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칠레 북부 사막지대에 이례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시 곳곳이 토사와 돌더미에 뒤덮였다. 평소 건조한 환경에 익숙한 지역에서 단시간 집중호우가 발생하면서 산사태와 토석류가 잇따랐고 주택과 도로 등 주요 기반시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집중호우는 8월 17일부터 18일까지 안토파가스타주 토코피아 일대에 집중됐다. 이 지역의 평년 연간 강수량은 수㎜에 불과하지만 불과 수시간 동안 약 30㎜의 비가 내렸다. 일부 관측에서는 이틀 누적 강수량이 37㎜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수년에 걸쳐 내릴 법한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되면서 사실상 대규모 물 재난으로 이어진 셈이다.
피해를 키운 것은 극도로 건조한 지표면이었다. 오랫동안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토양이 갑작스럽게 유입된 빗물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서 물이 산비탈과 계곡을 따라 빠르게 흘러내렸다. 이 과정에서 토사와 암석이 함께 쓸려 내려오며 토석류와 산사태가 발생했고 차량이 떠밀리거나 주거지역에 흙탕물이 밀려드는 피해가 나타났다.
토코피아에서는 피해가 특히 집중됐다. 전체 주택의 약 60%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도로 곳곳에는 토사와 낙석이 쌓였다. 주요 도로가 통제되면서 일부 지역이 고립됐고 대규모 정전까지 발생해 도시 기능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당국은 위험 지역 주민들에게 휴대전화 재난 문자를 발송하고 긴급 대피를 안내했다. 칠레 국가재난예방대응청 집계에 따르면 8월 19일 기준 북부 지역 전체에서 50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166명이 임시 대피 시설에 머물렀다. 주택 피해는 1000채 이상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1명, 부상자는 3명으로 확인됐으며 사망자는 토코피아가 아닌 인근 탈타 지역에서 발생했다.
칠레 정부는 토코피아 지역에 국가 차원의 재난 대응을 위한 비상 상태를 선포하고 군과 공공기관 인력을 투입했다. 관계기관은 막힌 도로를 복구하고 피해 주민을 지원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폭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상층의 찬 공기가 분리되면서 만들어지는 고립 저기압이 지목됐다. 여기에 남미 서부 해안의 따뜻한 해수와 엘니뇨 현상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평소보다 많은 수증기가 사막 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토코피아 사태는 비가 적은 지역도 집중호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극도로 건조한 사막에서는 수십㎜의 비도 토사와 낙석을 동반한 복합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어 평소 강수량만을 기준으로 재난 위험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