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가 해외로 나갈 때는 제품과 함께 안전을 설명하는 자료도 국경을 넘어야 한다. 차가 얼마나 멀리 달리는지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독일이 자동화·연결 기능을 갖춘 자동차의 시험과 기준을 맞추는 협력을 논의했다. 미래차 경쟁에서 시험 결과를 신뢰하고 비교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2026년 9월 1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양국은 9월 14일 독일 베를린에서 관련 협력 회의를 열었다. 정부와 산업기관, 주요 기업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기술 기준과 형식승인, 도로 시험, 자동차 데이터 관리와 안전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양측은 앞으로 기준과 규정의 조율, 시험 결과의 상호인정을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다만 이번 발표를 모든 자동차 시험 결과를 이미 서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험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지는 실제 제도와 후속 합의를 확인해야 한다.
시험 상호인정의 의미는 비교적 간단하다. 한쪽에서 수행한 시험 결과를 상대편에서도 정해진 조건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시험하는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시험 장비와 절차, 결과를 기록하는 방식이 충분히 믿을 만해야 한다.
학교 시험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두 학교가 같은 과목의 성적을 비교하려면 문제의 난이도와 채점 방식이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 한 학교는 쉬운 문제를 내고 다른 학교는 어려운 문제를 냈다면 점수만 비교하기 어렵다. 자동차 시험도 어떤 조건에서 얻은 결과인지가 숫자만큼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비 오는 밤에 차량 앞에 보행자가 나타나는 상황을 시험한다고 해 보자. 차량 속도와 보행자 위치, 조명의 밝기, 빗물의 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보행자를 인식했다’는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언제 발견했고 어떤 조치를 했는지까지 정해진 방식으로 기록해야 의미 있는 비교가 가능하다.
주행 환경의 차이도 살펴야 한다. 도로 표시와 교차로 구조, 운전자의 행동이 달라지면 같은 기능도 다른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 따라서 해외 시험 결과를 활용하더라도 판매 지역에서 추가로 확인해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제 협력의 목적은 이런 차이를 드러내고 필요한 시험을 더 명확하게 만드는 데 있다.
차량 소프트웨어가 바뀌는 경우도 중요한 과제다. 처음 시험한 버전과 실제 판매 차량의 버전이 달라졌다면 결과를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작은 수정이 센서 처리나 경고 시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시험 결과에는 차량과 부품의 구성, 소프트웨어 버전이 함께 남아야 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이번 논의에서 주목할 부분은 기술 개발과 검증 준비를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독일과 시험 및 기준의 협력 통로를 넓히려는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 기업도 수출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해외에서 요구할 수 있는 증빙 자료와 시험 조건을 함께 정리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품 업체에는 더욱 구체적인 준비가 요구된다. 카메라나 통신 장치를 잘 만드는 것에 더해 어떤 환경에서 성능을 확인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완성차 업체가 시험 조건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을 때 관련 자료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면 협업이 쉬워진다. 개발 기록과 시험 기록을 연결하는 일이 제품 경쟁력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데이터 관리도 협력의 중요한 조건이다. 문제 상황을 분석하려면 필요한 자료를 공유해야 하지만, 영상에는 사람이나 다른 차량의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기업의 설계 정보가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다. 무엇을 공유하고 무엇을 가리며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사전에 정해야 기술 검토가 원활해진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이런 준비를 모두 개별적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공동 시험 시설과 전문 인력의 지원을 통해 반복 작업을 줄이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지원 내용도 단순한 시험 장소 제공을 넘어 자료 작성, 버전 관리, 해외 기술 문서의 해석까지 포함한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협력의 효과를 확인할 지표도 필요하다. 회의 횟수나 협약 건수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인정되는 시험 범위가 늘었는지, 중복 시험이 줄었는지, 제품 개발 일정이 더 예측 가능해졌는지를 살펴야 한다. 안전을 확인하는 수준이 유지되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기능의 작동 조건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일이 중요하다. 어느 도로와 날씨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작동이 어려워질 때 어떤 안내를 하는지 알아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 기업끼리 주고받는 시험 자료의 정확성이 최종적으로는 이용자 설명의 정확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중·독 회의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미래차 수출을 준비할 때 제품 성능과 함께 그 성능을 입증하는 방법을 설계해야 한다. 국제 기준 논의에 참여하고, 비교 가능한 시험 자료를 쌓고, 변경 사항을 추적하는 능력이 갖춰질수록 해외 시장에서 기술을 설명할 힘도 커진다.
[참고자료]
中德讨论汽车测试合作,韩国出口企业也需关注
Zhōng Dé tǎolùn qìchē cèshì hézuò, Hánguó chūkǒu qǐyè yě xū guānzhù
中国和德国在柏林举行了自动网联驾驶领域合作会议。
Zhōngguó hé Déguó zài Bólín jǔxíng le zìdòng wǎnglián jiàshǐ lǐngyù hézuò huìyì.
双方讨论了技术标准、道路测试和汽车数据管理等问题。
Shuāngfāng tǎolùn le jìshù biāozhǔn, dàolù cèshì hé qìchē shùjù guǎnlǐ děng wèntí.
推进测试互认是合作方向,但不意味着所有测试结果已经获得相互认可。
Tuījìn cèshì hùrèn shì hézuò fāngxiàng, dàn bù yìwèizhe suǒyǒu cèshì jiéguǒ yǐjīng huòdé xiānghù rènkě.
比较车辆性能,需要明确测试环境和软件版本。
Bǐjiào chēliàng xìngnéng, xūyào míngquè cèshì huánjìng hé ruǎnjiàn bǎnběn.
韩国企业可以在产品开发阶段就准备完整的验证资料。
Hánguó qǐyè kěyǐ zài chǎnpǐn kāifā jiēduàn jiù zhǔnbèi wánzhěng de yànzhèng zīliào.
清楚、可信的测试记录,有助于企业开展国际合作。
Qīngchu, kěxìn de cèshì jìlù, yǒuzhù yú qǐyè kāizhǎn guójì hézu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