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중소기업 대표들이 법인을 운영하며 흔히 범하는 치명적인 착각 중 하나는 ‘경영진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1배수의 퇴직급여를 수령하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다. 특히 창업 초기 기업이나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은 은퇴 시기가 멀다는 이유로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데 소홀한 경우가 많다.
이들이 1배수 지급이 안전하다고 믿는 근거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44조에 있다. 해당 조항은 정관에 구체적인 지급액이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퇴사 전 1년간 총급여액의 10%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까지는 회사의 손금(비용)으로 인정해 준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년을 근무한 연봉 3억 5천만 원의 대표이사는 별도의 사규가 없어도 3억 5천만 원까지는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법인세법의 단편적인 혜택만 바라본 것으로, 기업 행정의 근간이 되는 상법을 간과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상법상 이사나 감사 등 임원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일반 근로자와 지위가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적법한 절차를 거친 정관이나 주주총회의 결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경영진이 퇴임 시 받을 수 있는 금전적 권리는 애초에 '0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상법상의 엄격한 규정을 무시하고 임의로 근로자 기준을 차용해 보수를 수령할 경우, 감당하기 힘든 재무적 타격이 발생한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해당 금액은 정상적인 퇴직소득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대표 개인이 부당하게 수령한 업무무관 가지급금이나 일반 근로소득으로 둔갑하게 된다. 그 결과 최고 49.5%에 달하는 막대한 근로소득세와 더불어 수천만 원에 이르는 건강보험료 추징금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심지어 상법상 원인 무효에 해당하여 회사에 수령액 전액을 반환해야 하는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소지도 다분하다.
실제 조사 현장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업인들은 주로 "직원용 취업규칙을 준용했다", "욕심부리지 않고 정확히 1배수만 챙겼다", "모든 등기이사에게 차등 없이 공평하게 지급했다" 등의 항변을 내놓는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이러한 변명을 결코 수용하지 않는다. 취업규칙은 주주들의 동의가 아닌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로 제정되는 서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주주총회라는 적법한 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공식적으로 제정된 법인 비치 서류와 임원 보수 지침의 존재 여부만이 합법성을 증명하는 유일한 잣대가 된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제도의 정비 시기다. 임무를 마치기 직전에 부랴부랴 규정을 신설하거나 개정하는 행위는 과세관청의 집중 감시 대상이 된다. 특정인의 은퇴 시점에 맞추어 급조된 문서는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부당행위계산부인' 대상으로 간주되어 그 효력을 전면 부인당할 위험이 매우 높다.
안전장치가 미비한 상태로 흘려보낸 과거의 근속연수는 소급하여 보호받기 어려우므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즉시 주주총회를 소집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라 규정을 완비해야 한다. 현재 법인을 이끌고 있는 경영자라면 반드시 자사의 정관 내에 보수 및 위로금과 관련된 위임 조항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별도로 마련된 세부 지침이 상법 및 세법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는지, 설정된 지급 배수가 향후 한도 초과 리스크를 유발하지는 않을지 전문가와 함께 면밀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10년 이상 장기 근속했거나 향후 가업 승계를 계획 중인 기업이라면 더더욱 서둘러야 한다.
기업을 위해 헌신한 정당한 대가를 안전하게 수령하기 위해서는, 훗날이 아닌 지금 당장 낡은 규정을 꺼내어 회사 상황에 맞게 꼼꼼히 재설계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1661-0986 혹은 홈페이지에서 상담이 가능하다.
경기산업신문, 김성현 칼럼니스트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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