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성능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사용이 끝난 스마트폰을 새로운 컴퓨팅 자원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업사이클링이 주목받고 있다.
서랍 속에 방치된 구형 스마트폰도 내부 부품을 활용하면 연산 장비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화면과 배터리를 제거하고 리눅스 운영 체제를 설치한 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서버처럼 사용하는 방식이다. 모니터 없이 본체만 운용하기 때문에 헤드리스 시스템으로 불린다.
구글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연구진은 구형 픽셀 스마트폰 2천여 대의 메인보드를 연결해 대학 연구와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미니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개별 스마트폰을 단순 재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기기를 하나의 연산 환경으로 묶는 것이 핵심이다.
전력 효율은 이 기술이 주목받는 주요 배경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AP를 활용한 서버는 기존 서버용 칩보다 이론적으로 73%에서 90% 이상 적은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 탄소 배출량도 일반 클라우드 시스템보다 9.8배에서 18.9배 낮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여러 대의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일정 수준의 서버 역할도 가능하다.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25대에서 50대를 묶을 경우 최신 서버 한 대에 상응하는 연산 능력을 낼 수 있으며, 실제로 20대의 스마트폰으로 175명 이상의 학생이 제출한 과제와 자동 채점 업무를 처리한 사례도 있다. 이는 고성능 서버 전체를 대체하기보다는 교육과 연구 등 특정 업무에서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들도 사용한 서버와 부품의 재활용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버 순환센터를 통해 교체된 장비에서 CPU, 메모리, SSD 등 정상 부품을 선별해 클라우드 서버 수리와 연구용 장비에 다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2017년 구형 갤럭시 S5 40대를 연결해 비트코인 채굴용 클러스터를 선보인 바 있다.
전자폐기물 문제 역시 디지털 업사이클링이 주목받는 이유다. 제시된 자료에서는 전 세계 전자폐기물이 2030년 8,2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매년 사용되지 않는 스마트폰도 53억 대에 달하는 것으로 언급된다. 기존 재활용이 스마트폰을 분해해 코발트와 리튬 등 원재료를 회수하는 데 집중했다면, 디지털 업사이클링은 기기 자체에 남아 있는 연산 능력을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향후에는 지자체나 중고 플랫폼 등을 통해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을 대량으로 수거한 뒤 재사용 가능한 부품을 선별해 저전력 서버로 구성하는 모델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스마트폰 AP와 서버용 프로세서는 설계 목적이 다르고, 대규모 운영에는 연결과 관리, 냉각 등 별도의 기술적 과제가 필요한 만큼 상용 데이터센터를 곧바로 대체할 기술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디지털 업사이클링의 의미는 버려지는 스마트폰을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활용 가능한 연산 자원으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AI 시대의 전력 부담과 전자폐기물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자원순환형 IT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