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왕십리 ‘타투파티’ 타투이스트 이안, “나를 평생 기억할 사람에게 실수하지 않는 것, 그것이 타투이스트의 가장 중요한 책임입니다”

단순히 그림을 새기는 것을 넘어 고객의 삶과 의미, 몸의 구도까지 고민하는 타투를 지향

 

▲ 성동구 행당동 ‘타투파티’ 타투이스트 이안

 

왕십리의 어느 골목, 타투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타투이스트 이안을 만났다.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떠올리면 먼저 화려한 그림과 강렬한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의외로 조용하고 단단했다.

 

그에게 타투는 단순히 피부 위에 그림을 남기는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몸에 평생 남을 무언가를 새기는 일, 그래서 한 번의 선택과 한 번의 작업에도 긴 책임이 따라오는 일이었다.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역 인근에서 ‘타투파티’를 운영하고 있는 류이안 타투이스트(활동명 이안)는 2005년부터 타투 작업을 시작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의 몸에 그림을 새겨온 타투이스트 이안이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은 ‘건강한 타투 문화’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조금 뜻밖의 곳에서 시작됐다. 

 

▲ 사진제공 = 타투파티

 

“처음부터 타투이스트가 될 생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타투이스트 이안의 첫 직업은 여성복 디자이너였다. 타투는 그의 인생 계획표에 없던 일이었다. 옷을 좋아했고, 옷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겠다는 목표가 분명했다.

 

어린 시절 타투를 받아본 경험은 있었지만 그것 역시 타투이스트가 되겠다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잘못된 타투를 커버하는 작업을 받게 됐고 그 과정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타투를 배워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타투를 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했지만 상대방은 몇 차례 더 그에게 가능성을 권했다. 깊이 고민한 끝에 그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한번 해보면 재미있겠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타투는 전업이 됐다. 여성복 디자이너로 살아가던 시간은 뒤로하고 타투이스트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강남에서 숍을 운영하던 그는 동대문 고객들이 보다 편하게 찾아올 수 있고 강남에서도 접근하기 좋은 곳을 찾다가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행당동에서 타투파티를 운영한 지도 어느덧 11년 정도가 흘렀다.

 

우연으로 시작한 일이 2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그의 이름을 대신하는 직업이 된 셈이다. 

 

▲ 사진제공 = 타투파티

 

“타투는 그림보다 먼저 ‘의미’를 새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타투이스트 이안이 생각하는 타투의 가장 큰 매력은 ‘의미’다.

 

용과 호랑이처럼 익숙한 소재에도 각각의 상징이 있고, 파도와 고래, 시계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이미지에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같은 그림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이미지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사랑, 기억, 극복과 같은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타투를 단순한 장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의미가 있으면 더 좋다고 생각해요. 결국 자기 몸에 평생 가지고 가는 거니까요.”

 

그가 20년 넘게 타투를 하면서 느낀 가장 큰 갈증 역시 여기에서 출발한다. 타투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좋은 타투’와 ‘잘못된 타투’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때로는 타투이스트들조차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요즘 그가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건강한 타투 문화’다.

 

▲ 사진제공 = 타투파티

 

“한 사람에게 제대로 알려주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잖아요”

 

 

타투파티를 찾는 고객에게 타투이스트 이안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작업이 아니다. 상담이다.

타투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은 물론이고 이미 타투를 여러 번 받아본 사람에게도 타투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다. 상담에만 30분에서 1시간가량을 할애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이 좋은 작업인지,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지, 시술 후에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 타투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설명한다.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 사람이 제대로 알게 되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타투 문화가 한 번에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에게 찾아오는 사람 한 명에게라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면 그것 역시 변화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라도’라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

 

우리나라의 타투 문화를 자신 한 사람이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오는 고객에게만큼은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 사진제공 = 타투파티

 

“타투는 평생 남습니다. 그래서 실수가 허용되면 안 돼요”

 

 

그가 제자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나를 평생 기억할 사람에게 실수하지 마라.”

 

타투이스트에게는 수많은 고객 중 한 사람이지만, 고객에게는 자신의 몸에 남은 타투를 볼 때마다 그 작업을 해준 타투이스트가 떠오를 수 있다.

 

그는 이를 타투라는 직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자 동시에 가장 무거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손님을 계속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손님은 타투를 볼 때마다 저를 기억할 겁니다. 이름까지는 몰라도 ‘왕십리 타투파티에서 이안이라는 사람한테 받았던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래서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고 제자들에게 이야기해요.”

 

눈앞의 돈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남을 기억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장르의 작업을 무조건 받지도 않는다. 타투에는 수많은 장르가 있고, 모든 장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타투이스트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영역과 부족한 영역을 정확히 아는 것, 부족한 영역이라면 그것을 고객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 오히려 그것이 전문가의 자세라고 그는 강조한다.

 

“제가 잘하는 장르가 있고 부족한 장르가 있어요. 그런데 손님이 제가 부족한 장르를 가져왔다고 해서 돈을 보고 무조건 작업하면 결국 그 사람에게 실수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는 자신의 제자들에게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르치고 있다.

 

▲ 사진제공 = 타투파티

 

“손님이 아니라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답이 달라져요”

 

 

타투이스트 이안이 타투파티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하나의 원칙은 ‘권하지 않을 줄 아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해주는 것이 좋은 서비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몸의 형태와 타투의 위치가 어울리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 후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는 오히려 고객을 설득한다.

 

“내 손님이라고만 생각하면 원하는 걸 해드리면 돼요. 그런데 이 사람이 내 형이고, 내 아내고,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더 고민하게 되잖아요.”

 

그가 고객을 대하는 방식도 그렇다.

 

내 가족이라면 어디에 하는 것이 좋을지, 이 디자인이 정말 어울리는지, 지금 원하는 선택을 나중에도 후회하지 않을지를 생각한다.

 

그 때문인지 타투파티를 찾은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도 “권하지 않아서 좋다”,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줘서 좋다”는 말이라고 한다.

 

타투를 잘하는 사람보다 타투를 ‘잘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사진제공 = 타투파티

 

옷을 만들던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몸과 타투의 구도’

 

 

여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과거는 지금의 타투 작업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는 타투를 단순히 한 장의 그림으로 보지 않는다. 사람이 입는 옷처럼 몸 전체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크무늬 셔츠를 입었다면 하의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처럼, 몸에 여러 타투가 있다면 각각의 그림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큰 타투를 작업할 때는 신체의 굴곡과 비율, 타투가 놓이는 위치에 따라 사람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남성의 몸은 조금 더 듬직해 보이게, 여성의 몸은 보다 자연스럽고 슬림하게 보이도록 디자인과 위치를 고민할 수 있다.

 

그에게 타투는 그림이면서 동시에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여기에 사람을 바라보는 그의 성향도 작업에 영향을 미친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스스로를 ‘극 F’라고 표현할 만큼 공감 능력이 강하다는 타투이스트 이안.

 

그는 고객이 타투를 하고 싶은 이유부터 묻는다.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한 시기를 기념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그 사연을 듣고 나면 같은 그림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결국 그가 새기는 것은 그림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야기인 셈이다.

  

▲ 사진제공 = 타투파티

 

“타투이스트로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믿어요”

 

 

타투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을 바꾸고 싶다는 그의 마음은 작업실 밖에서도 이어진다.

 

타투이스트 이안은 직접 제작한 맨투맨과 후드집업, 비치타월, 담배 케이스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기부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헌혈증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무료 타투를 해주는 방식으로 의미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활동은 치매 환자의 실종 예방을 위한 타투다.

 

보호자의 동의 아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보호자 연락처 등 필요한 정보를 타투로 남겨 실종 상황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자신이 가진 기술이 누군가에게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타투이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좋은 마음으로, 선한 마음으로, 프라이드를 가지고 하는 타투이스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타투라는 직업을 둘러싼 오래된 이미지를 조금씩 바꾸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거창한 선언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 사진제공 = 타투파티

 

“타투이스트부터 건강해져야 타투 문화도 건강해집니다”

 

 

그에게 타투 문화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변해야 하는 사람은 타투이스트다.

 

그는 타투이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타투’와 ‘아티스트’의 합성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옷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벗으면 되고 다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타투는 그렇지 않다. 한 번 새긴 그림은 오랜 시간 몸에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타투이스트는 단순한 장사꾼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안 어울려도 어울린다고 해주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팔기 위해 권하는 장사꾼과는 달라야 해요. 타투는 평생 가니까요. 타투이스트라면 이 사람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이 더 좋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도 같은 책임을 당부한다.

 

타투숍에 갔다고 해서 반드시 타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옷가게에서 옷을 고르듯 여러 타투숍을 둘러보고, 타투이스트마다 다른 그림체와 스타일을 확인하고, 충분히 상담한 뒤 결정해야 한다.

 

단순히 ‘집에서 가까워서’, ‘가격이 저렴해서’, ‘검색했더니 나와서’라는 이유만으로 평생 남을 작업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 타투이스트 이안

 

몸에 새기는 것은 그림이지만, 결국 남는 것은 기억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처음 만났을 때보다 타투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들렸다.

 

타투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로 기억돼 왔다. 하지만 타투이스트 이안이 이야기하는 타투는 조금 달랐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화려한 그림이나 기술적인 과시가 아니라 ‘책임’이었다.

 

누군가의 몸에 평생 남을 것을 새기는 사람이라면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없는 작업까지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 고객을 단순한 손님으로 보지 않고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타투를 받는 사람 역시 자신의 선택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

 

20년 전, 그에게 타투는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우연한 제안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 타투는 그의 삶에서 가장 오래된 언어가 됐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새기고 싶은 것은 어쩌면 타투 그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태도일지도 모른다.

 

좋은 그림을 넘어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 한 사람의 몸을 넘어 타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까지 조금씩 바꾸는 것.

 

왕십리의 작은 작업 공간에서 오늘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타투이스트 이안. 그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것은 결국 한 장의 그림이지만, 그 그림을 바라볼 누군가의 시간까지 생각한다는 점에서 타투파티의 작업은 조금 더 오래 남는다.

 

타투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시대,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이미지가 아니라 더 건강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타투이스트 이안이 말하는 ‘건강한 타투 문화’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그의 작업을 통해 또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몸 위에 기록될지 지켜볼 만하다.

 

타투파티의 작업과 활동, 상담 및 자세한 정보는 공식 유튜브(클릭 시 이동)와 인스타그램(클릭 시 이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작성 2026.09.13 22:27 수정 2026.09.1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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