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한식 디렉터 장윤정]이 전하는세계 요리의 유래 그리스 무사카, 가지와 고기가 겹겹이 쌓여 탄생한 지중해의 맛

아랍의 가지요리가 오스만 세계를 거쳐 그리스 식탁으로 들어오다

프랑스식 베샤멜을 더해 오늘날의 무사카를 완성한 니콜라오스 첼레멘테스

한 접시 안에 중동·지중해·유럽의 음식 역사가 층층이 쌓이다

사진 미식 1947 그리스 무사카

 

 

 

이번 세계 요리 여행은 푸른 에게해와 올리브의 나라 Greece로 향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가지와 다진 고기, 토마토소스 그리고 부드러운 베샤멜소스를 겹겹이 쌓아 구워내는 무사카(Moussaka)다.

 

오븐에서 갓 나온 무사카를 잘라보면 단면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드러운 가지 아래에는 향신료가 밴 고기가 자리하고, 가장 위에는 두툼하고 고소한 크림색 소스가 덮여 있다.

 

그래서 흔히 '그리스식 라자냐'라고 소개되기도 하지만, 무사카의 역사를 따라가 보면 라자냐와는 상당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무사카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그리스 음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무사카'라는 이름의 뿌리는 아랍어권의 음식 명칭과 연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지를 중심으로 한 비슷한 음식은 그리스뿐 아니라 튀르키예와 레반트, 발칸 지역 등 동지중해와 중동의 여러 지역에서 오랫동안 만들어졌다.

 

지역에 따라 모습도 크게 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가지와 토마토를 함께 익혀 차갑게 먹고, Turkey에서는 가지와 다진 고기를 섞어 조리하는 형태도 볼 수 있다. 발칸 지역에서는 가지 대신 감자를 사용하는 무사카도 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늘날 세계적으로 알고 있는 '가지와 고기를 층층이 쌓고 하얀 베샤멜소스를 올린 그리스식 무사카'는 언제 탄생했을까?

 

여기에서 한 명의 요리사가 등장한다.

20세기 초 그리스 요리사이자 요리책 저자였던 Nikolaos Tselementes다.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 요리를 경험했던 첼레멘테스는 그리스 전통음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프랑스식 조리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무사카 위에 베샤멜소스를 두껍게 올리는 방식을 널리 정착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 무사카

 

 

베샤멜은 버터와 밀가루를 볶아 만든 루에 우유를 넣어 완성하는 프랑스 요리의 대표적인 흰 소스다.

지중해의 가지요리 위에 프랑스식 소스가 올라간 것이다.

이 조합은 성공적이었다.

 

가지는 고기의 육즙과 토마토의 감칠맛을 머금고, 베샤멜은 향신료가 들어간 고기의 강한 맛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마지막으로 오븐에서 구우면 표면은 노릇해지고 내부의 여러 층은 하나의 맛으로 이어진다.

무사카를 만드는 과정도 흥미롭다.

 

먼저 가지를 길게 썰어 굽거나 익힌다. 다진 양고기 또는 쇠고기는 양파와 토마토를 넣고 볶으며, 계피나 올스파이스 같은 향신료를 사용하는 조리법도 있다.

 

그릇에 가지와 고기를 차례로 쌓은 다음 마지막에 베샤멜을 넉넉하게 덮는다.

그리고 오븐에 넣는다.

 

뜨거운 열 속에서 서로 다른 재료들이 하나의 음식으로 결합한다.

여기서 무사카의 역사를 닮은 재미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무사카의 맛이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그 역사 역시 여러 문화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중동과 동지중해의 가지 문화, 오스만 시대를 거치며 이어진 음식 교류, 그리스의 식재료 그리고 프랑스 요리기술까지 한 접시 안에서 만난다.

 

오늘날 무사카는 그리스의 가정과 타베르나에서 사랑받는 대표적인 음식이 됐다. 관광객에게는 그리스 여행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메뉴로 꼽히지만, 현지에서는 가족이 함께 나누어 먹는 친숙하고 든든한 음식이기도 하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음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한 나라 안에서 모든 것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이동하면 음식도 이동한다. 새로운 지역에 도착한 음식은 그곳의 재료와 사람들의 취향을 만나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무사카가 바로 그런 음식이다.

 

가지를 한 겹, 고기를 한 겹, 베샤멜을 한 겹씩 쌓아 올린 무사카의 단면을 바라보면 수백 년 동안 지중해를 오갔던 사람과 문화의 흔적까지 함께 보인다. 무사카는 한 접시 위에 쌓아 올린 '먹을 수 있는 지중해의 역사'라 해도 좋을 것이다.


 

작성 2026.09.18 19:46 수정 2026.09.1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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