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숫자는 한 번 충전해 달릴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차량에서 배터리를 분리한 뒤에도 중요한 과정이 남는다. 누가 회수하고, 상태를 어떻게 확인하며, 다시 사용할지 재료를 되찾을지 결정해야 한다. 중국이 최근 동력배터리 회수·재활용 산업의 표준체계 지침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시작하면서 자동차의 ‘사용 이후’가 새로운 정책 의제로 떠올랐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6년 9월 15일 ‘동력배터리 회수·재활용 산업 표준체계 구축 지침 2026년판’ 의견수렴안을 공개했다. 공지에 제시된 의견 수렴 기간은 9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다. 당국은 산업의 표준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한 표준의 공급을 추진하기 위해 초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단계는 의견을 받는 과정이며, 최종 지침이 확정돼 시행된 상태와 구분해야 한다.
이번 발표를 이해하려면 ‘표준체계’라는 표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표준체계는 서로 관련된 기준을 어떻게 정리하고 연결할지 다루는 틀이다. 개별 제품의 성능 기준 하나를 만드는 일보다 범위가 넓다. 다만 공지의 제목만으로 세부 검사방법이나 의무사항까지 확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 아래에서 살펴보는 배터리 관리의 쟁점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생각해 볼 산업적 과제다.
사용후 배터리는 겉모습만 보고 상태를 판단하기 어렵다. 같은 시기에 만들어졌더라도 사용 환경과 충전 습관, 온도에 노출된 정도 등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차에서 분리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폐기물이라고 단정하거나, 반대로 모두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남아 있는 성능과 안전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재사용과 재활용도 구분해야 한다. 재사용은 배터리의 남은 기능을 다른 용도 등에 활용하는 방향이다. 재활용은 배터리에서 재료를 회수해 다시 자원으로 이용하는 방향이다. 어느 쪽이 알맞은지는 배터리의 상태와 구성, 검사·처리에 드는 비용, 실제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모든 배터리를 같은 경로로 보내는 방식으로는 이런 차이를 반영하기 어렵다.
가령 두 업체가 같은 배터리를 검사했는데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린다면 거래가 복잡해진다. 구매자는 무엇을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고, 판매자도 가격을 설명하기 힘들다. 검사 항목과 시험 조건을 비교할 수 있어야 평가 결과를 이해할 수 있다. 표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서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기업이 같은 대상을 설명하는 공통의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력 정보도 중요한 검토 대상이다. 어떤 제품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보관 장소에 왔는지 알 수 없다면 안전한 처리와 책임 확인이 어려워진다. 제품의 출처와 이동 경로가 명확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관련 대상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어떤 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공유할지는 개인정보와 영업정보, 기술정보의 성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회수 이후의 보관과 운송 역시 빠뜨릴 수 없다.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배터리를 일반 물품처럼 다루면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 공장 안에서 재료를 회수하는 기술만 발전해도 그 공장에 도착하기 전 과정이 부실하면 전체 산업의 신뢰도는 낮아질 수 있다. 자동차에서 분리되는 순간부터 다음 활용처에 도착할 때까지 연결해서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환경 효과도 실제 과정으로 평가해야 한다. 재활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자동으로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 회수와 처리에 필요한 에너지, 운송 거리,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되찾은 재료의 품질 등을 함께 봐야 한다. 재사용의 경우에도 제품이 안전하게 얼마나 오래 쓰이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원순환의 목표는 처리량을 늘리는 것과 함께 불필요한 자원 소비와 환경 부담을 줄이는 데 있다.
한국과 중국의 자동차산업을 비교할 때도 판매량과 배터리 생산능력에 더해 이런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사용후 배터리의 상태를 얼마나 일관되게 평가할 수 있는가. 기업이 달라져도 검사 결과를 이해할 수 있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확인할 수 있는가. 중국의 이번 의견 수렴은 이러한 비교를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의 차원으로 옮겨 볼 계기가 된다.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재활용 설비의 규모를 키우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상태를 진단하는 장비, 검사 결과를 관리하는 프로그램, 안전한 운송·보관 서비스 등에서도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중국의 초안 발표만으로 특정 사업의 수익성을 예상하는 것은 이르다. 최종 문서와 실제 적용 범위, 시장의 수요를 확인해야 사업 기회를 판단할 수 있다.
제도와 현장의 연결도 중요하다. 기준이 정교해져도 이를 적용할 장비와 인력이 부족하면 실행이 늦어질 수 있다. 작은 업체가 검사 결과를 제대로 기록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기준의 수준을 높이는 일과 현장에서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은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이는 한국에서도 표준화 정책을 평가할 때 살펴볼 부분이다.
소비자 역시 전기차를 살 때 차량의 성능뿐 아니라 배터리 교체와 회수에 관한 설명을 살펴볼 수 있다. 자동차의 가치는 판매 순간에 모두 결정되지 않는다. 사용이 끝난 뒤 남은 자원을 어떻게 다루는지도 산업의 품질을 보여 준다. 중국의 이번 지침안이 최종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전기차의 다음 경쟁은 더 멀리 달리는 기술과 함께, 달린 뒤의 책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능력까지 포함할 것이다.
[참고자료]
电池离开汽车以后,还能做什么?
Diànchí líkāi qìchē yǐhòu, hái néng zuò shénme?
中国正在征求意见,推动电池回收利用的标准建设。
Zhōngguó zhèngzài zhēngqiú yìjiàn, tuīdòng diànchí huíshōu lìyòng de biāozhǔn jiànshè.
中国工业和信息化部最近公布了一份关于动力电池回收利用的文件草案。
Zhōngguó Gōngyè hé Xìnxīhuà Bù zuìjìn gōngbù le yī fèn guānyú dònglì diànchí huíshōu lìyòng de wénjiàn cǎo’àn.
目前,有关部门正在听取社会各界的意见。
Mùqián, yǒuguān bùmén zhèngzài tīngqǔ shèhuì gèjiè de yìjiàn.
这份草案还不是已经实施的最终规定。
Zhè fèn cǎo’àn hái bú shì yǐjīng shíshī de zuìzhōng guīdìng.
电池离开汽车以后,需要先检查,才能决定怎样处理。
Diànchí líkāi qìchē yǐhòu, xūyào xiān jiǎnchá, cái néng juédìng zěnyàng chǔlǐ.
有些电池经过检查,在符合安全要求的情况下,可以用于其他设备。
Yǒuxiē diànchí jīngguò jiǎnchá, zài fúhé ānquán yāoqiú de qíngkuàng xià, kěyǐ yòng yú qítā shèbèi.
有些电池则需要回收其中的材料,让资源得到再次利用。
Yǒuxiē diànchí zé xūyào huíshōu qízhōng de cáiliào, ràng zīyuán dédào zàicì lìyòng.
只看电池的外表,不能准确判断它的状态。
Zhǐ kàn diànchí de wàibiǎo, bù néng zhǔnquè pànduàn tā de zhuàngtài.
检查方法、使用记录和运输过程,都值得重视。
Jiǎnchá fāngfǎ, shǐyòng jìlù hé yùnshū guòchéng, dōu zhíde zhòngshì.
对中韩两国来说,电池的安全和资源利用都是值得关注的问题。
Duì Zhōng Hán liǎng guó lái shuō, diànchí de ānquán hé zīyuán lìyòng dōu shì zhíde guānzhù de wèntí.
汽车行业不仅要关心新车卖得怎么样,也要关心旧电池最后去了哪里。
Qìchē hángyè bùjǐn yào guānxīn xīnchē mài de zěnmeyàng, yě yào guānxīn jiù diànchí zuìhòu qù le nǎl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