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입자 있으면 2029년까지 입주 미룬다” 토허구역 실거주 유예 확대에 시장 ‘갑론을박’
갱신계약 1회 최대 2년 추가 인정 무주택자 입주 시점 최장 2029년까지 유예
“거래 가능한 매물 늘어날 것” 기대 속 “당장 거래량 회복 제한적” 신중론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매입하는 무주택자의 실거주 의무를 한층 완화한다. 기존 임대차계약의 잔여기간뿐 아니라 갱신계약 1회까지 인정하면서 요건을 충족한 매수자는 입주 시점을 최장 2029년까지 늦출 수 있게 된다.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실거주 의무에 묶여 있던 매매시장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거래 가능한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향후 실입주가 본격화할 경우 전월세 매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20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토허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의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기존 2026년 12월 31일에서 2027년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유예 범위도 확대한다. 현재 임대차계약의 남은 기간만 인정하던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갱신계약 1회, 최대 2년까지 추가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관련 요건을 충족한 매수자는 실제 입주 시점을 최대 2029년까지 미룰 수 있게 됐다. 다만 실수요자 중심이라는 제도의 기본 틀은 유지된다. 매수자는 올해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실제 입주한 이후에는 2년간 거주해야 하는 의무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매매시장과 임대차시장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을 완화하는 데 있다. 토허구역에서는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면서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은 사실상 거래가 쉽지 않았다. 집주인이 매도를 원해도 임대차계약이 남아 있으면 실거주를 원하는 무주택자가 선뜻 매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특히 향후 세제 개편에 따라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실거주 규제가 거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가 유예기간과 인정 범위를 함께 확대한 것도 이런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제도 완화가 실제 거래량 증가로 직결될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판단은 엇갈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간 입주를 미루는 방식의 계약 자체가 일반 실수요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실거주·실수요를 전제로 하는 일반 매수자들이 1년 뒤나 1년 반 이후 같은 장기 시점의 입주 예정일과 잔금 지급일을 전제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어차피 주택 매도가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유예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은 당장의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책이 잇따라 수정·보완되는 데 대한 우려도 내놨다. 그는 “잦은 수정·보완은 정책이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거래 가능한 주택의 범위 자체가 넓어진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임차인의 계약기간을 존중하면서 무주택자가 내년에도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 돼 거래 가능한 매물의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세제 개편과 맞물릴 경우 효과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함 랩장은 “내년 규제지역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요율 인하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안이 확정되면 매물 증가나 거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 역시 세제 개편을 앞둔 시장 상황에 주목했다. 세제 혜택 축소를 앞두고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 임대사업자의 매도 물량이 내년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남 연구원은 “이번 유예 조치로 세제 개편을 앞두고 출회되는 매물들이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게 됨에 따라 매매 매물이 부족한 현 시장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제도 보완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갱신계약’이다. 기존 임대차계약이 끝난 뒤 갱신계약 1회까지 실거주 유예 대상으로 인정하면서 집이 매매됐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이 곧바로 퇴거해야 하는 부담을 일정 부분 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이 부분이 임차인의 거주 안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김효선 위원은 “갱신계약 인정은 매매가 일어날 때마다 임대 물량이 줄어드는 구조를 끊는다는 점에서 전월세 시장에 실질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함 랩장 역시 정책의 성격을 전세 공급 확대보다는 시장 간 충돌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대책은 전세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대책으로 보기보다는 매매와 임대차 간 충돌을 완화하는 제도 보완책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당장은 세입자의 계약기간을 보장해 임대차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유예기간이 끝난 뒤 매수자들의 실입주가 순차적으로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매매된 주택에서 기존 임차인이 빠져나가고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전월세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등이 보유한 주택이 대거 실수요자에게 넘어갈 경우 매매시장과 임대차시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남 연구원은 “임대사업자, 비거주 주택 보유자, 다주택자의 매도 물량이 집중된다면 전월세 매물 역시 동반 감소하는 효과가 있어 현재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실거주 유예 확대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과 주택 매매 활성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기 위한 제도 보완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거래 가능한 매물이 실제 계약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유예기간 종료 이후 전월세 공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정책 효과를 가를 핵심 변수로 남게 됐다.
당장의 거래 문턱은 낮아졌지만 시장의 셈법은 오히려 복잡해졌다. 매도자는 매물을 내놓을 시기를, 무주택자는 입주 시점과 자금계획을, 임차인은 계약 갱신과 향후 거주기간을 함께 따져야 한다. 토허구역 실거주 유예 확대가 얼어붙은 거래시장에 숨통을 틔우는 해법이 될지, 전월세시장에 또 다른 변수가 될지는 앞으로의 거래량과 임대 매물 변화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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