 고객이 건강문제를 듣고 김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권했다. 자신 역시 고객의 추천을 통해 알게 된 병원이었고, 진료와 수술 후 경과가 좋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은 이후 김 원장을 찾아와 고마운 마음을 전했고, 두 사람은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전하는 김 원장의 목소리에서도 당시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네일 시술을 위해 마주 앉은 시간이 단순한 업무의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 인터내셔널 바디 아트 콘테스트 글로벌 수석 위원장 (김수주 원장) |
김 원장은 현재 네일 시술뿐 아니라 학원에서 네일 관련 강의도 했고, 뷰티 분야를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학교에도 다니고 있다. 비전공자로서 현장에서 쌓은 경험에 학문적인 기반까지 더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장기적으로는 대학원 진학을 거쳐 교수가 되고 후배와 제자들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교육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현재의 네일바는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새로운 고객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기존 고객들과의 인연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향후에는 다양한 전문적인 분야에도 관심. 네일이라는 한 분야 안에서도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는 것이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 태도 역시 김 원장의 중요한 특징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평생 무언가를 배우는 모습을 보며 성장했고, 자신 역시 지금까지 새로운 공부와 자격 취득을 쉬지 않았다고 말한다.
![]() ▲ 사진 = 하남에 위치한 중학교 학생들의 직업인터뷰 |
네일업계에 대한 생각도 분명하다. 김 원장은 네일 역시 자격 취득 이후에도 꾸준한 실무 경험과 배움이 필요한 전문 분야라고 강조한다.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기술과 서비스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전했다.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도 중요하지만, 네일 역시 시간과 경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전문 영역인 만큼 그에 맞는 가치가 인정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일 수 있지만, 네일 역시 시간과 경험, 기술이 필요한 전문 영역인 만큼 적정한 가치가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 하남에 위치한 중학교 학생들의 직업인터뷰 (사진 = 네일바) |
무엇보다 김 원장이 후배와 제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감’이다. 기술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지만 고객을 대하는 마음과 소통 능력이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네일리스트는 고객의 손과 발을 직접 잡고 관리하는 직업인 만큼 고객의 감정과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든 고객이 대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시술을 받으러 들어와 이어폰을 끼거나 마스크를 쓰고 조용히 쉬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고객도 있다. 이때는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필요한 부분만 간결하게 묻는 것이 배려라고 설명한다. 반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고객에게는 충분히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좋은 네일리스트는 기술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분위기와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교육 철학이다.
![]() ▲ 사진 = 네일바 |
현장에서 만난 김 원장은 인터뷰 내내 밝은 미소와 친절한 눈빛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이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는 사실은 고객 이야기를 꺼낼 때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특히 오랜 고객의 건강 문제를 이야기하는 순간에는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진심으로 걱정하고 함께했던 시간이 전해졌다.
![]() ▲ 사진 = 네일바 |
네일바라는 공간에서 김 원장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결국 손톱 위의 작은 아름다움만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한 달에 한 번 자신을 위한 선물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복잡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휴식이 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이 되고 있다. 기술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하되 사람을 향한 관심과 공감을 더하는 방식은 오랜 고객들이 먼 거리에서도 다시 찾아오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 ▲ 사진 = 네일바 |
배우고 가르치며 자신의 전문성을 넓혀가는 동시에 지금까지 함께해온 고객들과의 인연을 지켜가겠다는 김수주 원장. 화려한 확장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오래 지속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다는 그의 계획은 네일바라는 공간에 또 다른 방향성을 더하고 있다. 앞으로도 네일바가 아름다움을 가꾸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대화가 이어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네일바의 운영 및 네일아트 관련 자세한 정보와 다양한 소식은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채널(instagram.com/nailbar_suju)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