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쉼표 03] 고르지 않아도 하루는 익어간다

한 가지 감정만으로 살 수는 없어서

섞여 있는 마음으로도 하루를 산다

푸른 하늘 아래 익어가는 벼 사이사이에 피도 함께 자라고 있는 모습(사진=온쉼표저널)

 

 

푸른 하늘 아래 익어가는 벼가 넓게 펼쳐져 있다. 그 사이사이에는 피도 함께 자라고 있다.
곧고 가지런한 것만 풍경이 되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섞여 있는 모습도 그날의 진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눈에 보기 좋은 것만 삶이 아니다

우리는 자주 정돈된 하루를 바란다.

마음도 가지런하고 해야 할 일도 순서대로 끝나고 관계도 흔들림 없이 흘러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실제의 하루는 늘 그렇지 않다.

기쁜 일이 있었는데도 마음 한편은 무겁고 잘 해낸 날인데도 어딘가 부족한 기분이 남는다.  

누군가와 웃으며 이야기하다가도 혼자 있을 때는 이유 없이 지치는 날이 있다.

 

사진 속 논도 그렇다.

익어가는 벼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피도 섞여 있다.  한 눈에 보기에 고르지 안은 장면일 수 있다.

그래도 그 논은 여전히 논이고, 여전히 자기 시간 안에서 익어가고 있다.

 

 

마음에도 여러 가지가 함께 자란다

우리의 마음도 꼭 그렇지 않을까.

어떤 날은 괜찮음과 피곤함이 함께 있고 안도와 걱정이 한자리에 머문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마음과 이대로 괜찮은지 묻는 마음이 나란히 앉아 있기도 하다.

우리는 자꾸 한 가지 마음만 남기고 싶어한다. 

불안을 없애고 싶고 흔들림은 정리하고 싶고 어수선함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그런데 어쩌면 삶은 늘 그렇게 한 가지만 남겨두는 방식으로 흐르지 않는지도 모른다. 

좋은 것과 불편한 것, 선명한 것과 흐린 것이 함께 있는 채로 하루가 흘러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정리된 마음이 아니라 그런 마음을 안고도 오늘을 살아내는 일인지 모른다.

 

 

섞여 있는 채로도 하루는 지나간다

하늘은 맑고 논은 익어가고 그 사이에는 피도 있다.  이 장면은 무엇 하나만 골라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우리도 조금 덜 조급해져도 될 것 같다.  

마음이 아직 정돈되지 않았다고 해서 오늘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생각이 복잡하다고 해서 내가 뒤처진 것도 아니다.

 

논이 한 번에 고르게 익지 않듯 우리도 한 가지 표정으로만 하루를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조금씩 다음으로 간다.

 

고르지 않아도 괜찮다.

섞여 있어도 괜찮다.

오늘의 마음이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아도 그것 역시 우리 삶의 한 장면일 것이다.

 

 

 

오늘의 작은 쉼표

오늘은 1분 정도, 지금 내 마음에 함께 있는 감정을 굳이 하나로 정리하지 않아도 좋겠다.

“나는 지금 이런 마음도 있고, 저런 마음도 있구나” 하고 조용히 바라보는 시간만 남겨두어도 충분한다.

 

오늘 당신의 마음에는 어떤 서로 다른 감정들이 함께 머물고 있나요?

 

 

작성 2026.09.17 10:07 수정 2026.09.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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