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투 변화 원인 다양해…AI 결과만으로 우울증 판단해서는 안 돼
- 이상 신호 감지 뒤 의료진·복지 담당자의 상담과 확인 이어져야
인공지능(AI)이 고령자의 목소리와 말투, 활동량 등에서 평소와 다른 변화를 찾아 정신건강 위험을 알리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고령자를 일찍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AI가 우울증을 진단하거나 고독사를 예측하는 기술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AI가 포착한 변화는 추가 상담이나 확인이 필요하다는 신호에 가깝다.
기술이 경고를 보내더라도 의료진이나 복지 담당자가 당사자의 건강과 생활환경을 직접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해야 실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구와 실제 진료 도입은 구분해야
국내외에서는 음성이나 생체신호, 스마트기기에서 수집한 생활정보를 활용해 우울 위험을 선별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말하는 속도와 목소리 높낮이, 침묵 시간, 활동량과 수면 변화 등을 AI가 분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연구용 알고리즘과 실제 진료에 사용하는 의료기기는 다르다.
연구 단계인지, 임상시험이 진행됐는지, 의료기기로 허가받아 진료에 사용되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사례는 음성·생체신호·생활정보를 활용해 우울 위험을 선별하려는 연구와 실증사업이 중심이다.
이러한 기술이 의료현장에 적용됐는지를 판단하려면 임상적 성능 검증과 의료기기 허가 여부, 실제 사용 범위 등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연구과제 착수나 시제품 개발을 곧바로 병원 진료 도입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개발 단계에서 제시된 목표 성능도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과 외부 검증을 거치기 전에는 확정된 효과로 볼 수 없다.
AI가 찾는 것은 ‘이상 변화’…우울증 확진과 달라
AI는 평소보다 말수가 줄거나 응답이 늦어지고, 외출과 활동량이 감소하는 등의 변화를 찾아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목소리의 크기와 말하는 속도, 침묵 시간도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반드시 우울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질환과 피로, 청력 저하, 치매, 파킨슨병, 약물 복용, 사별이나 경제적 어려움도 말투와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울증 진단에는 우울한 기분과 흥미 저하, 수면·식욕 변화, 피로,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증상이 일상생활에 어느 정도 지장을 주는지, 다른 질환이나 약물이 원인은 아닌지도 의료진이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따라서 AI가 산출한 위험도만으로 우울증을 확정하거나 치료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AI는 진단을 대신하기보다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한 사람을 찾는 선별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독거노인 우울증상, 노인부부 가구보다 두 배 이상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인의 11.3%에서 우울증상이 확인됐다.
독거노인의 우울증상 비율은 16.1%로 노인부부 가구의 7.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전체 노인의 6.6%는 몸이 아프거나 낙심해 우울할 때, 갑자기 큰돈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답했다.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65∼69세 4.6%에서 85세 이상 12.9%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독거노인 비율은 32.8%였다.
전체 노인의 3.2%는 자녀와 연락이 끊겼고 6.0%는 생존 자녀가 없었다.
가족이나 이웃의 확인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돌봄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위험 선별 방식이 필요한 배경이다.
다만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우울증이나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
혼자 살아도 사회적 관계와 일상생활이 안정적인 사람이 있는 반면, 가족과 함께 살아도 필요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건강과 관계, 경제 상황, 생활 변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
‘고독사 전조 증상’이라는 표현은 신중해야
고독사는 하나의 질병이 아니어서 우울증처럼 정해진 전조 증상으로 진단할 수 없다.
사회적 고립과 건강 악화, 경제적 어려움, 관계 단절, 돌봄 공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락 두절과 활동량 급감, 식사·약 복용 중단 등은 위기 가능성을 확인할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변화만으로 고독사 위험을 단정할 수는 없다.
AI가 ‘고독사의 전조 증상’을 발견한다고 표현하면 기계가 사망을 예측할 수 있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
‘고립이나 돌봄 위기 가능성을 알리는 생활 변화’ 또는 ‘상담과 방문 확인이 필요한 이상 신호’라고 설명하는 편이 정확하다.
경고 이후 사람이 확인해야 예방으로 이어져
AI가 이상 변화를 감지하더라도 담당자가 경고를 확인하지 않거나 후속 조치를 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보호로 이어지기 어렵다.
누가 연락하고, 연락이 되지 않으면 언제 방문하며, 정신건강이나 생활 곤란이 확인됐을 때 어느 기관으로 연계할지 정해져 있어야 한다.
서비스를 도입할 때는 다음 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AI가 어떤 정보를 분석하는지
▲ 이상 신호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 경고를 의료진이나 복지 담당자가 언제 확인하는지
▲ 연락이 되지 않을 때 방문 확인으로 이어지는지
▲ 우울증이나 자살 위험이 의심되면 전문기관에 연계하는지
▲ 잘못 판단된 정보를 정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지
AI가 위험도를 자동으로 결정하도록 맡기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놓치거나 정상적인 생활 변화를 위험으로 잘못 판단할 수 있다.
기술의 정확도뿐 아니라 경고 이후의 대응체계가 중요하다.
음성과 생활정보 수집에는 충분한 설명과 동의 필요
목소리와 대화 내용, 위치, 수면과 활동량은 개인의 건강과 일상을 드러내는 민감한 정보다.
서비스 제공자는 수집하는 정보와 이용 목적, 보관 기간, 정보를 확인하는 기관을 고령자가 이해하기 쉬운 말로 설명해야 한다.
가족이나 보호자가 서비스를 신청하더라도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당사자의 뜻을 우선 확인해야 한다.
서비스 이용을 거부하거나 중단했다는 이유로 필요한 복지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고령자의 말투와 표현은 지역과 교육 수준,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
특정 집단의 자료로 학습한 AI가 모든 고령자에게 같은 정확도를 보인다고 가정해서도 안 된다.
실제 적용 전에는 고령자 대상 성능과 오류율, 놓친 사례를 검증하고 도입 후에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AI는 고령자의 작은 변화를 사람이 더 빨리 살펴보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울증을 확진하거나 고독사를 예측하는 기술로 과장돼서는 안 된다.
AI가 보낸 신호를 의료진과 복지 담당자가 확인하고 상담·치료·돌봄으로 연결할 때 비로소 안전망의 역할을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