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의 푸드칼럼] Aceto와 Condimento는 같은 발사믹 식초가 아니다

Aceto와 Condimento, 무엇이 다른가?

Balsamico Bianco, 왜 주의해서 봐야 하는가?

이름보다 중요한 것, 원재료와 제조방식 확인하기

모데나 발사믹 식초 IGP INVECCHIATO RISERVA                                 콘디멘토 비안코(화이트 콘디멘토)       

 

이탈리아에서 발사믹 제품을 고를 때 알아두면 좋은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콘디멘토(Condimento)다. 우리말로는 흔히 ‘조미료 혹은 양념’이라 번역하지만, 발사믹 제품의 이름에 붙어 있는 Condimento는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식초라는 의미의 아체토(Aceto)와 Condimento는 법적으로 같은 범주의 제품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법률 및 Aceto Balsamico di Modena IGP 생산 규정에 따르면, 발사믹 식초는 일정한 제조 방법과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특히 총산도에 관한 기준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다. 현행 IGP 규격에서는 Aceto Balsamico di Modena의 총산도를 최소 6.0%로 규정하고 있으며, 장기간 숙성된 ‘Invecchiato’ 및 ‘Riserva’ 제품의 경우에는 최소 5.5%를 요구한다. 따라서 이탈리아에서 법적으로 규정된 Aceto Balsamico di Modena IGP는 단순히 포도 원료를 이용한 산성 조미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제조 방법과 산도, 색상, 물성 및 숙성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특정한 제품을 의미한다.

 

반면 콘디멘토에는 이와 같은 하나의 통일된 법적 제조 규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이름만 보고 제품의 제조법이나 원료, 숙성 기간을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실제 이탈리아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보면 차이가 상당히 크다.

 

예를 들어 어떤 Condimento Balsamico 제품은 농축포도즙(Mosto Concentrato)과 와인 식초를 원료로 사용하고 장기간 나무통에서 숙성한다. 또 다른 제품은 가열포도원액(Mosto cotto)을 와인 식초와 혼합하여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과일주스나 향료 등 다른 원료를 추가한 콘디멘토 제품도 있다.

 

즉 콘디멘토라는 단어 자체가 좋은 제품 또는 나쁜 제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숙성이 잘된 고품질 제품도 이 이름으로 판매될 수 있고, 여러 원료와 첨가물을 사용한 제품도 같은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콘디멘토라는 명칭만으로 품질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더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바로 한국 시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화이트 발사믹’이라는 표현이다.

 

이탈리아에서 모데나의 생산자들이 흰색의 포도 기반 식초 제품을 판매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명칭은 ‘Condimento Bianco’다. 반면 ‘Balsamico Bianco’ 또는 ‘Aceto Balsamico Bianco’라는 표현은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에게 마치 유럽연합에 의해 보호된 ‘Aceto Balsamico di Modena’를 흰색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데나의 생산업체들도 흰색 제품을 ‘Condimento Bianco’라고 구분해 부르는 경우가 많다. 모데나 발사믹 식초 IGP는 생산 규정에 제품의 색상을 짙은 갈색(Deep Brown)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또한 단순히 색깔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호되는 ‘Aceto Balsamico di Modena’와 별개의 제품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의미도 있다.

 

물론 ‘balsamico’라는 단어 자체가 모든 제품에서 절대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이 지리적 표시로 보호하는 것은 ‘Aceto Balsamico di Modena’라는 전체 명칭이며, ‘balsamico’라는 단어 하나를 모든 상황에서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품의 표시가 소비자로 하여금 보호된 명칭을 연상시키거나 혼동하게 만드는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화이트 발사믹’이라는 번역명보다 제품에 실제로 어떤 이탈리아어 명칭이 표시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Condimento Bianco라고 되어 있다면 그것을 ‘Aceto Balsamico di Modena’를 흰색으로 만든 제품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별도의 제품으로 보고 원재료와 영양성분을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가 실제로 확인해야 할 것은 제품 앞면의 화려한 문구가 아니라 뒷면의 원재료명이다. 농축포도즙(Mosto Concentrato)이 들어갔는지, 가열포도원액(Mosto cotto)이 들어갔는지, 와인 식초와 어떤 방식으로 조합되어 있는지, 설탕·카라멜·증점제·향료 등이 추가 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콘디멘토 제품은 하나의 통일된 제품 규격이 없기 때문에 같은 이름이라도 제품마다 성격이 크게 다를 수 있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은 아체토(Aceto)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그것 만으로 품질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체토는 일정한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는 의미이지, 숙성 기간이나 원료의 비율, 맛의 품질까지 보증하는 표현은 아니다. 반대로 콘디멘토라고 해서 반드시 저품질 제품이라는 의미도 아니다.

 

결국 발사믹 제품을 고를 때는 이름 하나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법적으로 보호되는 명칭인지, 실제 원재료가 무엇인지, 산도와 영양성분은 어떤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이탈리아 전문 칼럼니스트]

김성욱 대표

(뽀모도로플러스39)

작성 2026.08.12 13:48 수정 2026.08.12 13:54

RSS피드 기사제공처 : 중기벤처신문 / 등록기자: 김성욱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