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일본과 영유권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쿠릴열도 인근 해역에서 대규모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러시아군의 이번 훈련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영유권 분쟁 대상인 이투루프섬을 방문한 지 불과 일주일 뒤 이뤄져 러일 간 외교적 갈등이 군사적 긴장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태평양 함대는 8월 20일 남부 쿠릴열도 주변에서 수상함과 핵잠수함, 해안 미사일 부대 등이 참여한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해상 전력과 잠수함 전력, 지상 기반 미사일 체계가 함께 동원된 가운데 실제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훈련이 이뤄졌다.
이번 훈련은 300km 이상 떨어진 지점에 있는 가상의 적 함대를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기함인 미사일 순양함 바랴그는 불칸 대함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핵잠수함 옴스크도 그라니트 순항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다. 쿠릴열도에 배치된 바스티온 해안방어체계 역시 오닉스 대함미사일을 발사했다. 러시아군은 훈련 과정에서 설정된 표적을 모두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이번 훈련을 사전에 계획된 전투훈련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훈련이 진행된 장소가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오랜 영유권 분쟁 지역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국이 서로 다른 명칭을 사용하는 이 지역은 러시아가 남쿠릴열도라고 부르는 반면 일본은 북방영토로 지칭한다.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대상은 하보마이군도와 시코탄, 쿠나시르, 이투루프 등 4개 섬이다.
특히 하보마이군도 가운데 홋카이도 네무로반도와 가까운 섬은 약 3.7km 거리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리적으로 일본과 매우 가까운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군사활동이 진행되면서 일본 정부가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즉각 반응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북방 4개 섬에서 이뤄지는 군사력 강화가 일본 정부의 입장과 양립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기존 입장 차이가 군사훈련을 계기로 다시 부각된 것이다.
이번 사격훈련에 앞서 푸틴 대통령의 이투루프섬 방문도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은 8월 13일 분쟁 대상 지역인 이투루프섬을 직접 찾았다. 일본 측은 이에 대해 북방영토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항의했다.
양국은 당시 상대국 대사를 초치하는 등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의 분쟁지역 방문 이후 일주일 만에 같은 지역 주변에서 대규모 미사일 실사격 훈련이 진행되면서 영토 문제를 둘러싼 러일 간 신경전이 다시 한번 군사적 현장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쿠릴열도를 둘러싼 갈등의 뿌리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섬들은 1945년 전쟁 막바지 소련군이 점령한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4개 섬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영토 문제는 양국 관계의 장기적인 현안으로 남아 있다. 특히 영유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러시아와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이 넘도록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도 이 문제의 장기성을 보여준다.
푸틴 대통령의 분쟁지역 방문과 러시아군의 미사일 실사격 훈련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쿠릴열도를 둘러싼 러일 갈등은 외교적 논쟁을 넘어 군사적 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양국이 영토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그리고 해당 지역에서 군사활동이 어떤 수준으로 이어질지가 동북아 정세를 바라보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