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빠진 동학농민혁명…전북은 ‘지역의 교실’에서 다시 가르친다

고부 농민봉기와 황토현 전투, 전주화약.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장면들이 펼쳐졌던 전북에서 동학농민혁명 교육을 둘러싼 새로운 과제가 제기됐다.


초등학교 사회 검정교과서 일부에서 동학농민혁명 관련 내용이 빠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지역화 교육과 현장체험을 통한 역사교육 강화에 나선다.


천호성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은 21일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 검정교과서 8종 가운데 1종에 동학농민혁명 관련 내용이 수록되지 않은 상황을 보고받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천 교육감은 동학농민혁명을 전북만의 지역사로 한정해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동학농민혁명은 전북의 역사를 넘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사”라고 밝혔다.


전북은 동학농민혁명의 주요 사건이 실제로 전개된 공간이다.


1894년 고부 농민봉기를 시작으로 농민군이 관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정읍 황토현 전투와 전주성을 점령한 뒤 정부와 농민군 사이에 이뤄진 전주화약까지 동학농민혁명의 흐름을 보여주는 역사적 현장이 곳곳에 남아 있다.


천 교육감은 이러한 지역의 역사적 자산을 학교 교육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할 것을 주문했다.


교과서의 서술에만 의존하기보다 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 사건이 발생한 장소와 인물, 당시 사회상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사회와 역사 수업뿐 아니라 민주시민교육과 인권교육, 학생자치 등 다양한 교육활동에도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와 정신을 연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북교육청은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동학농민혁명 관련 지역화 교수·학습자료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기존 자료도 보완하기로 했다.


현장체험과 프로젝트 학습도 확대한다.


학생들이 역사적 장소를 직접 찾아보고 자료를 조사한 뒤 사건의 의미를 스스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지역사를 살아 있는 교육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역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과 지방자치단체, 지역 연구기관 등이 보유한 전문자료와 인적 자원을 학교 교육에 연결해 학생들이 보다 깊이 있는 역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협력사업도 확대된다.


전북교육청은 올해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과 함께 ‘지역연계 민주시민교육’을 95개 학급에서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를 105개 학급으로 늘릴 계획이다.


교육과정과 교과서 단계에서의 대응도 추진한다.


향후 전북 교육과정 기본운영 방향에 동학농민혁명을 비롯한 지역의 주요 역사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지역사 관련 인정도서를 승인하는 과정에서도 주요 역사 내용이 빠지지 않았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교육부에도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앞으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검정하는 과정에서 주요 역사적 사건이 충분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검정과 관련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전북교육청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를 현재의 교육정책과 연결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동학의 핵심 가치인 보국안민, 유무상자, 광제창생, 사인여천, 폐정개혁을 각각 회복안정교육, 상생협력교육, 포용성장교육, 미래도전교육, 혁신공정교육으로 재해석해 5대 정책방향으로 설정했다.


천 교육감은 “전북의 역사와 지역 자원을 교육과정과 수업, 체험학습으로 연결해 우리 아이들이 지역의 역사를 배우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논의는 검정교과서 한 종에서 특정 역사 내용이 빠졌다는 문제를 넘어 지역의 역사를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교과서의 한 페이지에서 역사가 빠질 수는 있다. 그러나 황토현과 전주를 비롯한 전북 곳곳에는 당시 사람들이 남긴 흔적과 기억이 여전히 존재한다.


전북교육청은 그 역사 현장을 다시 교실과 연결해 학생들이 동학농민혁명을 지역의 과거이자 오늘의 시민교육으로 배울 수 있도록 교육의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작성 2026.09.22 05:52 수정 2026.09.2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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