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적색 퇴적암인 셰일을 활용해 단청용 전통 안료인 석간주를 대체할 수 있는 항균성 안료가 개발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국내 천연 광물자원을 활용한 석간주 대체 안료 제조기술을 확보하고 국유특허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국산 적색 퇴적암인 셰일을 활용해 항균 기능을 갖춘 석간주 대체 안료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특허명은 ‘적색 셰일을 포함하는 항균성 석간주 대체 안료 및 이의 제조방법’이며, 특허번호는 제10-3009558호다. 첨부 특허증에는 출원일 2025년 5월 29일, 등록일 2026년 8월 20일로 표시돼 있다.
석간주는 산화철 성분을 함유한 적색 토양이나 암석을 원료로 만드는 전통 안료다. 목조건축물의 바탕을 칠하는 가칠부터 단청 문양 채색까지 폭넓게 쓰인다. 궁궐과 사찰, 종묘 등 목조 건축유산의 붉은 단청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전통 재료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석간주 복원 연구에서는 고문헌에 원료 산출지로 기록된 울릉군 서면 태하리 황토굴의 주토가 주목받았다. 그러나 해당 지역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활용하는 데 제약이 생겼다. 전통 안료를 문화유산 수리 현장에서 계속 활용하려면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새 원료광물이 필요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광물을 조사하고, 이를 전통 방식으로 가공해 안료를 제조했다. 이후 물성, 성분, 내후성, 기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목조 건축유산 단청에 사용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내후성은 기후나 환경 변화에 견디는 성질을 말한다.
연구 결과 강원도 평창에서 산출되는 적색 셰일로 만든 안료가 기존 석간주를 대체할 수 있는 색상과 성능, 색안정성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은 원료광물을 분쇄하고 수비·건조하는 공정을 통해 일정한 품질의 안료를 제조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셰일은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항균성이다. 연구원은 목조 건축유산의 목재를 손상시키는 부후균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이번 안료가 부후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항균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항균성은 울릉군 서면 태하리 황토굴의 주토로 만든 기존 석간주 안료보다 약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전통 안료의 색 재현에 머물지 않고, 문화유산 보존 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성을 함께 검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단청은 목조건축물의 표면에 색을 입히는 장식 요소이면서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재료다. 색상과 내후성, 균 억제 기능이 함께 확보되면 수리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 선택 폭이 넓어진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이번에 확보한 석간주 대체 안료가 국가유산청에서 고시한 전통 재료 인증제의 품질기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도자료에는 인증을 취득했다는 표현이 아니라 품질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으로 제시돼 있어, 기사에서는 ‘인증 획득’으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연구원은 특허 기술을 관련 민간기관에 이전해 안료 생산과 실용화를 촉진할 계획이다. 향후 국가유산 수리 현장에서 항균성 석간주 안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전통 단청 재료는 색만 복원한다고 현장 적용이 끝나는 분야가 아니다.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일정한 품질로 제조할 수 있는지, 비바람과 미생물에 견디는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국산 적색 셰일을 활용한 이번 안료 개발은 목조 문화유산 수리 재료의 국산화와 기능성 확보라는 두 과제를 함께 다룬 연구 성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