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의 푸드칼럼] 파스타 5. 좋은 파스타를 고르는 기준

단백질 함량보다 중요한 것은 글루텐 구조

브론즈 다이·저온 건조·100% 이탈리아산’의 진짜 의미

라벨의 문구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의미

완성된 파스타의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제공: Pastificio G. Di Martino

라벨 속 마케팅과 품질의 차이를 읽는 법

 

지난 글들을 통해 우리는 파스타가 단순한 밀가루 음식이 아니라, 원료의 선택부터 압출 방식, 건조 기술까지 다양한 제조 과정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진열대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좋은 파스타를 선택해야 할까?

 

포장지에 적힌 ‘브론즈 다이’, ‘저온 건조’, ‘느린 가공’ ‘100% 이탈리아산’과 같은 문구들은 품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편적인 정보로 제품의 모든 가치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라벨에 적힌 단어가 실제 제조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라벨 너머의 진짜 정보를 읽는 법

 

많은 소비자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파스타를 좋은 제품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단백질 함량은 글루텐 형성과 관련이 있으며, 삶은 후 면의 탄력 유지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파스타의 품질은 단순히 숫자로 표시되는 단백질 함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단백질의 양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실제 식감과 연관이 있는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형성하는 글루텐 구조다. 같은 단백질 함량을 가진 파스타라도 원료의 특성과 제조 과정에 따라 조리 후 식감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단백질 수치는 품질을 판단하는 하나의 참고 지표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하나 살펴볼 부분은 파스타의 색이다. 많은 소비자는 선명하고 진한 황색을 좋은 파스타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파스타의 색은 단순한 외관 요소가 아니라, 사용된 듀럼밀의 특성과 제조 과정이 반영된 결과다.

 

듀럼밀 본연의 색은 품종과 재배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전통적인 저온 건조 방식으로 제조한 파스타는 밀 고유의 색과 풍미를 비교적 잘 유지한다. 반면 고온 건조 과정에서는 마이아르 반응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색이 더욱 짙어지고, 반응 정도에 따라 듀럼밀 본연의 색과 향미 역시 변화한다.

 

따라서 파스타의 색만으로 품질을 판단하기보다는, 그 색이 원료의 특성과 제조 방식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결과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바질 페스토 카자레체(Casarecce al Pesto Genovese)

 

마케팅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브론즈 다이’, ‘느린 건조’, ‘장인 방식’과 같은 표현은 제조사가 추구하는 품질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이러한 문구 하나만으로 제품의 우수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브론즈 다이는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 소스와의 결합력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좋은 파스타는 압출 방식뿐 아니라 듀럼밀의 품질과 건조 공정이 함께 조화를 이룰 때 완성된다.

 

저온 건조 역시 밀의 풍미와 구조를 보존하는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긴 시간과 높은 생산 비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저온 건조’라는 표현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제조사가 어떤 공정을 적용했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시장에서 ‘저온 건조’에 대한 통일된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포장지만으로 정확한 건조 조건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나치게 짙은 색보다는 듀럼밀 본연의 밝고 자연스러운 색을 유지한 제품이 상대적으로 낮은 열처리와 긴 건조 시간을 거쳤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100% 이탈리아산 듀럼밀’이라는 문구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산 밀은 오랜 전통과 고유한 품질 이미지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많은 제조사가 이를 제품의 중요한 차별점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원산지만으로 품질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원료를 어떻게 가공하고 관리했는지가 최종적인 차이를 만든다.

 

좋은 파스타는 공정의 결과로 증명된다

 

결국 포장지의 문구만으로 완벽한 파스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라벨은 제조사가 어떤 방향을 추구하는지 알려주는 정보이며, 실제 품질은 원료와 제조 기술이 만들어낸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같은 듀럼밀을 사용하더라도 제조 방식에 따라 삶은 후 면의 탄력, 소스와의 조화,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달라진다. 좋은 파스타란 단순히 하나의 조건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원료와 적절한 제조 공정, 그리고 소비자가 원하는 조리 목적이 조화를 이룰 때 완성된다.

 

마트에서 파스타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화려한 문구를 믿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 문구가 어떤 기술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고, 제품 뒤에 숨겨진 제조 과정을 읽어내는 안목이다. 좋은 파스타를 고르는 기준은 결국 라벨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품질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다음 글에서는 파스타의 맛과 식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 ‘파스타를 제대로 삶는 법’에 대해 알아보자.

 

 

[이탈리아 전문 칼럼니스트]

김성욱 대표

(뽀모도로플러스39)

작성 2026.09.11 09:43 수정 2026.09.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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