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매수하는 무주택자의 실거주 부담이 한층 완화된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였던 실거주 유예 신청기한을 2027년 말까지 연장하고, 현재 진행 중인 임대차계약뿐 아니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갱신계약까지 유예기간으로 인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토지거래허가제의 실거주 원칙 자체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했던 현실적인 제약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매수자의 무주택 요건과 실제 입주 이후 2년간 거주해야 하는 의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갱신계약 기간까지 실거주 유예 범위에 포함되면서 매수자가 실제로 입주해야 하는 시점이 조건에 따라 크게 늦춰질 수 있게 됐다. 기존 세입자 역시 주택 소유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단기간에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어 향후 토허구역 내 매매시장과 임대차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실거주 유예 2027년 말까지…‘세 낀 집’ 거래 제약 낮춘다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실거주 유예 연장·확대 방안의 핵심은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을 1년 더 늘리는 것이다. 당초 2026년 12월 31일까지였던 신청기한을 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한다. 관련 제도는 2026년 10월 1일부터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행일을 기준으로 임대 중인 주택 등에 대해 요건을 충족한 매수자가 실거주 유예를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이 총 15개월로 늘어난다.
정부가 실거주 원칙을 유지하면서 별도의 유예제도를 운용하는 데는 토허구역의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 거래에 일정한 실거주 요건이 적용되기 때문에 세입자가 장기간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매매 과정에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임대차계약이 남아 있는 주택은 매수자가 즉시 입주하기 어렵다. 실거주를 전제로 주택을 매입하려는 무주택자와 계약기간을 보장받아야 하는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거래가 쉽지 않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앞서 2026년 5월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 전체로 실거주 유예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당시에는 같은 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지만, 이번 조정으로 신청 가능 기간이 다시 1년 연장됐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식 자료에서도 임대 중인 주택의 실거주 유예 신청기한을 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제시됐다.
갱신계약까지 인정…입주 시점 최장 3년 3개월 늦춰질 수 있어
이번 제도 변경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단순한 신청기한 연장을 넘어 임대차 갱신계약까지 실거주 유예 범위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임대차계약의 남은 기간을 중심으로 유예를 인정했다. 제도가 확대되면 일정 요건을 갖춘 갱신계약도 한 차례 인정되고, 갱신 기간은 최장 2년까지 실거주 유예에 반영할 수 있다.
다만 ‘2027년 말까지 유예된다’는 표현과 ‘최장 3년 3개월 유예’는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27년 12월 31일은 실거주 유예를 신청할 수 있는 기한이다. 실제 입주 시점은 개별 주택의 기존 임대차계약과 갱신계약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제도가 시행되는 2026년 10월 1일을 기준으로 보면 신청기간 15개월에 최대 24개월의 갱신계약 기간을 더할 수 있어 조건에 따라 최장 3년 3개월가량 입주를 늦출 수 있는 구조가 된다. 갱신계약이 없다면 적용 방식이 달라진다. 이 경우 시행 당시 존재하는 최초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실거주가 유예되며, 제시된 일정상 늦어도 2028년 9월 30일까지는 입주해야 하는 구조다.
반대로 갱신계약 요건까지 충족한다면 입주 시점은 2029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주택 거래를 검토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3년 3개월 유예’라는 최대 기간만 볼 것이 아니라 기존 계약 종료일과 갱신계약의 시작 시점, 실거주 유예 신청 시점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주택 요건 그대로…입주 후에는 2년 직접 거주해야
실거주 유예 범위가 확대됐다고 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원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매수자의 무주택 요건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이 되려면 2026년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주택을 매입한 뒤 유예기간이 끝나 실제 입주하면 이후 2년 동안 직접 거주해야 하는 의무도 유지된다.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뒤 일정 기간 안에 주택 취득 절차를 완료해야 하는 요건 역시 그대로다. 허가를 받은 매수자는 4개월 안에 해당 주택의 취득·등기를 마쳐야 한다.
이는 이번 정책이 실거주 의무를 없애는 방식의 규제 완화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어 즉시 입주하기 어려운 경우 일정 기간 입주 시점을 늦춰주는 것이 핵심이며,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는 매수자가 직접 들어가 거주해야 한다.
따라서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한 뒤 계속 임대하는 일반적인 형태까지 허용하는 제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정부 역시 공식 발표에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거래 여건을 보완하는 동시에 실거주 원칙을 유지한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임차인에게도 변화…주택 매매와 임대차의 충돌 줄이나
이번 조치는 매수자뿐 아니라 기존 임차인의 주거 문제와도 직접 연결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매수한 사람이 빠른 시일 안에 직접 입주해야 한다면 기존 임차인은 계약 관계와 제도 적용 상황에 따라 이사를 준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임대차계약 갱신을 통해 기존 주택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세입자에게 주택 매매는 주거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갱신계약까지 실거주 유예 대상으로 확대한 것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주택이 거래되더라도 조건을 충족하면 기존 임차인이 일정 기간 더 거주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매도자 입장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세입자가 장기간 거주하는 주택은 매수자의 실거주 요건 때문에 거래 상대를 찾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었다. 유예기간이 확대되면 임대차계약이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래가 어려웠던 일부 주택의 매매 여건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제도 변경이 실제 거래량이나 전·월세 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는 시행 이후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금리와 주택가격, 세제, 지역별 공급량 등 여러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실거주 유예 확대만으로 시장 전체의 방향을 단정하기 어렵다.
거래 유연성 높였지만 ‘실거주 원칙’과 균형은 과제
정부가 실거주 유예제도를 다시 손질한 배경에는 주택 매매와 임대차시장의 현실적인 충돌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임대차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매수자의 입주를 일정 기간 늦출 수 있게 하면 매매와 동시에 임대주택 한 채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상황을 줄이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 세입자에게는 거주기간을 확보할 가능성을 높이고, 매도자와 무주택 매수자에게는 거래 선택지를 넓혀주는 구조다.
반면 유예기간이 길어질수록 토지거래허가제에서 강조해 온 실거주 원칙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는 계속 논의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의 실거주 요건과 임차인의 계약 안정성, 정상적인 주택 거래라는 서로 다른 정책 목표를 동시에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서도 무주택 요건과 입주 후 2년 거주 의무를 유지했다. 유예는 인정하되 최종적으로는 실거주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제도의 핵심은 ‘실거주 의무 폐지’가 아니라 ‘실거주 시점의 조정’에 있다. 2027년 말까지 신청기한이 연장되고 갱신계약까지 인정되면서 세입자가 거주하는 토허구역 주택의 거래에는 이전보다 여유가 생기게 됐다. 다만 매수자에게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도 많아졌다. 무주택 유지 시점, 기존 임대차계약 종료일, 갱신계약 체결과 시작 시점, 토지거래허가와 취득 절차, 최종 입주 시점 및 입주 후 2년 거주 의무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제 거래에서는 ‘최장 3년 3개월’이라는 기간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해당 주택의 임대차계약 상태와 자신이 특례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번 제도 개편이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거래 제약을 어느 정도 해소하면서 임차인의 주거 안정까지 뒷받침할 수 있을지, 그리고 실거주 중심의 토지거래허가제와 어떤 균형점을 형성할지가 향후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