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은 교수의 요리에세이 『오늘도 핑크 한스픈』10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시절에도 이상하게 자꾸 마음이 향했던 요리와 예쁜 것들

잘해야만 내 길이 되는 줄 알았지만, 결국 오래 가게 만든 것은 ‘좋아하는 마음’이었다

작은 취향과 반복된 즐거움이 쌓여 훗날 한식대가와 교수의 길로 이어지다

 

 

 

10화.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

 

한때는 나도 궁금했다.

‘나는 뭘 잘하지?’

학교를 다니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하는 고민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공부를 잘했고,

누군가는 운동을 잘했고,

누군가는 그림을 잘 그렸다.

 

주변을 보면 자기 재능이 또렷해 보이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나는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요리를 좋아하기는 했다.

예쁜 것도 좋아했다.

그릇을 보는 것도 좋아했고,

음식을 담아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을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우리는 자꾸 잘하는 것을 찾는다.

 

시험 점수가 높으면

“공부를 잘하네.”

달리기가 빠르면

“운동을 잘하네.”

그림을 잘 그리면

“미술에 소질이 있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어야 잘한다고 인정받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한동안은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은 그다음이라고 여겼다.

좋아해도 잘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내가 요리를 계속했던 이유를 돌아보면 처음부터 잘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실수도 많았다.

칼질은 서툴렀고,

간을 잘못 맞춘 날도 있었고,

모양이 마음대로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계란말이를 터뜨리기도 했고,

볶음밥을 너무 질게 만들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초보자라면 누구나 할 법한 실수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실패하면 다시 해보고 싶었다.

‘왜 안 됐지?’

궁금했고,

‘다음에는 이렇게 해봐야지.’

생각했다.

 

그 마음이 계속 나를 부엌으로 데려갔다.

그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마음에는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잘하는 사람도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다시 해본다.

 

한 번 더.

조금 다르게.

조금 천천히.

그 반복 속에서 어느 순간 잘하게 된다.

 

나는 아마 그 순서로 요리를 배웠던 것 같다.

잘해서 좋아한 것이 아니라,

좋아해서 계속했고,

계속하다 보니 조금씩 잘하게 되었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핑크색이 좋았다.

꽃무늬가 좋았다.

예쁜 접시를 보면 눈이 갔다.

 

처음에는 그것이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취향은 누구에게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리를 오래 하면서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누군가는 음식의 양을 먼저 보고,

누군가는 향을 먼저 느끼고,

누군가는 재료의 조합을 본다.

나는 색과 모양을 먼저 보는 편이었다.

 

그것이 오래 쌓이면서 나만의 감각이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 바라보면 눈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단순히

‘예쁘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조금 지나면

‘왜 예쁘지?’

를 생각하게 된다.

 

색 때문인지,

접시 때문인지,

여백 때문인지,

빛 때문인지.

 

그리고 다시

‘나라면 어떻게 할까?’

를 생각한다.

 

그때부터 취향은 조금씩 기술이 된다.

나는 요리에서 그 과정을 참 많이 경험했다.

학교가 끝난 뒤 부엌으로 가던 것도 누가 시켜서가 아니었다.

 

냉장고를 열어보고,

있는 재료를 꺼내고,

무엇을 만들까 생각했다.

어떤 날에는 한 시간 넘게 부엌에 있어도 시간이 빨리 갔다.

 

끝내고 나면 피곤하기보다 뿌듯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중요한 신호였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하는 것.

그 안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었다.

 

 

 

 

 

 

살다 보면 좋아하는 마음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때가 있다.

“그냥 취미지.”

“좋아한다고 다 직업이 되는 건 아니잖아.”

맞는 말이다.

 

좋아하는 것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노력도 필요하고,

공부도 필요하고,

기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것을 오래 해내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요리처럼 반복이 많은 일은 더욱 그렇다.

 

같은 칼질을 수없이 하고,

같은 기본을 반복하고,

실패한 음식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시간을 버티기가 어렵다.

나는 나중에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면서 그 사실을 더 크게 느꼈다.

처음 보는 기술을 배울 때는 쉽지 않았다.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것에도 이유가 있었고,

정확하게 해야 하는 부분도 많았다.

‘내가 집에서 하던 것과 다르네.’

생각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배우는 과정이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알고 싶었다.

‘왜 이렇게 하지?’

‘이 방법이 더 좋은 이유는 뭘까?

좋아하니까 질문이 생겼고,

 

질문이 생기니까 더 공부하게 되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비슷한 모습을 본다.

처음부터 손이 빠른 학생이 있다.

 

한 번 보여주면 금방 따라 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 학생을 보면 누구나

“재능이 있네.”

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학생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조금 느렸다.

칼질도 서툴렀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도 남아서 한 번 더 해본다.

집에서도 연습해온다.

 

다음 시간에는 지난번보다 조금 나아져 있다.

그런 학생을 보면 나는 생각한다.

 

‘이 학생은 오래 가겠구나.’

좋아하는 마음은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사람을 계속 움직이게 한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가끔 묻는다.

 

“잘하는 게 뭐예요?”

학생이 대답하지 못하면 다시 묻는다.

“그럼 좋아하는 건 뭐예요?”

그 질문에는 조금 더 쉽게 답한다.

 

“디저트요.”

“한식이요.”

“빵 만드는 게 좋아요.”

“플레이팅하는 게 재미있어요.”

나는 그 답을 들으면 말한다.

 

“거기서 시작하면 돼요.”

모든 사람에게 처음부터 특별한 재능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은 비교적 솔직하다.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나도 그랬다.

예쁜 그릇을 보면 좋았다.

꽃 한 송이를 보면 식탁에 놓고 싶었다.

음식을 만들면 그냥 먹기보다 조금 예쁘게 담고 싶었다.

사람이 맛있게 먹으면 또 만들고 싶었다.

 

그런 작은 좋아함이 계속 반복되었다.

하나하나는 아주 사소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들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음식을 만드는 일.

사람을 살피는 일.

예쁘게 담는 일.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일.

 

지금의 나를 이루는 것들이 그 안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어릴 때의 나는 미래를 몰랐다.

 

당연하다.

내가 한식대가라는 이름을 갖게 될 것도 몰랐고,

학생들이 나를 교수님이라고 부르게 될 것도 몰랐다.

 

그때 알았던 것은 단 하나였다.

나는 요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그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면 충분했던 것 같다.

길의 끝을 몰라도 방향은 알고 있었으니까.

 

인생에서 방향을 찾는다는 것은 꼭 거창한 목표를 정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반드시 이런 사람이 될 거야.’

하고 선언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이걸 할 때 기분이 좋다.’

‘이건 다시 하고 싶다.’

‘조금 더 배우고 싶다.’

그런 마음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어느 날 길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물론 좋아하는 일도 힘들 때가 있다.

아무리 요리를 좋아해도 매일 즐거운 것은 아니다.

 

몸이 힘든 날도 있고,

생각처럼 음식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람의 평가가 마음에 남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돌아온다.

좋아하는 음식 사진을 보고,

새로운 재료를 만나고,

학생이 만든 접시를 보면 마음이 움직인다.

 

‘한번 해볼까?’

그 마음이 다시 시작하게 한다.

나는 이제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쉽게 대답하지 않는다.

 

둘 다 중요하다.

잘하려면 노력해야 하고,

전문가가 되려면 정확함도 필요하다.

하지만 시작점에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사람은 배우려고 한다.

배우는 사람은 조금씩 잘하게 된다.

그리고 잘하게 되면 더 깊이 좋아할 수도 있다.

 

좋아함과 잘함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오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꽤 솔직하게 골랐다.

 

핑크색.

꽃무늬.

예쁜 접시.

따뜻한 부엌.

맛있는 음식.

누군가와 함께 먹는 시간.

 

그때는 몰랐다.

그 선택들이 하나의 사람이 되어갈 줄은.

지금 나를 돌아보면 여전히 그 안에 있다.

나는 아직도 예쁜 그릇을 좋아한다.

 

핑크색을 보면 마음이 움직인다.

맛있는 것을 만들면 누군가에게 먹이고 싶다.

 

학생들이 잘하면 함께 기뻐한다.

사람은 생각보다 어린 시절의 자신을 오래 데리고 살아가는 것 같다.

 

가끔 나는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너무 빨리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누군가보다 늦다고 해서 내 길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좋아한다면 조금 더 해보라고.

한 번 더 만들어보고,

한 번 더 실패하고,

한 번 더 배워보라고.

그 시간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왜냐하면 나도 그렇게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나는 잘하는 것을 찾다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늦게 알았다.

 

그래서 지금은 좋아하는 마음을 귀하게 생각한다.

그 마음은 때로 아주 작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괜히 한번 더 바라보는 것.

다시 해보고 싶은 것.

힘든데도 포기하지 않는 것.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하는 것.

 

그것들이 모이면 어느 순간 재능보다 더 강한 힘이 된다.

1부의 어린 경은이를 돌아보면 모든 시작은 작은 것이었다.

 

세 딸 중 둘째로 사람을 살피던 마음.

자매의 식탁에서 배운 다른 입맛.

 

엄마 옆에서 바라본 부엌.

처음 내 손으로 완성했던 음식.

먹는 사람의 얼굴을 살피던 습관.

 

핑크를 좋아했던 마음.

예쁜 그릇에 대한 관심.

엄마의 손맛.

 

학교가 끝나면 향했던 부엌.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하나.

좋아하는 마음.

 

아마 그것이 가장 오래 나를 움직였던 힘이었을 것이다.

앞으로의 삶에는 또 다른 이름들이 붙게 된다.

 

어른이 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고,

잠시 꿈을 뒤로 미루기도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조용히 기다린다.

다시 꺼내볼 때까지.

 

그때의 나는 아직 그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좋아하는 것은 오래 쉬어도 다시 나를 부른다는 것을.

그래서 어린 경은이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꼭 지금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계속 좋아해도 돼.”

좋아하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 마음이 나를 다시 길 위에 세워줄 테니까.

 

경은의 한마디

“잘해서 오래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해서 오래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잘하게 되는 것도 있다.”

 

오늘의 핑크 한스푼

오늘은 ‘내가 무엇을 잘하지?’보다 먼저 이렇게 물어보세요.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괜히 눈이 가는 것,

시간이 나면 하고 싶은 것,

 

실패해도 다시 해보고 싶은 것을 하나 적어보세요.

그리고 오늘 아주 조금만 해보세요.

 

잘하려고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계속 이어갈 작은 시간을 한스푼 더하는 것.

 

그 한스푼이 언젠가 나만의 재능이 될지도 모릅니다.

 

 

 

작성 2026.09.13 10:23 수정 2026.09.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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