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즉 APEC 회의는 단순한 국제행사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경제질서의 향방을 가늠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세계경제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전기자동차, 배터리, 친환경 에너지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도 계속되고 있으며 각국은 경제안보와 공급망 안정을 외교의 핵심 의제로 다루고 있다.
APEC은 한국과 중국, 미국,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미주 지역의 주요 경제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다. 일반적인 국제기구와 달리 회원국이라는 표현 대신 ‘회원경제체’를 사용한다. 정치와 군사 문제보다 무역과 투자,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합의와 자발적인 이행을 중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APEC 정상회의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각 경제체가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협력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정상과 장관, 기업인, 전문가가 함께 모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과 무역규칙을 논의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미·중 경쟁으로 대화 통로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사실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
2025년 한국 경주에서 열린 APEC 회의에 이어 2026년 중국 선전이 다음 회의를 개최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과 중국이 연속해서 APEC 개최국 역할을 맡으면서 두 나라는 전년도 논의를 다음 해의 구체적인 협력사업으로 이어갈 기회를 갖게 됐다. 한국이 제시한 의제와 성과 가운데 지속할 부분을 중국이 이어받고, 새롭게 필요한 의제를 추가한다면 아시아·태평양 협력의 연속성을 높일 수 있다.
선전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도시다. 작은 접경지역에서 출발해 첨단제조업과 정보통신, 금융, 물류, 창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홍콩과 인접해 있으며 광저우와 둥관, 포산 등 제조업 도시와 함께 웨강아오 대만구 경제권을 구성한다. 전기자동차와 통신장비, 드론, 로봇, 인공지능 분야의 중국 기업들이 활동하는 대표적인 기술도시이기도 하다.
중국이 선전을 개최지로 선택한 것은 개방과 혁신을 동시에 보여주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중국 경제에는 두 모습이 함께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거대한 시장과 빠른 기술발전, 제조업 경쟁력이 주목받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와 정보 접근의 어려움, 정부 보조금, 과잉생산, 기술안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선전 APEC의 첫 번째 핵심 의제는 인공지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교육과 의료, 제조업, 금융, 행정서비스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개인정보 침해와 가짜뉴스, 일자리 감소, 알고리즘 차별, 저작권 분쟁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각국이 서로 다른 규제를 만들면 기업은 국가마다 다른 기준에 맞춰야 하고 국제적인 서비스 제공도 어려워진다.
APEC은 인공지능의 모든 규칙을 하나로 통일하기보다 최소한의 공동원칙을 논의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만든 콘텐츠의 표시, 개인정보 보호, 청소년 보호, 안전성 시험, 국가 간 데이터 이동, 중소기업의 인공지능 활용 지원 등이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술 수준이 높은 경제체뿐 아니라 개발도상 경제체도 인공지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 기술지원을 확대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두 번째 의제는 녹색무역이다. 세계 각국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와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저탄소 철강과 선박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산업이 새로운 무역분쟁의 원인이 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각국이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고 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나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기후변화 대응이 보호무역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
중국은 태양광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저렴한 친환경 제품이 세계의 탄소 감축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은 중국의 정부지원과 대규모 생산이 시장가격을 왜곡하고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본다. APEC에서는 친환경 제품의 교역을 확대하면서도 공정한 경쟁조건을 마련하는 어려운 협상이 필요하다.
세 번째 의제는 공급망 안정이다. 코로나19와 전쟁, 자연재해, 주요 국가 간 갈등을 겪으면서 원료와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반도체와 희토류, 배터리 원료, 의약품, 식량은 경제뿐 아니라 국가안보와도 연결된다. 각국은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핵심산업의 국내 생산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공급망의 모든 과정을 한 국가 안에서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 중요한 것은 특정 국가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의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다. 통관절차의 디지털화와 물류정보 공유, 재난 발생 시 핵심물자의 공동관리, 중소기업의 공급망 참여 지원 등이 APEC에서 추진할 수 있는 현실적인 협력이다.
한국은 선전 APEC을 단순히 중국이 주도하는 행사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한국은 2025년 개최 경험을 바탕으로 의제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중견국으로서 구체적인 협력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조선, 원자력, 디지털정부, 교육기술 분야의 경험을 활용하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만 요구받는 국가가 아니라 공동규칙을 설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
한중 양국은 인공지능 안전과 디지털무역, 녹색산업 표준, 통관 간소화, 청년창업 분야에서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한국의 연구기관과 대학, 중국 선전의 기술기업과 창업기관을 연결해 공동연구와 인재교류를 확대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정부 간 관계가 어려울 때에도 기업과 대학, 지방정부의 협력이 유지되면 양국관계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시아·태평양 경제질서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은 제조업 공급망과 디지털경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기보다 두 나라와 모두 협력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넓히려 한다. APEC이 강대국의 경쟁무대가 아니라 다양한 경제체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협의체가 돼야 하는 이유다.
APEC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성장의 혜택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이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빠르게 발전하면 대기업과 기술인력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과 저숙련 노동자는 변화에서 뒤처질 수 있다. 여성과 청년, 고령층, 농촌지역 주민이 디지털경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과 금융, 통신 기반을 지원해야 한다.
회의의 성공 여부는 화려한 정상선언보다 실제 이행에서 결정된다. 공동선언에 ‘혁신’과 ‘포용’,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소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공동 인공지능 교육과정을 만들고, 항만과 세관의 디지털 서류를 연결하며, 친환경 제품의 기준을 서로 인정하는 구체적인 사업이 필요하다.
한국 국민에게도 APEC은 멀리 떨어진 외교행사가 아니다. 회의에서 논의되는 반도체와 데이터, 전기자동차, 탄소규제, 공급망 규칙은 한국 기업의 수출과 일자리, 제품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청년이 해외에서 취업하고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도 국가 간에 합의된 디지털·무역 기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전 APEC 2026은 중국이 국제사회에 어떤 개방 의지를 보여줄 것인지, 미국과 중국이 경쟁 속에서도 협력의 공간을 찾을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시험대다. 동시에 한국이 경주 APEC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협력의 연결자 역할을 수행할 기회이기도 하다. AI와 녹색무역, 공급망을 둘러싼 규칙을 강대국만 결정하게 둘 것인지, 다양한 경제체가 함께 설계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핵심 질문이다.
참고자료
深圳APEC 2026,亚太地区面临的新考验
谁将设计人工智能、绿色贸易与供应链规则
2026年在中国深圳举行的亚太经济合作组织会议,将不仅是一场国际活动,也可能成为观察亚太经济秩序未来方向的重要舞台。围绕人工智能、半导体、电动汽车、电池和绿色能源的国际竞争日益激烈。中美战略竞争仍在持续,各经济体也把经济安全和供应链稳定作为外交政策的重要议题。
APEC是由韩国、中国、美国、日本以及东南亚、大洋洲和美洲主要经济体共同参与的合作机制。它与一般国际组织不同,不使用“成员国”,而是使用“成员经济体”这一概念。APEC主要关注贸易、投资和经济合作,重视成员之间的协商一致与自愿落实,而不是政治和军事议题。
APEC领导人会议即使不签署具有法律约束力的条约,也可以确定各经济体未来合作的方向。由于领导人、部长、企业家和专家共同参与,这一会议成为讨论新技术和贸易规则的重要渠道。在中美竞争导致国际对话渠道减少的环境下,各经济体领导人能够聚集在一起本身也具有重要意义。
继2025年韩国庆州举行APEC会议之后,2026年中国深圳将承办下一届会议。韩国和中国连续担任APEC东道主,使两国有机会把上一年的讨论转化为下一年的具体合作项目。如果中国能够延续韩国提出的部分议题和成果,同时增加当前需要的新议题,就可以提高亚太经济合作的连续性。
深圳是中国改革开放的象征性城市。它从一个规模较小的边境地区,发展成为先进制造、信息通信、金融、物流和创业中心。深圳与香港相邻,并同广州、东莞、佛山等制造业城市共同构成粤港澳大湾区。它也是电动汽车、通信设备、无人机、机器人和人工智能企业集中的代表性科技城市。
中国选择深圳作为APEC会议举办地,可以被理解为同时展示开放与创新的意愿。但是,国际社会观察中国经济时,也存在两种不同评价。一方面,中国的巨大市场、快速技术发展和制造业竞争力受到关注;另一方面,外国企业监管、信息获取困难、政府补贴、产能过剩和技术安全等问题也引发担忧。
人工智能很可能成为深圳APEC的首要议题。随着生成式人工智能快速应用于教育、医疗、制造、金融和行政服务,人们期待它能够提高生产效率。同时,个人信息泄露、虚假新闻、就业岗位减少、算法歧视和著作权纠纷也引起了越来越多的担忧。如果各经济体分别制定完全不同的规定,企业就需要适应不同标准,国际服务也会变得更加困难。
APEC不一定要把所有人工智能规则完全统一,但可以讨论最低限度的共同原则。人工智能生成内容标识、个人信息保护、青少年保护、安全测试、跨境数据流动和中小企业人工智能应用支持,都可以成为合作对象。如何通过教育和技术支持,使发展中经济体也能分享人工智能带来的利益,同样非常重要。
第二个重要议题是绿色贸易。世界各国为了减少碳排放,正在扩大对新能源汽车、可再生能源、储能设备、低碳钢铁和绿色船舶的投资。然而,绿色产业也逐渐成为新的贸易争端来源。如果各国向本国企业提供补贴,同时对进口商品征收高额关税或设置复杂标准,应对气候变化就可能演变为保护本国产业的工具。
中国在太阳能、电动汽车和电池领域拥有世界领先的生产能力。中国认为,价格相对较低的绿色产品有助于全世界减少碳排放。美国和欧洲等经济体则认为,中国的政府支持和大规模生产可能扭曲市场价格,并给本国产业带来损失。APEC需要在扩大绿色产品贸易与创造公平竞争条件之间寻找平衡。
第三个重要议题是供应链稳定。经历新冠疫情、战争、自然灾害和主要国家之间的矛盾以后,稳定获得原料和零部件变得更加重要。半导体、稀土、电池原料、医药产品和粮食不仅关系经济,也同国家安全相连。各国都在努力使供应来源多样化,并扩大核心产业的国内生产。
不过,在一个国家内部完成供应链的所有环节并不现实,生产成本也会大幅上升。重要的不是无条件排斥某个国家,而是准确掌握供应链风险,并在问题发生时及时交换信息。推动通关程序数字化、共享物流信息、在灾害发生时共同管理关键物资,以及支持中小企业参与供应链,都是APEC可以推进的现实合作项目。
韩国不应把深圳APEC简单地看成由中国主导的会议。韩国应当利用2025年的举办经验,保持议题连续性,并以中等强国身份提出具体合作方案。凭借半导体、电池、造船、核能、数字政府和教育技术等领域的经验,韩国可以成为参与制定共同规则的国家,而不是只能在美国与中国之间作出选择的国家。
韩中两国可以在人工智能安全、数字贸易、绿色产业标准、通关便利化和青年创业等领域推进共同项目。韩国研究机构和大学也可以同深圳的科技企业和创业机构建立联系,扩大共同研究和人才交流。即使政府间关系出现困难,只要企业、大学和地方政府之间的合作保持稳定,就能降低两国关系受到的冲击。
东南亚经济体的作用同样重要。亚太经济秩序并不是只由美国和中国决定的。越南、印度尼西亚、马来西亚和泰国等经济体正在制造业供应链和数字经济中扩大影响力。它们与其在美国和中国之间只选择一方,更希望同时同两国开展合作,扩大本国利益。因此,APEC不应只成为大国竞争的舞台,还应充分反映多种经济体的意见。
APEC还需要解决经济增长成果如何分配的问题。人工智能与自动化快速发展以后,大企业和技术人员可能获得更多机会,而中小企业和低技能劳动者可能落在后面。各经济体需要通过教育、金融服务和通信基础设施,支持女性、青年、老年人和农村居民参与数字经济。
会议能否取得成功,最终取决于实际落实,而不是华丽的领导人宣言。仅仅在共同文件中加入“创新”“包容”和“可持续发展”等词语是不够的。APEC需要开发中小企业能够使用的共同人工智能课程,连接港口和海关的数字文件系统,并推动各经济体相互承认绿色产品标准。
对韩国公众来说,APEC也不是一场距离日常生活十分遥远的外交活动。会议讨论的半导体、数据、电动汽车、碳排放规定和供应链规则,会直接影响韩国企业的出口、就业和产品价格。青年在海外就业、企业进入新市场时,经济体之间共同制定的数字和贸易标准也会发挥重要作用。
深圳APEC 2026将检验中国能够向国际社会表现出多大的开放意愿,也将检验美国和中国能否在竞争中寻找合作空间。与此同时,这也是韩国利用庆州APEC经验,发挥亚太合作连接者作用的机会。未来的核心问题是,人工智能、绿色贸易和供应链规则究竟由少数大国决定,还是由多种经济体共同参与设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