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했던 친구와 작은 오해가 생긴다. 대화를 피하면서 감정이 쌓이고 주변 친구들까지 갈등에 얽힌다. 처음에는 사소했던 문제가 반복되면서 관계가 무너지고 결국 학교폭력 사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이 이처럼 학교폭력으로 번지기 전 단계의 학생 갈등에 개입하는 새로운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천시교육청은 20일부터 학교폭력 예방과 학생 간 관계 회복을 위한 ‘또래관계 갈등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학교폭력 사안으로 정식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또래 사이의 갈등이 누적돼 조정이 필요한 학생들이다.
학생 간 감정적 충돌이 커지면서 학교폭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핵심은 문제가 심각해진 뒤 처리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앞서 갈등이 커지는 과정에 개입하는 데 있다.
친구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이 학교폭력은 아니다.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의견 충돌과 오해, 관계의 단절을 경험한다. 그러나 갈등을 풀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감정이 쌓이면 관계 문제의 성격과 강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교원과 전문단체의 갈등조정 전문가가 참여한다.
전문가는 학생과 보호자가 처한 상황을 살펴보고 학생들이 서로의 입장을 말하고 들을 수 있도록 대화 과정을 지원한다.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를 가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갈등이 어떻게 시작됐고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학생들이 직접 확인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프로그램은 사전모임과 본모임, 사후모임의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첫 단계인 사전모임에서는 전문가가 갈등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만난다.
학생이 경험한 상황과 감정을 듣고 현재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본다. 상대 학생과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기를 원하는지도 확인한다.
학생들이 곧바로 한자리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데 따른 부담을 줄이고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먼저 정리하는 과정이다.
준비가 이뤄지면 본모임으로 넘어간다.
관련 학생들이 함께 만나 자신이 경험한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설명을 듣는다. 갈등이 발생한 원인과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미친 영향을 살펴본 뒤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는다. 대화를 통해 학생들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면 ‘우리들의 약속’을 작성한다.
갈등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서로 지켜야 할 행동과 관계의 기준을 학생들이 직접 약속으로 남기는 것이다.
합의했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곧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사후모임에서는 학생들이 약속을 실제로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고 관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살펴본다. 갈등조정 이후 다시 문제가 발생하거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후속 과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이 주목하는 지점은 학교폭력 사안으로 공식화되기 이전의 시간이다.
학교폭력 절차가 시작된 뒤에는 학생과 보호자 사이의 갈등까지 커지면서 관계를 회복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초기 갈등 단계에서 학생들이 직접 대화하고 해결책을 찾는 경험이 중요한 이유다.
학생에게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교육적 의미도 있다.
학교생활에서 갈등 자체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감정적인 대응을 반복하기보다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해결점을 찾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갈등을 처벌과 분쟁으로만 해결하지 않고 학생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책임 있는 대화를 경험하는 교육의 기회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폭력 예방과 건강한 학교 공동체 조성을 위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예방의 출발점은 사건이 발생한 뒤의 처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작은 오해가 깊은 갈등으로 바뀌기 전에 학생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만드는 것. 인천교육청은 그 시간을 학교폭력을 막는 또 하나의 교육 과정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