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세계 요리 여행은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Turkey로 향한다. 오늘의 음식은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맘 바이을드(İmam Bayıldı)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놀랍게도 “이맘이 기절했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이맘(Imam)은 이슬람 공동체의 종교 지도자를 가리키며, 'Bayıldı'는 기절했다는 의미다.
도대체 가지요리가 얼마나 맛있었기에 이맘이 기절했을까?
이맘 바이을드는 가지에 양파와 토마토, 마늘 등을 넉넉하게 채우고 올리브오일을 사용해 천천히 익히는 음식이다. 고기를 넣지 않는 형태가 대표적이며, 차갑거나 미지근하게 먹기도 한다.
이 음식은 오스만 시대에 발전한 가지와 올리브오일 조리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Ottoman Empire의 음식문화에서는 가지가 매우 중요한 식재료였고, 올리브오일로 채소를 천천히 익히는 '제이틴야을르(zeytinyağlı)' 계열의 음식도 발달했다.
그런데 정작 이 음식보다 유명한 것이 이름의 탄생 전설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고 유쾌하다.
한 이맘의 아내가 가지 속에 양파와 토마토, 마늘을 채우고 올리브오일을 듬뿍 사용해 요리를 만들었다. 한입 맛본 이맘이 너무나 맛있어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요리를 '이맘 바이을드', 즉 '이맘이 기절했다'고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두 번째 전설은 전혀 다르다.
한 이맘이 부유한 올리브오일 상인의 딸과 결혼했다고 한다. 신부는 혼수로 값비싼 올리브오일 여러 항아리를 가져왔고, 결혼 후 매일 남편에게 가지요리를 만들어주었다.
이맘은 아내가 만든 음식에 푹 빠졌다.
그런데 며칠 뒤 갑자기 가지요리가 식탁에서 사라졌다.
이유를 묻자 아내가 대답했다.
“혼수로 가져온 올리브오일을 모두 써버렸어요.”
맛있는 음식 때문이 아니라 엄청난 양의 비싼 올리브오일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맘이 충격을 받아 기절했다는 것이다.
어느 이야기가 진짜일까?

안타깝게도 두 이야기 모두 역사적으로 확인된 탄생 기록은 아니다.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민간 설화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음식과 함께 세대를 넘어 전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맘 바이을드의 매력이다.
조리법을 들여다보면 이 음식이 왜 오랫동안 사랑받았는지도 알 수 있다.
가지는 기름을 잘 흡수하는 식재료다. 여기에 달큰하게 익힌 양파와 토마토, 향긋한 마늘이 더해지고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사용해 천천히 익히면 각각의 맛이 가지 속으로 깊숙이 스며든다.
뜨거울 때보다 한김 식힌 뒤 먹으면 올리브오일과 채소의 맛이 더욱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튀르키예에는 재미있는 가지요리가 또 하나 있다.
카르느야르크(Karnıyarık)다.
겉모습은 이맘 바이을드와 비슷하지만 다진 고기를 넣는 것이 큰 차이다. 그래서 이맘 바이을드는 올리브오일을 중심으로 한 채소요리, 카르느야르크는 고기를 넣어 따뜻하게 먹는 든든한 요리로 구분할 수 있다.
이맘 바이을드의 진짜 가치는 화려한 식재료에 있지 않다.
가지와 양파, 토마토, 마늘처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재료를 천천히 익혀 전혀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유쾌한 이야기가 더해졌다.
맛있어서 기절했을까, 올리브오일 값 때문에 기절했을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이맘이 기절한 가지요리'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수백 년 뒤의 사람들에게까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음식은 맛으로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서도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한 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