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0건 품은 이건희 기증품, 런던 간다…영국박물관서 ‘Korea’ 개막

국보 10건 27점·보물 13건 23점 포함…총 100건으로 한국미술 2000년 조명

워싱턴·시카고 이어 국외순회전 마지막 무대, 런던서 ‘한국’에 집중

인왕제색도·일월오악도·까치와 호랑이·백남준 작품까지 한자리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순회전이 미국을 거쳐 영국 런던으로 향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영국박물관과 함께 10월 1일부터 2027년 1월 31일까지 영국박물관에서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국보 10건 27점과 보물 13건 23점을 포함해 총 100건의 한국 문화유산과 근현대미술품이 출품된다.


한국 : 2000년 창의의 여정》 전시 포스터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순회전이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마지막 무대를 연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10월 1일부터 2027년 1월 31일까지 영국박물관 조셉 호퉁 그레이트 코트 갤러리에서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 Korea: 2,000 years of creativity》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영국박물관이 공동 주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1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의 국가 기증을 계기로 마련된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2025년 11월 미국 워싱턴 D.C.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2026년 3월 시카고박물관 전시에 이어 영국박물관에서 세 번째이자 마지막 국외순회전으로 선보인다.

 

출품 규모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79건 164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5건, 영국박물관 소장품 6건 등 총 100건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가운데는 국보 10건 27점과 보물 13건 23점이 포함됐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국보 〈대구 비산동 청동기〉도 포함돼 한국 고대 문화부터 현대미술까지 흐름을 넓게 보여준다.

 

전시장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도록 구성된다. 영국박물관 중앙 중정과 맞닿은 전시실에는 시대별 주요 유물을 따라 걷는 타임 터널이 조성된다. 관람객은 이 통로를 지나며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한국 문화의 변화를 단계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전시는 네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부와 권력’은 초기 철기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의 고고 유물과 삼국시대 불교미술품을 다룬다. 앞선 미국 순회전과 달리 고고 유물을 강조해 〈날개 모양 관꾸미개〉, 〈금동신발〉, 〈토우 장식 토기〉 등을 소개한다. 2부 ‘지혜와 아름다움’은 고려 불화와 사경, 청자, 금속공예품을 통해 고려시대 기술과 미감을 보여준다.

 

3부 ‘배움과 즐거움’에서는 조선시대 유학자의 학문과 삶, 조선 후기 회화를 조명한다.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가 주요 작품으로 소개된다. 4부 ‘개성과 사회’는 대한제국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격변 속에서 살아온 개인과 공동체를 다룬다.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 장욱진 등의 작품이 전시 흐름을 이끈다.

 

이번 《Korea》는 미국 전시와 달리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 자체보다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 문화의 흐름에 초점을 맞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한국미술 2000년의 흐름을 통해 한국 문화의 정수를 살펴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K-컬처와 한국 전통문화의 연결도 전시의 주요 관람 포인트다. 보도자료는 지난해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일월오악도〉와 〈까치와 호랑이〉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강렬한 색채와 상징성이 돋보이는 〈일월오악도〉는 전시 포스터에 활용되고, 한국 특유의 해학과 생동감을 보여주는 〈까치와 호랑이〉는 이번 전시에 처음 출품된다.

 

영국박물관은 두 작품을 활용한 문화상품도 개발했다. 앞서 워싱턴 D.C. 전시에서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문화상품 ‘뮷즈’가 판매 일주일 만에 완판된 흐름을 이어, 런던에서도 한국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한 문화상품이 현지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보도자료는 2024년 뉴진스 오디오 가이드 투어와 2026년 7월 BTS와 함께한 〈코리아 갤러리 트레일〉을 언급하며, K-컬처에 대한 관심이 한국 문화유산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짚었다.

 

근현대미술 부문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1세대 여성 서양화가 백남순의 〈낙원〉은 동서양 화풍을 결합한 8폭 병풍 형식의 유화로 소개된다. 박수근과 장욱진의 작품은 한국전쟁 무렵 서민의 삶을 담은 사례로, 박노수·박래현·박생광의 작품은 한국 회화 전통의 계승과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출품된다.

 

미국 전시에 없었던 신학철의 〈한국근대사-종합〉도 이번 전시에 포함됐다. 높이 약 3.9m의 민중미술 대작으로, 1980년대 한국미술의 사회비판적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백남준의 비디오 조각 〈브람스〉는 서양 고전음악과 전자 기술, 시각예술을 결합한 작품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성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영국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과도 연결된다. 영국박물관은 1984년 특별전 《한국미술 오천년》 이후 한국미술 전시에 관심을 이어 왔고, 2000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대여해 한국실을 활성화했다. 이번 전시에는 영국박물관 소장 〈나전 국화 당초무늬 경전함〉과 이명기의 〈채제공 초상〉, 최근 수집한 강익중·이수경·서도호의 현대미술품도 함께 나온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시와 연계해 케임브리지대학과 런던대학 SOAS에서 한국 문화와 미술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런던 전시가 미국 순회전에 이어 더 많은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구성으로 한국미술의 흐름을 현지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순회전은 한 개인의 수집품 공개를 넘어, 한국 문화유산과 근현대미술을 세계 주요 박물관의 전시 언어로 다시 배열하는 작업이다. 런던 전시는 K-컬처에 익숙한 해외 관람객이 그 뿌리와 역사적 층위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된다.

작성 2026.09.21 11:53 수정 2026.09.2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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