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한식 디렉터 장윤정]이 전하는세계 요리의 유래 조지아 하차푸리, 치즈를 품은 빵이 한 나라의 자부심이 되기까지

흑해와 코카서스의 목축문화가 빚어낸 치즈빵

지역마다 모양도 치즈도 달라지는 ‘조지아의 국민 음식’

배 모양 빵에 달걀과 버터를 띄운 아자리안 하차푸리의 특별한 이야기

사진 미식 1947 하차푸리(Khachapuri)

 

 

이번 세계 요리 여행은 유럽과 아시아가 맞닿은 코카서스의 나라 Georgia로 향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조지아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겨 먹는 하차푸리(Khachapuri)다.

 

처음 하차푸리를 보면 피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입 먹어보면 전혀 다른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갓 구운 빵 속에 짭조름한 치즈가 가득하고, 지역에 따라 달걀과 버터까지 더해진다.

 

이름 속에는 음식의 정체가 그대로 숨어 있다. 조지아어에서 '하초(khacho)'는 응고된 치즈와 관련된 말이고, '푸리(puri)'는 빵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치즈빵'인 셈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치즈빵이 만들어진 정확한 시기와 발명자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하차푸리는 특정 요리사가 어느 날 개발한 음식이라기보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조지아의 밀 농사와 목축·유제품 문화가 결합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음식으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

 

산악지역이 많은 조지아에서는 오랫동안 소와 양을 길렀고 치즈를 만드는 문화가 발달했다. 여기에 주식이었던 빵이 만나니 치즈를 빵 속에 넣어 굽는 것은 매우 실용적인 조리법이었다.

 

빵 하나만 가지고도 탄수화물과 유제품을 함께 섭취할 수 있었고, 뜨겁게 구우면 치즈가 녹으면서 든든한 한 끼가 됐다.

하차푸리가 특히 재미있는 이유는 지역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서부 이메레티 지역의 이메룰리 하차푸리는 둥근 빵 안에 치즈를 넣어 굽는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납작빵 같지만 자르는 순간 뜨거운 치즈가 모습을 드러낸다.

 

밍그렐리아 지역의 메그룰리 하차푸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빵 속에도 치즈를 넣고 위에도 치즈를 올린다. 그야말로 치즈를 위한 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형태는 흑해 연안 Batumi를 포함한 아자리 지역의 아차룰리 하차푸리다.

빵을 길쭉한 배 모양으로 만들고 가운데를 움푹 파 치즈를 가득 넣는다. 거의 다 구워졌을 때 가운데에 달걀을 깨뜨려 넣고 마지막으로 버터 한 조각을 올린다.

 

식탁에 나오면 여기서부터 먹는 방법도 특별하다.

먼저 포크로 달걀노른자와 녹은 치즈, 버터를 잘 섞는다. 그런 다음 빵의 가장자리를 조금씩 뜯어 가운데의 뜨거운 치즈에 찍어 먹는다.
 

 

사진 미식 1947 하차푸리 세계요리의유래

 

 

배 모양의 아차룰리 하차푸리가 항구와 바다를 상징한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가운데 달걀노른자를 해에 비유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설명은 흥미로운 문화적 해석으로 전해지는 것이며, 역사적으로 확인된 탄생 기록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하차푸리는 오늘날 조지아 사람들에게 단순한 간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정의 아침 식탁에도 오르고 식당과 빵집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축하 자리와 손님맞이 음식으로도 등장한다.

 

흥미롭게도 조지아에서는 하차푸리 가격을 이용해 물가를 살펴보는 이른바 '하차푸리 지수(Khachapuri Index)'까지 만들어졌다.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밀가루, 치즈, 달걀, 우유 등의 가격 변화를 이용해 생활물가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국민 음식이 경제지표의 이름에까지 등장한 셈이다.

하차푸리의 역사는 세계 음식의 탄생이 반드시 화려한 궁전이나 유명한 요리사의 주방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주변에서 얻을 수 있었던 밀과 치즈를 이용해 배를 든든하게 채우던 음식이 세월을 거치면서 지역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했고, 결국 한 나라를 상징하는 음식이 됐다.

 

빵을 뜯어 뜨거운 치즈와 달걀에 찍어 먹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치즈빵을 맛보는 것이 아니다. 그 한 조각에는 코카서스의 산과 흑해, 목축민의 삶과 조지아 사람들이 오랫동안 이어온 식탁의 기억이 함께 녹아 있다.


 

 

작성 2026.09.19 23:31 수정 2026.09.19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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