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사람 만날 일이 줄었다면…통계와 연구가 보여주는 사회참여의 의미

은퇴 후 친구 만남·사회모임 감소…한국 중고령층 연구에서 확인된 사회참여 변화

65세 이상 단체 참여율 57.1%…자원봉사 참여율은 7.4%

60세 이상 42.2% “평소 외로워”…사회적 관계망 변화 주목

  • 자원봉사 참여는 사회적 네트워크·교육·지역 등 다양한 요인과 관련
  •  
  • 자원봉사만이 사회참여는 아니다…친목·동호회·지역활동 등 다양한 형태

 

 

직장을 그만둔 뒤 사람을 만나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 은퇴 이후의 변화를 소득이나 여가만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직장이라는 일상적인 관계망과 사회적 역할이 사라지면서 친구를 만나거나 사회모임에 참여하는 빈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에서도 은퇴자는 근로자에 비해 친구를 만나는 빈도가 점차 감소하고, 사회모임 참석 빈도는 은퇴 시점에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이 확인됐다. 

 

다만 은퇴 자체가 모든 사람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통계와 연구는 오히려 은퇴 전후 사회적 관계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또 자원봉사·친목·동호회·지역사회 활동 등 어떤 형태로 사회참여가 이어지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은퇴 후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장년·노년층의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AI 제작)

 

은퇴하면 왜 사람 만날 기회가 줄어들까

직장생활을 할 때는 출근과 업무, 회의, 식사 등 일상적인 활동 자체가 다른 사람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퇴직하면 이런 만남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구조가 약해질 수 있다.

 

한국의 고령화연구패널(KLoSA)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은퇴자가 근로자에 비해 친구를 만나는 빈도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사회모임 참석 빈도는 은퇴 시점에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은퇴하면 외로워진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은퇴 전부터 가지고 있던 가족·친구·지역사회 관계망이 사람마다 다르고, 퇴직 이후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퇴 자체를 사회적 고립의 원인으로 단정하기보다 직장을 통해 유지되던 사회적 접촉과 역할이 사라진 뒤 관계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65세 이상 단체 참여율 57.1%…자원봉사는 7.4%

국가데이터처의 ‘2024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의 단체 참여율은 57.1%, 자원봉사 참여율은 7.4%였다. 65~79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23.5%로 집계됐다.

 

단체 유형별로는 친목·사교단체 참여가 74.7%로 가장 높았고, 종교단체 38.2%, 취미·스포츠·여가활동단체 38.1%, 지역사회 모임 18.8% 등이었다.

 

자원봉사는 고령층 사회참여의 한 형태지만 전체 사회참여를 대표하는 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통계상으로도 친목·사교, 취미·스포츠·여가, 종교, 지역사회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자원봉사 참여율은 조사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자원봉사 통계를 비교할 때는 조사 대상과 문항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자원봉사활동 참여율이 2.5%로 조사됐다. 

같은 조사에서 친목단체 참여율은 54.2%, 동호회 참여율은 6.6%였다.

 

통계청의 ‘2024 고령자통계’에서 제시한 7.4%와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나타난 2.5%는 서로 다른 조사에서 나온 수치다. 

조사 시점과 문항, 참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등이 다르기 때문에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해 참여율이 증가하거나 감소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사회참여 통계를 볼 때는 숫자 자체뿐 아니라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어떻게 조사한 결과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혼자 산다고 모두 사회적으로 고립된 것은 아니다

사회적 관계망은 가구 형태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1인 가구 비율은 32.8%였다. 

독거노인은 노인부부 가구보다 주관적 건강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이 낮았고, 우울증상과 생활상의 어려움을 호소한 비율은 높았다.

 

그러나 혼자 거주하는 것과 사회적으로 고립된 것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사회적 관계망은 특정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평소 교류하는 사람의 존재 등을 기준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가구 형태와 함께 실제 교류 관계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60세 이상 42.2% “평소 외롭다”

2025년 사회조사에서는 13세 이상 전체 응답자의 38.2%가 평소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그 비율이 42.2%로 나타났으며, 65세 이상은 43.4%였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단체활동에 참여한 비율은 전체 기준 69.2%, 자원봉사활동 경험률은 14.4%였다. 

두 지표 모두 2년 전보다 높아졌다.

 

이 같은 결과는 사회참여가 늘더라도 모든 사람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외로움은 주관적인 경험이며 사회적 관계망, 건강, 경제적 여건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 후 삶의 질, 사회적 관계망 변화도 살펴봐야

최근 연구에서는 은퇴와 삶의 질을 살펴볼 때 사회적 관계망의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2025년 ‘Research on Aging’에 발표된 연구는 유럽의 고령층 9,249명을 대상으로 은퇴와 사회적 관계망, 삶의 질의 관계를 분석했다. 

가까운 관계망의 규모와 접촉 빈도, 정서적 친밀감 등을 측정한 결과 은퇴 시점에 사회적 관계망 참여가 증가한 사람은 보다 긍정적인 은퇴 전환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연구는 유럽 자료를 분석한 연구인 만큼 결과를 한국 고령층 전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은퇴 후 친구 만남과 사회모임 참여가 감소하는 양상이 확인된 만큼, 국내에서도 은퇴 전후 관계망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자원봉사는 사회참여의 한 형태

자원봉사는 은퇴 후 사회적 연결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다른 사람과 공동의 활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접촉과 역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원봉사를 외로움이나 우울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2026년 ‘보건사회연구’에 게재된 연구는 2022년 고령화연구패널(KLoSA) 자료를 활용해 50~64세 장년층과 65세 이상 노년층의 자원봉사 참여 여부와 참여 수준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종교와 사회적 네트워크가 두 연령집단 모두에서 자원봉사 참여 가능성과 참여 시간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노년층에서는 교육 수준·성별·거주지역도 참여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는 자원봉사 참여가 개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관계망과 교육 수준, 지역 등 다양한 조건과 관련돼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해당 연구 역시 관찰자료를 이용한 분석이므로 특정 요인이 자원봉사를 직접적으로 증가시킨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참여와 관련된 요인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사회참여는 자원봉사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은퇴 후 사람을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통계청 자료에서 확인되는 친목·사교단체, 취미·스포츠·여가활동단체, 종교단체, 지역사회 모임뿐 아니라 평생교육과 같은 활동도 사회참여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은퇴 후 사람을 만날 일이 줄었다고 해서 반드시 자원봉사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관심 있는 취미모임이나 지역사회 프로그램, 평생교육, 운동·문화활동 등 자신의 상황에 맞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참여 활동의 개수 자체보다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사회적 역할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될 수 있다.

 

은퇴 준비, 관계 변화도 살펴봐야

은퇴 준비라고 하면 연금이나 저축, 건강관리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퇴직 이후에는 생활시간과 직장 중심의 관계망도 함께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은퇴자가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관계의 정도가 다르고 건강, 경제적 여건, 이동성, 거주지역 등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활동에도 차이가 있다.

 

결국 통계와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은퇴 후 얼마나 많은 모임에 참여해야 하는지가 아니다. 

 

직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관계와 역할이 줄어든 뒤에도 자신의 생활에서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와 활동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은퇴 후 사람을 만날 일이 줄었다면 새로운 활동의 개수부터 늘리기보다 정기적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과 부담 없이 지속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작성 2026.09.09 08:58 수정 2026.09.0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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