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을 여는 순간…고소한 빵 향에 코끝이 찡~했다
여름의 뒷덜미를 붙잡고 있던 더위가 마침내 손을 놓기 시작했다. 아침저녁 스치는 바람 끝에는 어느새 가을의 기척이 묻어났다.
높아진 하늘 아래 햇살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런 날이면 따뜻한 차 한잔과 갓 구운 빵 한 조각이 유난히 그리워진다.
그 마음을 미리 읽기라도 한 걸까. 대전 유성구 왕가봉로를 걷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고소한 냄새에 발걸음이 멈췄다. 냄새 따라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갓 구운 빵 향이 훅~ 밀려왔다. 갓 내린 커피 향까지 은은하게 섞이니 아직 한입 맛보기도 전인데 군침이 흥건했다.
노릇노릇한 빵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바삭해 보이는 소금빵부터 통통하게 부푼 건강빵까지, 눈길이 절로 바빠졌다. “어떤 빵부터 먹어볼까?” 초가을 길에서 뜻밖의 행복한 고민이 생겼다.

여기는 대전 유성구 왕가봉로 30(PK빌딩 1층)에 위치한 ‘오트번(OATBURN) 본사 직영 1호점’. 귀리(Oat)와 밀을 배합해 천연의 빵을 굽는 베이커리 카페다. 초가을 바람에 이끌려 들어왔지만 궁금한 것은 하나였다. “귀리빵을 아십니까?” 도대체 이 곳 귀리빵에는 어떤 맛과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새벽 6시 30분, 오트번의 하루는 벌써 시작된다
오트번의 하루는 거리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8시 30분. 하지만 제빵사 2명은 새벽 6시 30분부터 반죽하고 빵을 굽는다. 손님을 맞을 시간이 가까워지면 갓 구운 빵 향이 매장 안을 채운다.
오트번이 지키는 원칙은 ‘당일 생산·당일 판매’다. 전날 만든 빵을 냉동해 다시 판매하지 않고 그날 만든 빵을 그날 고객에게 내놓는다. ‘오늘 만든 빵을 오늘 먹는다.’ 단순하지만 신선함의 기본이다.
그 진가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날은 월요일이다. 매주 일요일은 교회 출석 등 주일 성수를 위해 문을 닫는다. 하루를 기다린 고객들의 발길이 월요일 아침부터 이어지고, 때로는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손님이 몰린다고 한다.
특히 오전 8시 30분 문을 연 뒤 불과 1시간여 만인 오전 9시 40~50분경 준비한 빵이 완판되는 경우도 있다. 화려한 광고보다 일찍 비어가는 진열대가 이곳의 진가를 더 솔직하게 보여준다.
귀리 60% 이상... 건강과 맛 사이에서 답을 찾다

‘오트번(OATBURN)’이라는 이름에 정체성이 담겨 있다. 바로 ‘OAT’, 귀리다. 대표 건강빵에는 귀리를 약 60% 이상 배합하고 비정제 사탕수수 등을 사용한다. 오트번의 차별화는 원재료와 반죽에서 시작된다.
귀리는 식이섬유와 베타글루칸 등을 함유한 곡물로 잘 알려져 있다. 소비자들도 이제 맛만 보지 않는다. 어떤 원료를 썼는지, 얼마나 신선한지도 살핀다. 귀리빵이 맛과 건강을 함께 챙기려는 이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다.
하지만 좋은 재료만으로는 부족하다. 빵은 결국 맛있어야 한다. 오트번이 승부를 거는 지점도 ‘건강과 맛의 균형’이다. 귀리와 밀의 배합으로 건강을 생각하면서도 빵 본연의 맛을 놓치지 않는다.
“맛있게 먹었는데, 알고 보니 귀리가 듬뿍 들어갔네.” 맛과 건강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고집. 바로 오트번이 내세우는 ‘귀리빵의 자존심’이다.

“와삭!”…거북이 등껍질 닮은 누룽지 소금빵
진열대를 둘러보다 유독 눈길을 잡아끄는 녀석이 있었다. 3종의 소금빵 가운데 SNS에서도 관심을 얻고 있다는 ‘누룽지 소금빵’이다. 노릇하게 갈라진 표면이 거북이 등껍질을 닮았다. 생김새부터 재미있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와삭!”.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구수하고 고소한 풍미가 입안에 남았다. 요즘 말로 하면 ‘겉바속촉’, 바로 그 맛이었다.
대표 메뉴 ‘오트번’을 비롯해 단팥빵 등 친숙한 건강빵도 진열대를 채웠다. 색다른 식감을 찾는 젊은 고객부터 담백한 빵을 선호하는 고객까지 취향대로 골라 담는다. 빵 고르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다.
수제청에 오트 크림 라떼... 빵 한입, 커피 한 모금
빵 한입을 먹으니 커피 한 모금이 생각났다. 오트번은 시그니처 ‘오트크림 라떼’를 비롯해 아이스 아메리카노, 직접 갈아 만드는 수박주스 등 빵과 어울리는 음료도 다양하다.
눈여겨볼 것은 과일청이다. 자몽청·딸기청·레몬청을 매장에서 직접 담근다. 빵을 직접 굽듯 차 한잔에도 손맛과 정성을 담는다.
고소한 귀리빵 한입, 부드러운 오트 크림 라떼 한 모금. 빵을 사러 왔다가 커피를 마시고, 커피 한잔 마시러 왔다가 나갈 때는 빵 봉투까지 들게 되는 조합이다. 초가을 오후라면 잠시 앉아 그 맛을 천천히 즐기고 싶어진다.

비어가는 진열대... 입소문에는 이유가 있었다
요즘 소비자는 맛 하나만 보고 빵을 고르지 않는다. 원재료와 신선도를 살피고, 눈에 띄는 메뉴는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한다. 마음에 들면 다시 찾는다. 오트번은 이런 고객에게 ‘귀리·맛·신선함’으로 다가간다.
누룽지 소금빵의 독특한 모습과 식감이 SNS에서 관심을 얻고, 휴무 다음 날인 월요일이면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오전 일찍 준비한 빵이 동나는 풍경을 보니 왜 다시 찾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어쩌면 빵집에서 가장 솔직한 광고판은 화려한 간판이 아닐지도 모른다. 듬성듬성 비어가는 진열대, 그리고 다시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들. 그 평범한 풍경이 이 집의 맛을 말해주고 있었다.
팔기만 하는 빵에서, 이웃과 나누는 빵으로

오트번의 빵 이야기는 매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오미(주)와 연계한 ‘오트번 희망나눔’ 등을 통해 전주·당진·홍성·평창·원주 등에서 아동·청소년과 어르신, 탈북민 등 이웃들에게 빵을 나누는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커피와 함께 먹는 빵 한 조각.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마음과 함께 건네받는 빵 한 봉지다. ‘잘 만들어 잘 파는 빵’에서 ‘정성껏 만들어 함께 나누는 빵’으로. 빵의 의미가 조금 더 넓어진다.
작은 빵 하나가 사람과 사람을 잇고 이웃에게 온기를 전한다. 맛과 건강을 넘어 나눔까지. 오트번이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가치다.
“아까 그 소금빵, 하나 더 사 갈까”... 발길을 잡는 고소한 여운
화려한 베이커리와 카페가 넘쳐나는 시대. 그래도 사람의 발길을 다시 돌려세우는 것은 결국 빵맛 아닐까. 좋은 재료로 정성껏 굽고 가장 신선할 때 내놓는 것. 오트번의 경쟁력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었다.
맛있어야 한다. 신선해야 한다. 건강도 생각해야 한다. 한번 찾아온 손님을 두 번, 세 번 다시 찾게 하는 힘도 결국 그 기본에서 시작된다.
취재를 마치고 유리문을 밀고 나오던 순간, 초가을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들어설 때 코끝을 찡~하게 했던 고소한 빵 향이 문밖까지 따라 나오는 듯했다. 몇 걸음 옮기다 문득, 거북이 등껍질을 닮은 그 누룽지 소금빵이 다시 떠올랐다.
“아, 아까 그 누룽지 소금빵…하나 더 사 갈까.”
발걸음을 돌렸다...
선선한 가을바람 속에서도 입안에는 고소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 맛과 건강, 신선함을 함께 굽는 오트번.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충동, 어쩌면 그것이 ‘귀리빵의 자존심’에 보내는 가장 솔직한 시식평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